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박스쿨, '극우 집회' 청년들로 '댓글부대' 조직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서 만나 자유승리댓글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리박스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나온 증언을 종합하면,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는 리박스쿨이 댓글부대에 투입할 청년을 찾는 사실상의 스카우트 창구였다.
A씨는 지난해 4월 4일 윤석열 탄핵 선고일로부터 헌법재판소 앞 탄핵반대 집회에서 만나 알고 지내온 C씨와 D씨에게 리박스쿨 댓글부대를 소개했다.
이처럼 손효숙 대표 등에 대한 재판을 통해 밝혀지고 있는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리박스쿨은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 운영에 관여하고, 그 집회에서 청년들을 발굴해 온라인 댓글 공작 활동을 하게 한 뒤 보수를 지급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서 만나 자유승리댓글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광화문 보수 집회에서 리박스쿨 국장을 처음 만났습니다."
"'윤어게인' 집회에 아버지와 함께 갔다가 리박스쿨 국장을 알게 됐습니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만난 청년들을 통해 늘봄학교를 소개받았습니다."
리박스쿨의 댓글공작 조직인 ‘6·3 자유승리댓글단(이하 자승단)’에서 활동한 청년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밝힌 댓글부대 가담 경위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리박스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나온 증언을 종합하면,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는 리박스쿨이 댓글부대에 투입할 청년을 찾는 사실상의 스카우트 창구였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리박스쿨 댓글부대 청년은 8명이다. 이들은 윤석열 계엄 이후 벌어진 각종 집회 현장에서 리박스쿨 간부 등 관계자들과 알게 돼 2025년 5월 3일 자유민주당 사무실에서 열린 댓글 교육에 참석했다. 자유민주당은 고영주 변호사 등이 주축이 된 극우정당이다.
댓글 교육을 받은 청년들은 자승단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들어가 지난해 6월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댓글을 작성했다. 활동을 마친 뒤 리박스쿨 측으로부터 ‘장학금’ 명목의 돈을 받았다.

‘윤어게인’ 집회 청년들, 리박스쿨 댓글부대 가담
리박스쿨 댓글부대 청년들은 어쩌다 불법 댓글공작에 가담하게 된 걸까.
A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2025년 초부터 광화문과 헌법재판소 인근 집회에 매일 참석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선원으로 일하며 해외에 머물렀던 그는 2025년 1월 19일 서부지법 폭동 사태 때 귀국했다. A씨는 “대한민국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돈만 벌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처음에는 광화문 집회에 나가다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게 느껴져 집회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모은 돈은 집회 참석한 친구들 숙박비, 차비를 지원하고 집회 물품을 조달하는 데 쓰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4월말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서 B씨를 만났다. B씨는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로부터 댓글 작업을 할 청년들을 모아달라는 지시를 받은 인물이다.
A씨를 리박스쿨 댓글부대로 끌어들인 B씨는 집회 현장에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정보과학분과위원’이라고 쓰인 명함을 들고 다녔다. B씨는 A씨에게 명함을 주며 “중국 우마오당 같이 악성 여론을 조작하는 (좌파) 단체가 있다. 그런데 우파에는 그런 단체가 없다. 우리도 악성 여론 조작을 대비해 댓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리박스쿨 댓글부대 합류를 권유했다고 한다. 우마오당은 중국 공산당의 댓글부대로, 댓글 1개당 페이를 받고 고용된 청년들을 일컫는다.
A씨는 B씨로부터 “이런 활동이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되니까 믿을만한 사람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A씨는 지난해 4월 4일 윤석열 탄핵 선고일로부터 헌법재판소 앞 탄핵반대 집회에서 만나 알고 지내온 C씨와 D씨에게 리박스쿨 댓글부대를 소개했다.
A씨는 “두 명 외에도 몇 명한테 더 이야기 했는데, 그 친구들은 걱정된다고 해서 참여 안 했고 C, D는 돈보다는 국가부터 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A씨로부터 리박스쿨 댓글부대 참여 권유를 받은 C씨는 법정에서 “어렴풋이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소개를 듣고, ‘그럼 나도 무조건 할래’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가담 이유를 밝혔다.
C씨는 12.3 비상계엄 이후 처음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C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한 이후에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찾아봤다. 부조리하고 잘못된 게 너무 많았고, 내가 편견 속에서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에 분노해서 밖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후 C씨와 A씨는 ‘민초결사대’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집회 현장에서 민초결사대를 본 어르신들은 이들에게 용돈을 줬다. 많게는 한 달에 150만 원씩 꾸준히 돈을 건네는 후원자도 생겼다. “어르신들이 기특해하느냐”는 변호인의 질의에 A씨는 “기특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오열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답했다.

D씨도 “A로부터 ‘여론전을 하는 것이며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의 인식이 이렇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리박스쿨 댓글팀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B씨는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 아버지와 함께 참석한 E씨에게도 접근했다. E씨는 “아버지가 ‘B가 국민의힘 정보과학분과위원이니 전공 살려 일해보라고 자문을 받아보라’고 했다”며 B씨를 만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E씨는 처음에는 B씨를 만나러 간 것이었지만, B씨는 E씨를 자유민주당 사무실에서 열린 리박스쿨 댓글 교육에 초대했다. E씨는 댓글교육을 들은 후 리박스쿨 댓글부대에 참여했다. 그는 법정에서 “우리나라가 잘 사는 방향과 반대인 주장이 너무 많고 허위사실 유포가 많아서 (진실을) 알릴 목적으로” 댓글 작성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씨는 자신의 성장 배경을 설명했다. E씨는 “저는 모태신앙으로 120년이 넘은 교회에 다니고 있다. 항일운동과 6.25 전쟁에 참전한 분들이 계신다. 어렸을 때부터 관련된 말을 들어와서 누가 말하는 것만 들어도 ‘우리 어르신들이 판단하는 것과 반대되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선거를 하게 되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으니, 공익적으로 알릴 목적으로 (댓글을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러 청년들을 리박스쿨 댓글팀으로 끌어들인 B씨는 회사 선배를 통해 손효숙 대표를 소개 받았다. 손효숙 대표는 B씨에게 리박스쿨 댓글팀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한미동맹 등 여러 활동을 네이버 댓글을 활용해서 전개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소정의 경비를 지급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B씨는 리박스쿨에서 중간관리책 역할을 했다. 지난해 5월 30일 뉴스타파에서 리박스쿨 댓글팀 활동이 보도되자, B씨는 손효숙 대표와 최정미 국장 등의 지시를 받아 청년들에게 작성한 댓글을 삭제하라고 전달했다. 또 리박스쿨이 댓글 작성을 하면 주기로 했던 ‘장학금’ 미지급 분을 받아 청년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관련 기사: "댓글 수 보내고 계좌 제출"...리박 청년들, ‘댓글 활동비’ 받았다)
F씨 역시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서 만난 청년들을 통해 리박스쿨과 연결됐다. F씨는 2024년 12월 말 무안국제공항 참사를 계기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증언했다. 유튜브에서 집회에 참여한 청년들의 영상을 본 뒤, 직접 현장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이후 꾸준히 집회에 나갔다고 했다.

F씨는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서 알게 된 청년으로부터 리박스쿨의 ‘늘봄학교’ 교육을 소개받았다. 이후 직접 손효숙 대표에게 전화해 리박스쿨의 늘봄학교 교육을 수강했다. 리박스쿨의 늘봄학교 교육은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자격증을 수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후 F씨는 손효숙 대표로부터 리박스쿨 댓글부대 활동을 권유 받았다.
“이재명 비방 댓글 쓰면 20만 원”...보수 커뮤니티에서도 모집
집회가 아닌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댓글부대에 가담한 경우도 있었다. G씨는 2025년 4월 보수 성향 커뮤니티의 메신저를 통해 B씨를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검사가 "댓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참여자를 구한다는 말을 들었느냐"고 묻자 G씨는 "기억난다”며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댓글을 작성하면 20만 원을 준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당시 G씨는 “회사를 그만둔 직후라 수입이 없었던 점도 참여 이유 중 하나”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가 범죄 이력이 많고 선거철마다 이상한 소리를 해서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윤어게인 집회’에서 청년 연락처 수집한 리박스쿨 간부
리박스쿨 간부들이 윤석열 지지 집회 현장에서 청년들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SNS활동을 권유한 정황도 확인됐다.
H씨는 광화문 집회에서 최정미 리박스쿨 국장을 처음 만났다고 증언했다. 청년은 아니지만 댓글팀에 합류한 I씨도 집회 현장에서 최정미 국장을 알게됐다.
최정미 국장은 리박스쿨에서 교육과 댓글 활동뿐 아니라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도 직접 관여한 인물이다. 그는 2025년 1월 19일 새벽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 전날, 서부지법 앞 집회 주최자 중 한 명이었다.
서부지법 집회 주최자로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은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는 “서부지법 폭동이 일어나기 전날인 1월 18일 오후 2시쯤 원래 집회 신고자로부터, 나와 최정미가 함께 (집회 주최 자격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신혜식 대표는 최정미 국장이 집회 현장에서 청년들의 연락처를 수집하는 모습도 봤다고 한다. 집회 현장 무대에 올라 발언하는 청년 등 집회참가자들의 연락처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최정미 국장도 지난해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자신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집회에서 만난 청년들에게 소셜미디어 활동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손효숙 대표 등에 대한 재판을 통해 밝혀지고 있는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리박스쿨은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 운영에 관여하고, 그 집회에서 청년들을 발굴해 온라인 댓글 공작 활동을 하게 한 뒤 보수를 지급했다. 리박스쿨이 극우 집회를 윤석열의 내란 옹호를 넘어 리박스쿨 댓글부대에 가담할 청년을 모집하는 일종의 통로로 활용한 것이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