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0% 글로벌 관세→12.5% 301조 관세…트럼프 새 관세의 계산법
품목별 부담은 달라져…트럼프, 과잉생산 조사까지 예고하며 장기 관세 체계 구축

23일(현지시간) 미국이 한국에 '12.5% 강제노동 관세'를 최종 확정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한국산 제품에 12.5%의 관세를 새로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글로벌 10% 관세를 보다 강력한 법적 근거를 가진 새로운 관세 체계로 전환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한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최종 관세율을 12.5%로 맞추는 방식(net of MFN)'이 적용돼 일률적으로 12.5%의 추가 관세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즉, 단순히 '한국에 12.5% 관세가 부과됐다'라고 일반화하긴 어렵다.
◆ 150일짜리 글로벌 관세의 '후속편'
이번 조치의 배경은 지난 2월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도입했던 상호관세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의 글로벌 관세를 한시적으로 부과했다.
문제는 무역법 122조에 따른 관세는 최대 150일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료 시점인 24일(현지시간)을 앞두고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 강제노동 관세를 내놓으며 새로운 관세 체계를 구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제노동 근절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미국 언론과 통상 전문가들은 사실상 대법원 판결 이후 흔들린 기존 관세 체계를 법적 기반이 더 강한 무역법 301조로 재구성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한국은 왜 '12.5%'인가?
가장 오해하기 쉬운 대목은 '한국산 제품에 12.5%의 관세가 일괄 추가되느냐?'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최종 관보를 보면 한국과 일본, 스위스에는 다른 국가와 달리 '12.5% net of MFN'이라는 별도 방식을 적용했다.
이는 기존 최혜국대우(MFN) 관세를 포함해 최종 관세율이 12.5%가 되도록 301조 관세를 조정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기존 미국의 MFN 관세율이 2.5%인 품목이라면 301조 관세 10%를 더해 최종 12.5%가 된다.
MFN 관세가 5%인 품목은 7.5%를 추가하고, 이미 MFN 관세가 12.5% 이상인 품목은 별도의 301조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즉 한국산 제품에 12.5%를 일괄 더하는 구조가 아니라 품목별 기존 관세를 감안해 최종 세율을 맞추는 방식이다.
◆ 실질 부담은 품목마다 달라
이 때문에 이번 조치를 단순히 '관세가 10%에서 12.5%로 2.5%포인트 올랐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기존에는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10% 관세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품목별 MFN 관세와 301조 관세를 합산하는 구조로 바뀌기 때문이다.
기존 MFN 관세가 낮은 품목은 실질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MFN 관세가 이미 높은 품목은 추가 부담이 거의 없거나 없을 수도 있다.
결국 기업들이 체감하는 영향은 업종과 품목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 관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적 안정성'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의 의미를 단순한 2.5%포인트 관세 인상이 아니라 미국의 관세 체계가 장기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는 한시적 조치였지만, 무역법 301조는 대통령에게 보다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만큼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강제노동 조사 외에도 구조적 과잉생산에 대한 301조 조사도 진행 중이다. 과잉생산 조사 결과까지 발표되면 국가별·산업별 새로운 관세 체계가 추가로 구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강제노동 관세를 기존 글로벌 10% 관세의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보다 견고한 법적 기반 위에서 장기적인 관세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첫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단기적인 관세율 변화보다 미국 통상정책의 구조적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