[여적]BTS의 그래미 보이콧

이명희 기자 2026. 7. 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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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북부에 있는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아리랑’ 앨범 유럽 투어의 대미를 장식했다.빅히트 뮤직 제공

그래미상 트로피는 축음기 모양의 받침과 나팔 스피커로 만들어졌다. 상 이름도 축음기란 뜻의 그래머폰(gramophone)에서 유래했다. 영국 가수 아델이 59회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반’ 부문을 수상한 뒤 이 트로피를 둘로 쪼개 화제가 됐었다. 당시 5관왕에 오른 아델은 “‘올해의 음반’은 단연 비욘세”라고 외쳤다. 3대 본상 후보에 올랐던 비욘세가 본상을 하나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항의였다.

이후에도 비백인 가수들에 대한 그래미의 배타성은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2021년 흑인 아티스트 위켄드가 역대급 흥행에도, 단 한 부문에도 후보 지명을 받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그는 “그래미는 부패했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어 비욘세를 필두로 저스틴 비버, 카녜이 웨스트 등이 시상식 불참 혹은 보이콧을 표명했다. 별수 없이 그래미 측은 후보 선정을 맡아온 ‘비밀 위원회’를 폐지했다.

그래서 그래미는 달라졌을까. 주관사인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제69회 시상식을 앞두고 ‘베스트 아시아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지난달 신설한 걸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서구 주류 음악시장 경계 밖으로 분리하려는 격리 조치에 가깝다. 이는 과거 흑인 음악계의 위협에 ‘최우수 어번 컨템포러리 앨범상’을 만들어 밀쳐냈던 행태를 연상시킨다.

이번엔 방탄소년단(BTS)이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는 ‘아리랑’을 출품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난 29일 멤버들은 “음악이 국적이나 언어라는 틀에 갇히기보다 작품 자체로 평가받고 사랑받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외신들은 그래미의 차별적 시스템에 던진 강력한 경고로 평가했다. 영국 가디언은 “부드럽게 표현하긴 했지만, 비판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이런 BTS에게 매료되는 것이다.

뛰어난 음악적 성취를 이룬 BTS는 그들의 음악을 K팝이라고 규정짓는 것을 거부해왔다. 음악인 타블로가 SNS에 남긴 “ARIRANG > GRAMMYS”라는 문구가 이를 잘 말해준다. 그래미상이 배타성을 끝내 놓지 못한다면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서구 음악계에 균열을 내고 있는 BTS의 행보가 어떤 자극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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