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달린 '동네 주치의' 빠지자 뿔난 한의사… 그 뒤엔 동네 환자 쟁탈전

박경담 2026. 7. 2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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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해 동네 의원을 사업 대상으로 선정하는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추진하자 한의사계가 반발하고 있다.

한의협은 2019년 시작한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예로 들면서 일차의료 적임 기관이 한의원이라고 강조한다.

이재만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고혈압, 당뇨 등 일차의료 환자가 많이 겪고 있는 질환의 약을 처방해본 적 없는 한의원은 이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라며 "환자 생명을 다루는 일은 한의사가 아닌 의사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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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치의 두는 일차의료 시범사업
반발 거센 한의사단체 "의사 지원금"
의사단체 "고혈압·당뇨약 처방 못 해"
엑스레이·미용 진출 갈등, 전선 확대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해 동네 의원을 사업 대상으로 선정하는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추진하자 한의사계가 반발하고 있다. 한의원도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인 만큼 사업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사와 한의사 간 뿌리 깊은 직역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은 동네 의원이 50세 이상 등록 환자에게 예방접종 안내·생활 습관 개선 등 질병 예방을 위한 의료 서비스와 비대면 상담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환자가 병원을 아플 때만 찾는 게 아니라 평상시에도 주치의처럼 활용하는 걸 목표로 한다.

복지부는 동네 의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의원마다 환자를 최대 1,000명까지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 1인당 건강 상태에 따라 12만4,000원~53만2,000원의 1년 치 수가를 주기로 했다. 다음 달 5일까지 공개 모집하고 심사를 거쳐 총 100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20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사업이 사실상 '의사 지원금 제도'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한의원을 배제한 채 동네 의원에만 투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의협은 동네 의원이 1,000명을 등록 환자로 관리할 경우 연간 1억9,000만 원~2억6,000만 원의 수익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2019년 시작한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예로 들면서 일차의료 적임 기관이 한의원이라고 강조한다. 방문진료 시범사업은 환자 집으로 직접 의사, 한의사가 찾아가 진료하는 제도로 동네 의원에서 환자를 관리하는 이번 시범사업보단 대상이 제한적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한의원은 4,899개로 병·의원 2,139개보다 2배 이상 많다. 이 사업은 처음엔 병·의원에만 도입했다가 2021년 8월부터 참여 기관에 한의원이 포함됐다.


의원-한의원 최전선, 동네 시장 뺏길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모습. 강예진 기자

한의협이 이번 사업 참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일차의료가 한의원과 병·의원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병·의원은 1차 의원, 2차 종합병원, 3차 상급종합병원으로 나뉜다. 반면 한의원은 입원 병상 30개 이상인 한방병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1차급에서 외래 환자를 진료한다. 최대 고객이 동네 환자고, 이를 두고 1차 의원과 경쟁하는 구도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1차 의원만 건보 지원을 받으면 동네 의료 시장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게 한의사계의 주장이다.

유창길 한의협 보험부회장은 "방문진료 시범사업에서 나타났듯이 일차의료에서 한의원의 역할이 크다"며 "한의원은 수술을 하지 않는 가정의학과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어 의원에만 지원금을 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라고 말했다.

반면 의사단체들은 한의원을 사업 대상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재만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고혈압, 당뇨 등 일차의료 환자가 많이 겪고 있는 질환의 약을 처방해본 적 없는 한의원은 이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라며 "환자 생명을 다루는 일은 한의사가 아닌 의사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의사들은 한의학의 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고 한약재의 임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번 시범사업을 계기로 의사와 한의사 간 직역 갈등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양측은 한의사의 엑스레이(X-ray) 등 의료기기 사용, 난임 치료 지원, 피부 미용시장 진출 등을 놓고도 갈등을 겪고 있다.

복지부는 이 사업이 처음부터 한의원 배제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제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일차의료 사업과의 통합·연계 방안을 함께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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