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진다 [아침햇발]

이춘재 기자 2026. 7. 26. 15: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검찰개혁은 기소를 독점한 검찰이 수사까지 장악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수사 구조를 뜯어고치는 것이다. 검찰총장이나 일선 지검장의 '결심'에 따라 타깃을 정해놓고 특수부 검사들을 대거 투입해 수사 대상을 탈탈 터는 것이다.

내란의 1차적 원인은 윤석열이지만, 그가 대통령이 된 배경에 수사와 기소를 한 손에 쥔 검찰이 있었다.

경기도지사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는 경찰의 불송치 사건을 윤석열 정권 검찰이 되살려 '정치적 기소'를 한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밋업’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재 | 논설위원

검찰개혁은 기소를 독점한 검찰이 수사까지 장악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수사 구조를 뜯어고치는 것이다. 수사를 개시한 검사의 확증편향이 무리한 기소로 이어지면 무고한 사람의 인생이 (윤석열이 말한 대로) ‘결딴난다’. ‘수사-기소 분리’가 검찰개혁의 핵심이 된 배경이다. 여기서 수사는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는 ‘인지수사’(認知搜査)를 가리킨다. 검찰총장이나 일선 지검장의 ‘결심’에 따라 타깃을 정해놓고 특수부 검사들을 대거 투입해 수사 대상을 탈탈 터는 것이다. 검찰에 찍혔거나 정권에 밉보인 정치인, 노동운동 및 시민단체 활동가, 기업인 등이 타깃이 됐다. 검찰은 이런 수사를 활용해 자신들의 존재감과 권력을 키웠고, 급기야 정권까지 거머쥐었다.

경찰이 수사해서 넘긴 사건을 형사부 검사가 기소하기 전에 ‘보완’하는 것은 애초 개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 말기인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이 만들어졌을 때도 검찰 보완수사권은 ‘사건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여 남겨뒀다. 경찰 수사를 검증하는 기능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랬던 것이 지금은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가 개혁의 진정성을 가르는 기준처럼 돼버렸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직접적인 계기는 ‘12·3 내란’이다. 내란의 1차적 원인은 윤석열이지만, 그가 대통령이 된 배경에 수사와 기소를 한 손에 쥔 검찰이 있었다. 따라서 내란세력을 응징하려면 ‘검찰에 어떠한 형태의 수사권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민주당 ‘코어 지지층’(유시민이 말한)은 한발 더 나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까지 투영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정치적 신념으로 승화시켰다.

문제는 ‘장윤기 사건’ 피해자 유족이나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처럼 범죄 피해를 당한 쪽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있다. 부실한 경찰 수사에 억장이 무너질 때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김진주씨는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피해자가 경찰 단계부터 변호사를 선임해 직접 증거를 찾아야 할 수 있다”고 했다.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안 되는 범죄 피해자는 사각지대로 내몰릴 것이라는 경고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안으로 내놓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보완수사 전담 조직’도 피해자에겐 미봉책이다. 성범죄 등 7개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는 경찰이 모든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전건송치’를 한다면서 보완수사는 검찰이 아닌 중수청에 맡긴다고 한다. 사건을 검토한 검사가 보완하면 금방 끝낼 것을, 지름길을 놔두고 먼 길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가해자가 언제 보복할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사기 피해로 당장 먹고사는 게 급한 피해자에게 기다림은 또 다른 고통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중대범죄를 전담하려고 만든 ‘정예 부대’에 일반 사건의 보완을 맡기면 과연 제대로 할까. 아마도 이 조직은 중수청의 한직이 될 것이다. 공소청에 남은 검사에겐 못 주겠다는 보완수사권을 중수청으로 간 검사에게 주는 건 괜찮은지, ‘정치 검찰’ 같은 ‘정치 중수청’이 탄생할 가능성은 없다는 건지 의문이 한두개가 아니다. 특정 정치세력의 ‘신념’을 관철시키려다 보니 뭔가 자꾸 꼬이는 느낌이다. 형사사법제도는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래도 되는가.

이재명 대통령이 ‘예외적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런 모순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의 측근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제로 한다면, 보다 철저하게 1%의 피해도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대통령의 생각을 대변했다. 이 대통령이야말로 검찰 보완수사권 남용의 피해자로 볼 수 있다. 경기도지사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는 경찰의 불송치 사건을 윤석열 정권 검찰이 되살려 ‘정치적 기소’를 한 것이다. 그럼에도 ‘예외적 인정’을 강조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상하게도 전면에 나서지는 않는다. 부동산을 비롯한 다른 국정 현안을 대하는 태도와 대조적이다. 검찰개혁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진다. 민주당의 코어 지지층도 대신해줄 수 없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은 지금 이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하다.

cjle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