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겨냥… 보유세·거래세 결국 다 올린다

김승현 기자 2026. 7. 28. 00: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초고가 주택엔 종부세 중과 방침
한성숙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2차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임기근 국무조정실장, 한 총리,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박성원 기자

정부가 다음 달 초 발표할 세제 개편안에는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는 방안이 모두 포함될 예정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잇따라 조인 작년 6·27, 10·15 대책에도 이재명 정부 첫 1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 가격이 2억원 가까이 뛰는 등 집값을 잡는 데 실패하자 증세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이다.

개편안에는 1주택 보유자의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 담길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만들어 낸 ‘똘똘한 한 채’ 선호 경향이 최근 집값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판단에,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까지 징벌적 정책의 타깃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실패를 고가 주택 실거주자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이 같은 증세 기조가 정부가 기대하는 매물 증가와 부동산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39년 만에 양도세 공제 폐지

정부는 보유 기간에 따른 양도소득세 공제 혜택을 폐지하고 거주 기간 공제 한도를 10억원대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장특공제는 주택 보유 기간 물가 상승세를 감안해 주택 매도자가 실제 거둔 이익을 계산한 뒤 세금을 매기겠다는 취지로 1989년 도입됐다. 물가 상승으로 집값이 자연스럽게 오른 만큼 그에 따른 양도 차익에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019년까지는 단 하루도 실제 거주하지 않고 보유만 해도 양도 차익의 80%를 깎아줬다. 2020년 최소 2년의 거주 요건이 추가됐고 이후 혜택을 줄이다가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보유 공제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제 혜택이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라 거주 공제 한도를 10억원대로 줄이기로 했다. 국세청이 2024년 걷힌 주택 양도세 2만4816채를 전수 조사한 결과, 한 채당 평균 공제액은 전국 2억277만원, 서울은 2억4109만원이었다.

하지만 불가피한 비(非)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집값이 비싸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사람들, 직장 이동이나 육아, 결혼, 이혼 등으로 실거주를 못하는 다양한 경우가 있는데 이 모두를 투기꾼으로 뭉뚱그려 세 혜택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현재 한도가 없는 거주 공제에 대해 새롭게 한도를 둬 세금 혜택을 축소하려는 정부 움직임을 두고도 장기 거주 고령자 등 투기와 거리가 먼 선량한 1주택자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거래세를 높이면 매물이 잠기고,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23일 서울 시내 아파트단지의 모습. /뉴시스

◇고가 주택에 종부세 더 부과

징벌적 보유세 성격을 지닌 종합부동산세도 강화된다. 고가 주택일수록 세금을 더 매길 방침이다. 세율을 높이는 방식 대신 현재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고가 주택일수록 높여 세금을 무겁게 물리기로 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법을 고치지 않고도 정부가 자체 시행령 개정을 거쳐 60~100% 범위에서 바꿀 수 있다.

다주택자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방식 대신 1주택자든 다주택자든 가지고 있는 모든 주택의 합산 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안도 이번 세제 개편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를 주로 겨냥해 온 노무현 정부 이후 그간의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안과 달리 이번 개편안은 최근 집값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의 ‘똘똘한 한 채’ 보유자들의 세금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보유세·거래세 동시 강화, 모순된 신호”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유세 강화로 팔라는 신호와 거래세 강화로 팔지 말라는 신호를 동시에 주는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권대중 한성대 교수는 “보유세를 높이면 양도세나 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춰 시장 매물이 나오게 하는 게 시장 원리에 따른 정책의 기본”이라며 “현 정부는 양도세를 거래세로 보지 않고 세수 확보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문성 교수도 “부동산 정책 개편의 목적이 증세인지 집값 안정인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세계 유일의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로 일원화하는 등 전면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납세자 입장에서 내가 얼마를 세금으로 내야 할지 명확히 알 수 있게 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면 다른 주요 선진국들처럼 재산세 중심의 단일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부동산토론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서울 지역 아파트 값이 오른 이유를 일부 사람들에게 떠넘겨 모면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