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머문 호텔은? 노태우·고르비도 만났던 '서부의 백악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중심부가 내려다보이는 노브힐 언덕에 자리 잡은 페어몬트 호텔 주변은 평소와 달리 삼엄한 경비가 이어졌다.
1907년 문을 연 이 도시의 랜드마크 페어몬트 호텔은 '서부의 백악관'으로 불리며 미국 대통령들의 숙소이자 세계 정상들의 외교 무대로 활용됐다. 해리 트루먼 미 33대 대통령을 시작으로 당대 생존한 거의 모든 미국 대통령들이 이 호텔을 찾았다는 게 페어몬트의 기록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루먼~바이든, 역대 미 대통령 거쳐
李 대통령 샌프란서 AI 비전 선언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중심부가 내려다보이는 노브힐 언덕에 자리 잡은 페어몬트 호텔 주변은 평소와 달리 삼엄한 경비가 이어졌다. 평소 주차가 가능한 도로변에는 주차금지 안내가 붙었고, 호텔 입구에는 태극기가 걸렸다. 로비에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강경화 주미대사 등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분주히 오갔다.
1907년 문을 연 이 도시의 랜드마크 페어몬트 호텔은 '서부의 백악관'으로 불리며 미국 대통령들의 숙소이자 세계 정상들의 외교 무대로 활용됐다. 해리 트루먼 미 33대 대통령을 시작으로 당대 생존한 거의 모든 미국 대통령들이 이 호텔을 찾았다는 게 페어몬트의 기록이다.가장 최근에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023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정상회의 당시 이곳에 머물렀다. 24,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곳에 머물며 '한국의 인공지능(AI) 황금기'를 알리는 새로운 장면을 남기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에게 페어몬트 호텔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이 호텔이 '도시의 상징'이 된 건 1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6년 7.8 규모 대지진에 화재까지 겹치며 샌프란시스코 도시는 폐허가 됐지만, 준공을 앞두고 있던 이 호텔은 뼈대를 그대로 유지해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건물'로 명성을 얻었다. 도시 재건과 함께 이듬해 개관한 이 호텔은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굳건한 건축물로 자리매김했다.

호텔 내부에 보존된 기록들은 이곳이 거쳐 온 굵직한 역사적 순간들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이 호텔에서 일하는 세저 카르사는 이날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밋업' 취재차 현장을 찾은 본보에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사진이 걸린 벽을 가리키며 이 호텔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했다.
'헤리티지 홀웨이(역사 전시 복도)'로 불리는 이 통로에는 샌프란시스코의 근현대사와 맞물린 페어몬트의 역사가 사진으로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이 복도를 장식한 인물들은 세계 근현대사의 한 장면을 이곳에서 남겼다. 120년 가까이 샌프란시스코의 격변을 지켜본 이 호텔에선 미국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외국 정상들과 정치인, 기업인, 할리우드 스타 등 유명 인사들이 머물거나 행사를 개최했다. 1945년 이 도시에서 유엔 창설을 위한 국제회의가 열렸을 땐 트루먼(33대) 미 대통령이 이곳에서 대표단을 만났고, 유엔헌장 서명은 이곳 가든룸에서 이뤄졌다. 존 F 케네디(35대), 린든 B 존슨(36대), 리처드 닉슨(37대), 제럴드 포드(38대), 지미 카터(39대) 대통령도 이곳에 묵었다.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중대한 외교적 전환점에도 페어몬트 호텔이 그 배경에 있었다. 1990년 6월 4일에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 한국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냉전 외교의 한 장면을 이곳에서 만들었다.
고르바초프는 노 전 대통령과 극비리에 만나며 한국과 소련 역사상 첫 정상회담이 여기서 열렸다. 적대 국가였던 양국이 수교를 맺고 동북아시아 냉전 구도를 깨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같은 날 퇴임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부부도 고르바초프를 만났다. 과거 소련을 비판했던 미 대통령과 개혁을 이끌던 소련 지도자의 우호적인 만남은 긴장 완화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페어몬트 공식 역사 자료엔 "당시 호텔이 냉전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국 공관(foreign mission)'으로 지정됐다"고 기록됐다.

이후에도 백악관 주인이 바뀔 때마다 서부 순방의 중심지는 늘 페어몬트였다. 빌 클린턴(42대) 전 대통령은 1993년 선거 유세 중 페어몬트에 처음 체크인한 뒤 재임 기간 여러 차례 부인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고 호텔 측은 전했다. 아버지 조지 H W 부시(41대)와 아들 조지 W 부시(43대) 대통령 모두 이곳에 투숙했고, 버락 오바마(44대) 대통령도 서부 방문 당시 이 호텔에 머물렀다.
유서 깊은 이 호텔에는 AI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대한민국의 발자취가 새롭게 추가됐다.
이 대통령은 24, 25일 방미 이틀간 이 호텔에 머물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등 '글로벌 AI 거물'들을 잇따라 만났다. 이튿날에는 다수의 기술 기업을 키워낸 '킹메이커'라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 주요 인사들도 만났다.
샌프란시스코= 박지연 특파원 jyp@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380만원 장례 대신 200만원대… '빈소 없는 이별' 늘었다-사회ㅣ한국일보
- "강남 집 한 채에 200억 공제"… 국세청장, 장특공 개편 촉구-경제ㅣ한국일보
- 10억 재산 독신 중년, 자식 버린 부모에게 3억 상속 거부하려면…-오피니언ㅣ한국일보
- 여권 분열 조짐에 돌아온 장동혁... '장외투쟁' 접고 원내 총력전-정치ㅣ한국일보
- 홍준표, 한동훈 저격? "너 때문에 李 정권이 검찰 해체"-정치ㅣ한국일보
- 유시민, 이 대통령 또 비판... "당대표는 대통령 부하가 아니다"-정치ㅣ한국일보
- "워터밤인가, 벗는 밤인가"… 과열된 노출 경쟁에 신음하는 가수들-문화ㅣ한국일보
- 애국 매수에 '돈쭐난' 모나미… 그래도 마냥 웃기 힘든 이유는?-경제ㅣ한국일보
- 이효리, 요가원 개원 1년 만 돌연 사과… 수강생 향해 일침까지-문화ㅣ한국일보
- "밤마다 무섭다" 자살 유족이 건 전화… 아들 보내고 딸 같은 선생님 왔다-사회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