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한국 러시아산 LNG 수입 제재 예외 규정 마련

이원배 기자 2026. 7. 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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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EU 제재 면제로 LNG 200만톤 이상 안정적 도입”
산업부 “현안이 제도적 조치로 이어진 실질적 정상외교 성과”

유럽연합(EU)이사회가 한국의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과 관련해 제재 예외 규정을 마련해 가스 도입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산업통상부는 EU 이사회가 23일(현지시간) 한국의 러시아산 LNG 수입 관련 예외규정을 포함한 제21차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를 채택했다고 24일 밝혔다.

산업부 설명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러시아 사할린Ⅱ LNG 프로젝트로 체결한 장기계약에 따라 연간 150만톤의 LNG를 국내에 도입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05년 7월 체결했으며 계약 기간은 2008년 4월부터 2028년 3월까지 20년이다. 계약물량은 연간 150만톤 규모이다.

하지만 사할린Ⅱ LNG 수송선박에 대한 원보험은 국내 보험사가 제공하고 있지만 재보험에는 EU 및 영국에 있는 보험사가 상당 부분 참여하고 있어 관련 서비스가 제재로 제한될 경우 잔여계약 기간 동안 약 200만톤의 LNG 도입(약 1조7500억원 규모)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EU의 대러 제재가 한국의 기존 장기계약과 국내 LNG 수급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정상·고위급 및 실무급 외교·통상 채널을 통해 한국의 특수한 사정을 반영한 예외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특히 지난달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EU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국민경제와 에너지 안보에 직결된 핵심 경제·통상 현안으로 논의되면서 양측 간 협의가 크게 진전됐다. 논의 결과 EU의 주요 파트너국으로서 안정적인 에너지 도입을 위한 예외 필요성이 인정돼 이번 러시아 제재 패키지에 반영됐으며 EU 회원국 간 심의를 거쳐 최종 채택된 것으로 산업부는 평가했다.

EU는 지난해 10월 제19차 제재 패키지를 통해 제3국으로 수출되는 러시아산 LNG과 관련된 EU 기업의 서비스 제공(운송·기술지원·중개·금융 등)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으며 계약기간 1년 이상의 장기 계약분에 대해서는 내년 1월 1일부터 이 조치가 발효될 예정이었다.

EU 이사회 발표에 따르면 대러시아 제재로 인한 파트너 국가의 에너지 공급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 사할린Ⅱ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LNG를 한국 및 일본으로 운송하는 경우에 한해 2028년 3월 31일까지 관련 EU 제재에서 제외하는 예외 규정을 신설했다.

이번 EU의 조치로 EU 관할 보험사·재보험사 등이 한국으로 수입되는 사할린Ⅱ LNG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한국의 일일 LNG 판매량 20일분을 상회하는 물량이 안정적으로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할린Ⅱ LNG는 동절기의 도입 비중이 높고 한국과 근거리에 위치(편도 4일 소요)해 에너지 수급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산업부는 다만 재보험 구조에 영국 소재 보험사도 참여하고 있어 이번 EU 예외만으로 전체 LNG 수송 리스크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며 사할린Ⅱ 계약물량을 종료 시점까지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제재에서도 상응하는 예외가 추가로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EU와 유사한 대러 제재를 운용하고 있는 영국에 대해서도 가스공사의 기존 장기계약 이행에 필요한 보험·재보험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예외 적용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향후 EU가 한국의 기존 장기계약과 에너지 수급 여건을 고려해 예외를 인정한 사례를 영국과의 협의에 적극 활용하고 영국 정부 및 관계 기관과의 고위급·실무급 협의를 통해 관련 리스크를 조속히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산업부 통상법무기획과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한-EU 정상회담을 정점으로 정상·고위급·실무급에서 전방위적인 협의를 진행한 결과로서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우리 기업과 국민경제의 핵심 현안이 구체적인 제도적 조치로 이어진 실질적인 정상외교 성과”라고 밝혔다.

한편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지난달 12일 SNS에 올린 글에서 한-EU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상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정관 장관은 “글로벌 무역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보호무역 강화, 공급망 재편, 경제안보 부상 등으로 더 이상 통상당국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 과제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정상회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통상과 산업, 안보와 외교가 긴밀히 연결된 현안일수록 국가 최고 지도자 간 신뢰와 협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김 장관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정상외교의 힘이다. 복잡한 경제·통상 현안일수록 실무 협상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벽이 존재하며 이를 돌파하는 계기는 정상의 글로벌 리더십과 정상 간 신뢰와 결단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님은 주요국 정상들과의 소통을 확대하며 우리 기업의 활동 공간을 넓히고 새로운 협력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경제와 안보가 결합된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이러한 정상외교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