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불법촬영’ 아들 걸리자, 휴대폰 증거인멸해준 경찰 아빠

10대 아들이 불법 촬영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폐기한 혐의로 현직 경찰 간부가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27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전주 덕진경찰서 소속 A 경감을 증거 인멸 등 혐의로 입건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생인 A 경감의 아들이 자신의 담임인 여교사를 상대로 불법 촬영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행 당일 피해 교사는 이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고, 학교는 즉각 A 경감 등 부모에게 범행 사실을 통보했다. A 경감은 아들의 범행 사실을 인지한 직후, 아들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를 파손하고 폐기한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 교사는 사건 발생 며칠 뒤 정식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 조사 당시 A 경감의 아들은 “불법 촬영을 위해 촬영 버튼을 눌렀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러나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의 행방에 대해서는 “휴대전화가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범행을 인정했다는 이유로 휴대전화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 등은 하지 않고 지난 6월 말 검찰에 송치했다.
자칫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뻔했던 A 경감의 증거 인멸 의혹은 경찰청 본청이 움직이면서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최근 광주경찰청에서 불거진 ‘장윤기 수사 비위 의혹’ 이후, 경찰청은 사건 관계인 중 경찰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일선 서에 해당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A 경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전북경찰청은 지난주 A 경감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A 경감 부부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으며, 폐기된 아들의 범행 당시 휴대전화를 찾기 위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현재 A 경감의 아들은 사건 이후 새 휴대전화를 개통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형법상 친족 특례 규정에 따라 직계혈족을 처벌할 수는 없지만, 혐의에 대한 입건은 가능하며 현재 의혹을 확인하는 수사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초기 수사를 맡았던 완산서 수사팀과 A 경감 간의 유착 여부에 대해서도 혐의점이 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나, 현재까지 뚜렷하게 확인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A 경감은 지난주 압수수색을 받은 직후 경찰 내부망에 자신에 대한 수사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항변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다수의 동료 경찰관들 사이에서도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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