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회사의 변신, 경매장 밖에서 커지는 소더비와 크리스티

홍기훈 교수·류지예 연구원 2026. 7.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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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최근 2026년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아트뉴스(ARTnews)에 따르면 소더비는 44억달러(약 6조4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고 상반기 실적을 냈다.

경매를 통한 매출은 소더비 34억달러(약 4조9690억원), 크리스티 35억달러였다. 예를 들어 소더비의 프라이빗 세일은 전년보다 52% 증가한 8억2600만달러(약 1조207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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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류지예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최근 2026년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아트뉴스(ARTnews)에 따르면 소더비는 44억달러(약 6조4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고 상반기 실적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수치다. 크리스티도 45억달러로 5년 만에 가장 좋은 상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낙찰률은 소더비 90%, 크리스티 91%였다.

숫자만 보면 미술시장이 강하게 회복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실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매출 규모보다 "매출이 발생한 방식"이다.

경매를 통한 매출은 소더비 34억달러(약 4조9690억원), 크리스티 35억달러였다. 전체 매출의 5분의 1 이상이 공개 경매 밖에서 발생한 셈이다. 예를 들어 소더비의 프라이빗 세일은 전년보다 52% 증가한 8억2600만달러(약 1조207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크리스티의 프라이빗 세일도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제 비공개 거래는 공개 경매를 보완하는 부수적인 사업이라기보다 경매회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소더비의 금융 부문이다. 소더비는 지난 1월 미술품 담보대출을 묶어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9억달러(약 1조3100억원) 규모의 증권화 상품 'ArtFi Master Trust 2026-1'을 발행했다. 이번 상품에는 처음으로 클래식카 담보대출도 포함됐다. 4월에는 8억25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기존 부채를 재융자했다.

작품을 위탁받아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 전통적인 경매회사의 역할이었다면, 담보대출을 실행하고 이를 다시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은행이나 자산운용사의 사업 구조에 가깝다.

이러한 움직임을 보인 것은 소더비만이 아니다. 딜로이트&아트택틱의 '아트&파이낸스 리포트 2025'에 따르면 전 세계 미술품 담보대출 시장은 2015년 80억달러(약 11조6900억원)에서 2026년 380억~450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크리스티 역시 이번 실적 발표에서 프라이빗 세일과 함께 예술금융과 자문 업무를 별도로 강조했다.

럭셔리 부문의 성장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소더비의 시계 판매는 64%, 자동차 부문인 RM 소더비는 61% 증가했다. 크리스티의 럭셔리 부문도 시계 판매 호조에 힘입어 15% 성장한 5억3900만달러(약 7870억원)를 기록했다. 두 회사가 다루는 대상이 미술품에서 시계, 보석, 클래식카 등 고액자산가가 보유한 자산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웰스매니지먼트 업계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자산관리 서비스에 미술품 관련 서비스를 포함하는 웰스매니저의 비율은 2011년 25%에서 최근 51%까지 증가했다. 미술품이 감상의 대상을 넘어 대출과 상속, 유동성 관리가 필요한 자산의 한 항목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같은 시기 갤러리 업계에서는 대형 갤러리의 감원과 소규모 갤러리의 폐업이 이어졌다. 경매회사가 프라이빗 세일과 금융, 자문, 럭셔리 자산 거래로 수익원을 넓힌 것과 달리 상당수 갤러리는 여전히 작품 판매에 크게 의존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실적의 격차라기보다 두 업종의 사업 구조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핵심 사업은 여전히 작품 거래다. 그러나 이들이 작품을 다루는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작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담보가치를 평가해 대출을 제공하고, 대출채권을 금융상품으로 만들며, 고객이 보유한 시계와 보석, 클래식카까지 거래와 관리의 대상으로 편입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 이상의 변화다. 경매회사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작품 정보와 가격 데이터, 감정 능력, 고액자산가 고객망이 자산관리 사업의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 거래에서 형성된 전문성과 신뢰를 활용해 고객의 자산 전반을 관리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상반기 실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얼마나 많은 작품을 팔았는가만이 아니다. 공개 경매 밖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무엇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만들고 있는가다. 경매회사는 더 이상 작품을 사고파는 중개회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술품과 수집품을 중심으로 대출과 자문, 거래와 자산관리를 연결하는 종합자산관리회사에 가까워지고 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

류지예 연구원은 경북대학교 경영대학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주제는 미술시장, 예술품 거래데이터분석이며 메타버스, NFT등 예술산업 관련 신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rjy152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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