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원전 감축' 포기에 명분도 해명도 없어
폭발적 전력수요 증가 전망치 근거는 무엇인가
남아도는 전력과 전력낭비 무시하고 증설 논의
원전 2기 추가 발표 이어 4기 추가 도입 움직임
원전은 경직성 에너지…재생에너지 보완 안해
부족한 건 전기 아니라 송전망…출력제한 증가
전압별 요금제 조속히 도입해서 절전 유도하고
대공장 발전소 옆에 짓게 해 송배전 수요 줄여야
오염자 부담원칙 관철되면 전기소비 대폭 줄 것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증설 계획 '백지화'하고
전기 수요관리 대책과 추진일정부터 제시해야
![새울 3, 4호기 원전 건설 전경. 2025.12.19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25/552865-A1PVkLX/20260725090851703jywx.jpg)
이재명 정부가 원자력발전에 대해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 윤석열 정부에서 계획했던 신규 원전 이외에도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최근 밝힘으로써 '감원전(減原電·단계적 원전 감축)' 정책기조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이런 중대한 입장 표변에 대해 부적절한 여론조사 결과 이외에는 아무런 논쟁도, 의견수렴 절차도 없었고, 납득할 만한 해명조차 없다는 것도 그저 놀라울 뿐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12차 전략수급기본계획(전기본·2026~2040)에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소형원자로모듈(SMR)의 도입을 공식화했다. "전력수요 급증과 기저 전원 안정화를 위한 신규원전과 SMR 도입 여부를 전문가 의견과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12차 전기본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도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건설은 안 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 왔다.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에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니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고 하는데 여기엔 맹점이 있다"면서 "원전을 새로 짓는 데는 부지 선정부터 최소 15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에는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가장 신속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탈핵'에서 '감원전'에 이어 핵발전소 '증설'로 조용히 유턴
그러나 올해 초 기류가 바뀌었다. 정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확정한 제11차 전기본 (2024~2038년)에 들어 있던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김성환 장관은 1월 26일 신규 원전 2기 및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부지 선정 절차를 정상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원전 필요성 및 신규 원전 추진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성환 장관은 핵 발전 입장 전환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명분을 들었다. 하나는 전력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2040년까지 용인과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 AI 데이터센터에 확정적으로 늘어날 전기수요는 약 30기가와트(GW)이고, 잠재수요와 내연차의 전기차 전환, 건물 난방 전기화까지 더하면 약 50GW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추정치는 근거가 불확실하고, 데이터센터의 폐해와 이에 대한 세계적인 역풍 등을 감안할 때 과다책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지금 낭비되고 있는 전기가 얼마나 되는지, 앞으로도 불요불급한 전력 소비를 줄이는 수요관리는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부터 반성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금 전영환 홍익대 교수의 말대로 "전기가 부족한 게 아니라 전기를 보내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다른 하나의 명분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전을 기저 전원으로 결합하는 '실용적 에너지 믹스'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상호 보완적이 아니라 상호 배타적이다. 둘 다 전력 생산량을 마음먹은 만큼 늘리거나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호남 반도체 산단에 대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원전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은 원전 확대론자들의 궤변에 불과하다.

수요관리부터 하고 나서 발전소 증설 여부 논의해야
먼저 전력 수요관리에 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는 세계에서 미국, 캐나다 다음으로 많다. 대부분 선진국에 비해 30~50% 더 많은 1인당 전력 소비를 그들 평균 수준으로 줄이면 기존 원전 전부를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전력 소비를 더 줄일 수 있는 방안들을 이 잡듯이 다 강구하고 있는지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절전이나 전력 수요관리라는 말이 아예 사라졌다.
미국의 시장정보 조사업체 비주얼캐피털리스트에 따르면 에너지 분석기관 엠버가 2024년 주요국 전력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1인당 전기소비량이 1만 2092킬로와트시(㎾h)로 캐나다(1만5708㎾h)와 미국(1만2741㎾h)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땅이 좁은데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8213㎾h)보다는 1인당 약 30%, 유럽 선진국인 프랑스(7028㎾h)나 독일(5984㎾h)보다는 전기를 배 안팎으로 더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전기를 많이 쓰는 제조업 비중이 약 27.2%(2025년 기준)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그 비중이 20%에 육박하는 독일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은 전기를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국회예산정책처의 '2026 대한민국 경제' 보고서).
전력 수요관리 핵심은 교차보조 폐지와 전압별 요금제
즉 우리가 1인당 전기 소비를 이 선진국 중 평균보다 살짝 더 높은 나라의 수준까지만 줄여도 원전 증설 여부, 재생에너지 입지 갈등 등 에너지를 둘러싼 많은 쟁점들이 절로 해소된다. 탄소중립 목표에도 훌쩍 다가서게 된다. 전문가들은 전기 소비를 그렇게 쉽게 줄일 수 없다고 반박하겠지만, 자유시장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만 관철시키면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오염자 부담원칙이 그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요금제의 부분적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기업들의 절전 시도를 이끌어 내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발전소 가까운 곳에 공장을 짓는다든지, 생산공정의 폐열을 이용한 자가발전을 활용한다든지, 절전을 위한 설비투자를 하는 등의 자발적 절전 노력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주로 송전 거리에 따라 요금이 비싸지는 전압별 요금제를 서둘러 정착시켜야 한다. 전력의 생산비와 환경비용이 높아지는 만큼 소비자가 그에 비례해 비싼, 경우에 따라 가중적으로 더 비싼 요금을 내도록 하면 기업들은 스스로 절전에 나서게 돼 있다. 정부도 장기적으로는 전압별 요금제로 가겠다고 말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풀려진 미래의 전기수요를 확정하기 앞서 전기요금제도의 근본적 혁신을 포함한 전력 수요관리 대책과 시행 일정표부터 내놔야 한다.
부족한 것은 송전선…전력수요 급증 전망치의 근거는 무엇인가
"본질을 봐야 한다. 전기가 부족한 게 아니라 전기를 보내지 못하는 게 문제다. 호남은 변전소가 포화 상태라 태양광을 새로 연결하지 못하고, 송전망이 없어 재생(에너지) 건설 허가 자체가 나지 않는다. 2030년까지 채우겠다는 재생 에너지 물량도 송전망을 연결하지 못하는 상태다." (전영환 전 홍익대 교수. 이정환 성공회대 교수와의 페이스북 인터뷰)

그런데도 전국적으로 전력공급이 기준 이상으로 넘칠 때 근년에는 원전마저도 출력제한(출력 감발)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예년에 연간 2~3회에 그치던 출력제한은 2024~2025년 사이에는 연간 22~25회 발생했다. 출력제한 폭이 최대 20%로 적은 비중이기는 하지만, 지금도 원전의 발전량을 다 쓰지 못하는데 추가 원자로를, 그것도 전기가 남아도는 경북 지역에 건설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도 모자라서 호남 반도체 산단을 위해 원전 4기 이상이 더 필요하다는 말까지 원전업계와 정부에서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원전은 경직성 에너지, 발전 포트폴리오 비중 높일 수 없어
원전은 유연성이 가장 없는 경직성 에너지다. 원자로의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단 일어나면 껐다 켰다 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런데 전기는 매 순간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 한다. 공급이 더 많으면 전기의 주파수가 올라가고 소비가 더 많으면 주파수가 떨어진다. 어느 한 발전소에서 수요보다 많은 전기가 생산되면 전국의 발전소에서 일정한 주파수를 유지하기 위해 주파수를 낮춰야 한다. 이런 과잉생산이 전국의 발전기들이 흡수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라고 판단되면 발전소에 대해 출력제한을 해야 한다. 전력 수요가 적은 봄과 가을의 맑은 날 낮에 태양광 발전의 출력이 제한되는 경우가 잦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2026.6.2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25/552865-A1PVkLX/20260725090858281jxwg.jpg)
다행히 LNG 발전 용량은 남아돈다. 11차 전기본(전력수급기본계획)에 LNG 발전 69GW가 잡혀 있는데 2038년 이용률이 12.3%에 그친다. 전 교수는 "LNG 50GW가 남아도는데, 언제라도 끌어다 쓸 수 있는데, 원전 6GW가 필요한가"라고 반문한다.
결국 용인에 공급해야 하는 12GW 규모의 전기가 문제다. 현실상 인구밀집지역에 LNG 발전소를 너무 많이 지을 수 없다. 전 교수는 말했다. "용인은 송전망이 부족한 게 아니라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지중화는 효율이 떨어지고 충남에서 끌어가는 데도 한계가 있다. (용인을 포기하고) 전기가 있는 곳으로 공장이 가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언론의 걱정과 달리 호남 반도체 산단에 필요한 6.3GW는 오히려 문제 될 게 없다. 광주-전남은 전력자급률이 200%에 가깝다. 한빛원전이 5.9GW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고 재생 에너지 설비가 6GW 규모다.
정부는 문제의 근원인 용인 국가산단 계획과 원전 증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에너지 지산지소와 대공장의 지방이전을 촉진할 전압별 요금제를 속히 전면 도입해야 한다. ☞참고 글 : 3일자, 전기 없는 '졸속'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재검토할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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