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한 사이 'D'자 몸매…달리기 선생에게 SOS 날리다 [등산시렁]

윤성중 2026. 7. 2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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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몸은 인생 최고로 두툼한 모양을 하고 있다. 내 몸이 이렇다는 걸 몇 주 전에야 깨달았다.

선생님은 그런대로 견딜 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참고, 참고, 또 참으면서 버티는 걸까요? 버티다 보면 적응이 되어 매일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하고 또 출근할 수 있는 건가요? 선생님과 만나 수차례 대화를 나눴지만 여전히 이 부분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상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는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당분간 힘내서 더 나아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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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서 등산만 하고 오는 건 싫은 남자의 등산 중 딴짓
훈련을 시작하다

지금 내 몸은 인생 최고로 두툼한 모양을 하고 있다. 동네 돈까스집에서 나오는 돈까스보다 두껍다. 내 몸이 이렇다는 걸 몇 주 전에야 깨달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갔는데, 모두 나를 보고 덩치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나중에야 이 말의 뜻은 "너 돼지가 됐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를 시작했다.

내 주변인 중 새벽 달리기 고수는 염주호다. 그는 트레일러너다. 거리 160km에 이르는 트레일러닝 대회나 개인 프로젝트를 여러 번 완주하고 수행했다. 전문 '선수'라고 해도 되는데, 그는 회사에 다닌다. 회사에 다니면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달리기를 한다. 그를 가끔 만나면 "오늘도 새벽에 달렸어?"라고 물어본다. 그는 늘 같은 대답을 한다. "네, 형."

내가 그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염주호는 나에게 "형"이라는 호칭을 붙이지만 보통 형이라는 존재는 동생보다는 뭔가가 좀 더 나은 점이 있어야 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나는 염주호를 따라 저녁이 아닌 새벽에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당연히 새벽에 달린다고 그보다 달리기 실력이 나아질 리는 없다. 그저 그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열심히 하면 살이 빠지는 건 당연할 테고, 그럼으로써 그에게뿐만 아니라 여러 동생에게 부지런한 형 혹은 그래도 노력하는 형, 포기하지 않는 형 정도로 불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여러 동생들에 비해 특출난 게 없는데, 그렇다고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건 노력을 통해 얻은 게 아니니 달리기라도 열심히 해야지!)

7월호 마감 기간에 돌입하기 전 나는 거의 매일 달리기를 했다. 오랜만에 새벽 햇살이 뺨을 스칠 때의 기분은 색달랐다. 할 말이 많아졌다. 나는 염주호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염주호 선생님.

달리기하기 무서운 계절이 왔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입니다. 그간 별일 없으셨나요? 선생님 소식은 SNS를 통해 감탄하면서 잘 보고 있습니다. 어찌 그리 부지런하실까요? 어쩜 그리 굴하지 않고 새벽마다 벌떡 일어나 달리기를 하실까요?

저에게 작년 여름은 끔찍했습니다. 굉장히 더웠으니까요. 그물에 걸린 문어처럼 축 늘어진 채 누군가에게 붙잡혀 끌려가듯 불수사도 능선을 종주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우 끔찍해! 괴로웠던 기억을 물리치고 저는 최근 또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예전에 했던 일을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일에 관해 생각했습니다. 대체 어떤 계기가 사람을 변하게 만들까? 궁금했죠.

작년 11월 이후 달리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100km 대회에 나가 발목을 크게 접지른 일을 핑곗거리로 삼았습니다. 약 두 달 팽팽 놀다가 '이제 운동 좀 하자!'는 생각에 새벽 운동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알람이 울리면 재빨리 알람을 끄고 10초 정도 눈을 떴다가 다시 눈을 감아버리고 쿨쿨 잠을 청하는 식으로 5개월 정도 보냈습니다. '내일부터 하지 뭐'라고 미루다가 시간이 이렇게 가버렸네요.

이달 초부터 몸이 이상해졌다고 느꼈습니다. 집에 있는 전신거울로 봤을 땐 제 모습이 뚱뚱해 보이지 않았는데, 길거리 상가의 쇼윈도에서 저는 알파벳 'D'자 형태를 띠고 있더군요. 충격이었습니다. 조금 더 지나면 제가 저를 못 알아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굴이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빵빵했고, 볼록 나온 배는 허리춤에서 한참 삐져나와 벨트를 뒤덮었는데, 그걸 숨기려고 힘을 빡 줬다는 인상을 누구나 알아채겠더군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왜 이리 덩치가 커졌냐"고 놀랐는데, 다른 말로 '너 왜 이렇게 돼지가 됐냐?'였다는 걸 겨우 깨달았습니다. 후배 한 명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배, 안타깝지만, 요즘 뱃살이 늘어가는 것이 훤히 보입니다. 야속한 세월이여."

제가 뚱뚱이였다는 걸 저만 모르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감지한 어느 날 새벽 6시, 눈이 떠지자마자 일어나서 운동복을 입었습니다. 옷만 입고 바로 집에서 나왔습니다. 스마트폰과 시계는 놔둔 채로요. 그로부터 5일이 지났습니다. 하루 빼고 9km씩 달렸습니다. 그새 살이 빠진 것 같진 않지만 빠진 기분이 들어 자신감이 살짝 생겼습니다. 지난주와 달리 배에 힘을 덜 주고 있습니다.

첫날은 달리기를 하다가 힘들어서 잠깐 멈춘 후, 진정되면 다시 달렸습니다. 제가 지난 몇 달간 운동을 하지 않은 건 일상이 숨가빴기 때문일까요? 심박을 낮추기 위한 조치였을까요? 그렇다면 또 궁금하네요. 선생님은 그런대로 견딜 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참고, 참고, 또 참으면서 버티는 걸까요? 버티다 보면 적응이 되어 매일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하고 또 출근할 수 있는 건가요? 선생님과 만나 수차례 대화를 나눴지만 여전히 이 부분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상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는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당분간 힘내서 더 나아가려고 합니다. 아, 물론 참으로 오랜만인 이번 달리기는 새롭고 또 즐겁습니다. 이처럼 길게 주절거리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존경하는 염주호 선생님. 부디 건강하게 달리시고요. 답장은 굳이 안 하셔도 됩니다.

윤성중 드림

이틀 뒤 염주호에게서 답장이 왔다.

안녕하세요 존애하는 윤성중 기자님,

먼저,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셨다니, 정말 기쁜 소식입니다. 6일 중 5일 연속으로 달렸다는 이야기가 흐뭇합니다.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누군가가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늘 기분이 좋아지는데, 고통을 함께 나누는 동질감보다는 마치 좋아하는 영화나 책을 공유하는 기쁨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미 10년 넘게 꾸준히 달리고 있는 제게도 새벽 달리기는 여전히 힘듭니다. 쏟아지는 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수행과 같은 달리기를 한다는 건, 어쩌면 너무나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 시간은 새벽 5시30분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말인 즉슨, 저는 오늘 새벽 달리기를 쉬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왜 달리지 않고 이 글을 적고 있냐면, 부상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 조금 무리를 했는지 고관절 부분에 통증이 느껴졌고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글을 적고 있는 오늘(월요일)까지 휴식을 하고 있습니다.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바로 지금도 달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어떻게 꾸준히 달리느냐고 질문하셨는데,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기자님께 드리고 싶은 말은, 우리는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0년 넘게 달리기를 취미로 하며 깨달은 것은 그것을 언제나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부상, 날씨, 야근 그리고 그 외의 약속들. 많은 방해물이 취미 생활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달리고 싶을 때, 달릴 수 있는 날을 더없이 소중하게 느낍니다.

물론 달리기는 즐겁지만, 버티면서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달리기가 귀찮고 싫을 때도 있지만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합니다. 달리기가 있는 소중한 일상을 매일 지속하고 싶습니다. 그 열망이 새벽 달리기를 빠지지 않고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달리기를 정말 좋아하나 봅니다.

6월은 '하지'가 있는 달입니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1년 중 가장 길다는 말이죠. 덕분에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덩달아 길어지니 6월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달입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동시에 시원한 바람도 존재합니다. 너무 춥지 않고, 또 너무 어둡지 않아서, 덥거나 습하지 않아서, 장마기간이 아니라서 달릴 수 있는 날이 많습니다. 덕분에 기쁜 마음으로 매일 아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매일 달리기를 한다는 건 어려운 수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장 단순한 행위를 반복해야 하니까요. 단순한 행위는 때론 지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아도 됩니다. 꼭 땀을 흘리지 않아도 됩니다. 달리는 행위 자체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도록 거리와 속도를 맞춰 꾸준히 달리기를 권합니다.

염주호 드림

추신

새벽 달리기를 즐겁게 이어나갈 수 있는 몇가지 TIP을 드릴까 합니다.

①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 달리기 복장 미리 준비해 두기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입을 옷을 미리 준비해 둔다는 것은 잠들기 전 뇌에게 "내일 아침 달리기를 할 거야"라고 미리 알려 주는 행위입니다. 이를 통해서 다음날 새벽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한결 쉬워지고, 준비 시간을 줄여 주게 됩니다. 혹시 못 달리게 된다면 덩그러니 놓인 옷을 보면서 적어도 '다음날은 꼭 달려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어 주더라구요.

② 함께 달리는 친구를 만들기

요즘은 이른 시간에도 달리기 모임이 많더라고요. 혼자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게 훨씬 쉽습니다. 짧은 거리라도 함께 달리다 보면, 혼자하는 것보다 쉽게 지속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면 저와 함께 새벽 달리기를 이어나가도록 하죠.

③ 좋아하는 베이커리나 커피숍을 향해 달리기

이른 아침 달리기를 이어가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게 아닐까 합니다. 아침에 갓 구운 빵을 먹거나 방금 내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는 건 달리기를 지속하는 데 좋은 동기가 되어줄 겁니다. 달리기를 단순히 운동의 개념으로만 접근한다면, 어쩌면 빵이나 커피는 거추장스러운 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랜시간 달리기를 하면서 느낀 건, 즐겁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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