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장기 집권 제동’ 속 첫 지배구조 개선 타깃된 KB…회추위 선택은

허인회 기자 2026. 7. 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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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집권을 정조준한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를 앞둔 가운데, 차기 KB금융 회장 선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국의 개선안이 이번 KB금융 회장 인선에 즉각 적용되지는 않더라도, '관치 금융'의 트라우마와 '지배구조 선진화'라는 갈림길에 선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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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개선안 발표 임박…KB, 5개월 앞당긴 ‘현미경 검증’ 돌입
역대 최대 순익 앞세운 양종희, 연임 도전…5인의 도전자 맹추격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집권을 정조준한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를 앞둔 가운데, 차기 KB금융 회장 선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은 KB금융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당국의 개선안이 이번 KB금융 회장 인선에 즉각 적용되지는 않더라도, '관치 금융'의 트라우마와 '지배구조 선진화'라는 갈림길에 선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금융지주 건물 전경 ⓒ시사저널 박은숙

3연임 제한·이사회 독립…법제화 통해 '참호 구축' 원천 차단

현재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향해 "소수가 회장과 은행장을 돌아가며 10년, 20년씩 해먹는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금감원이 이사회를 통한 경영진의 '참호 구축'을 지적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의 방점은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을 막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찍혀 있다. 세부 내용으로는 △법제화를 통한 금융지주 회장 3연임 제한 △연임 안건 주주총회 상정 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 요구 △사외이사 독립성과 기관투자자 역할 강화 등이 꼽힌다. 현직 CEO가 친(親) 경영진 성향의 사외이사들로 회추위를 꾸려 장기 집권을 이어가는 고리를 법과 제도로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29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는 국민의 재산을 관리·운용하고 자금을 중개하는 공공성이 높은 기관으로 높은 수준의 책임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며 "그간의 제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참호 구축과 CEO 장기 연임 등의 측면에서 미흡 사항이 확인된 만큼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밝혔다.

당국의 개편안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오는 11월 임시주총을 통해 차기 회장을 선임해야 하는 KB금융에게는 거대한 압박이다. 다른 4대 금융지주(신한·하나·우리) 회장들이 이미 2기 체제를 구축한 상황에서, 정부의 날 선 개편안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바로 KB금융이기 때문이다.

물론 양종희 회장의 경우 취임 후 첫 연임 도전이므로, 당국이 검토 중인 '3연임 제한'과는 직접적인 충돌이 없다. 개선안이 법제화 절차를 거쳐 도입되더라도 당장의 승계 절차를 가로막을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정부의 매서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KB국민은행이 주택구입자금 대출 최대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전격 하향 조정한 '초강수' 규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표면적으로는 가계부채와 연체율 관리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지만, 실수요자들의 거센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단행한 이 조치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임기 만료를 앞둔 지주·은행 경영진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앞장서 화답하는 '정부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차기 회장 선출의 최대 변수로 꼽혔던 금감원의 KB금융 종합검사 일정이 당초 예상됐던 8월에서 9월 이후로 연기된 점도 묘한 기류를 형성한다. 최종 후보 3인이 확정되는 8월27일 1차 인터뷰 이후에 검사가 시작되면서 당국의 개입 여지는 물리적으로 줄었지만, 금융당국이 먼저 "검사가 차기 회장 선출에 영향을 줄 의도는 전혀 없다"고 진화에 나선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시장의 깊은 '관치' 우려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선제적 '투명성' 확보 나선 KB…양종희에 맞서는 5인의 도전자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 KB금융 회추위는 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대폭 강화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 중이다. 과거 전임 회장 임기 종료 네 달 전 시작하던 절차를 올해는 5개월 전인 6월 초에 선제적으로 개시했다. 숏리스트(압축 후보군) 확정부터 최종 후보 선정까지의 세부 일정을 사전에 투명하게 공개해 밀실 인선 논란을 차단했고, 외부 후보가 정보 비대칭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회추위원과의 별도 간담회를 신설하는 등 철저한 검증에만 두 달 이상의 시간을 쏟고 있다.

현재 차기 회장 후보 1차 숏리스트는 총 6명(내부 4인, 외부 2인)으로 압축된 상태다.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양종희 회장은 지난해 5조843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과 업계 최대 규모(2조3000억원) 자사주 소각 등 압도적 실적과 주주환원을 무기로 연임에 도전한다.

또 다른 내부 후보로는 그룹 내  재무통인 이재근 글로벌·WM·SME부문장(전 국민은행장), 전략통 이창권 미래전략부문장(전 국민카드 사장), 그리고 지주·은행·보험을 두루 거친 이환주 현 KB국민은행장이 경쟁에 나섰다. 외부 후보로는 은행·사모펀드·상호금융을 섭렵한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신원 비공개를 요청한 1인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KB금융은 황영기, 어윤대, 임영록 등 외부 출신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과의 커넥션 및 낙하산 논란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은 바 있다"면서 "역대급 실적으로 연임 명분을 챙긴 현직 회장과 지배구조 개선 및 가계부채 압박의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는 정부 사이에서 KB금융 회추위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시장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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