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李, 호남 반도체 산단 설립 의지 정말 있나”

박세준 기자 2026. 7. 2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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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반도체와 대한민국] ‘삼성 30년 엔지니어’ 양향자의 국힘 생존 로드맵

● 10년 전 ‘호남 반도체’ 얘기에 “그게 되겠냐”던 與사람들
● 돈으로 인프라 해결해도 인재 부족 문제는 해결 안 돼
● “탈원전이 반도체 목줄 죈다”…정전 한 번에 조 단위 손실
● 6·3 때 조응천과 단일화? “나중에 얘기하자”
● 총선까지 1년 9개월…합리적 새 지도부 필요
● 국힘, 경제·첨단산업 등 전문 정당으로 거듭나야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7월 6일 국회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태식 객원기자
"2016년 처음 정치를 시작하던 해부터 나는 호남에 반도체 산업단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향자(59)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말이다. 양 최고위원은 30년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했다. 광주여상을 졸업한 고졸 사원이었지만 회사를 다니며 대학을 졸업했고, 삼성그룹 설립 이래 최초로 여상 출신 임원이 됐다. 이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았고, 2016년 20대 총선에 출마했다. 양 최고위원은 고향인 광주 서구을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천정배 국민의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이때 그가 내세운 공약 중 하나가 호남 반도체 산단 조성이었다. 

양 최고위원은 "그때만 해도 광주에서 국민의당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국민의당 관계자들로부터 '호남에 그게 되겠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그의 구상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6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호남에 메모리 반도체 팹(생산설비) 4기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양 최고위원은 "당시 국민의당 관계자들 중 일부는 지금 더불어민주당에 몸담고 있는데 그들마저 이 대통령의 결단을 칭찬하는 것을 보고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양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에 대한 걱정도 깊다. 당내 갈등이 수습되지 않고 있어서다. 6월 25일 국민의힘 최고위원 회의에서 그는 "좁쌀 같은 당내 계파 싸움에 낭비할 시간은 없다"며 "2030년 국민의힘이 집권하기 위해 첨단산업 국가를 경영할 유능함을 (국민 앞에)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동아'는 7월 6일 그를 만나 호남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 계획과 국민의힘 당내 갈등 해결 방안을 함께 들었다. 

호남 반도체 투자 발표, 민심 얻기 위한 '이벤트'

2016년 호남 반도체 산단 조성을 주장했을 때는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산업이 지금처럼 주목받지 않을 때였다. 나는 삼성전자 출신의 정치인이니 삼성전자를 위해 호남 반도체 산단 조성을 주장한다는 의심도 받았다. 그때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삼성 프락치'였다. 웃어넘겼지만 서운했다. 회사가 아니라 국가와 호남의 발전을 위해 호남 반도체 산단의 필요성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정부 여당이 호남 반도체 팹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당시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호남 반도체 팹 건설 계획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진정성이 없다. 반도체 팹을 짓겠다고 발표하는 데는 큰 시간이 들지 않는다. 길어야 5분 걸릴까.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는 30년이 넘는 시간이 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왜 갑자기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했을까.

"지금 나오는 이야기는 대부분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지도 위에 동그라미 하나 그려놓고 여기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선언에 불과하다. 실제로 팹을 어떻게 지을지, 필요한 인프라는 어떻게 갖출지 구체적 계획이 없다. 반도체 팹에 꼭 필요한 것이 4가지 있다. 전력, 용수, 인허가 그리고 인재다."

정부가 나섰으니 인허가는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전력과 용수, 인재가 문제인데 이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셋 다 시급하다. 반도체 공장 하나가 하루에 쓰는 물이 웬만한 중소도시의 하루 물 소비량과 맞먹는다. 전력도 마찬가지다.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는 엄청난 양의 예산을 들인다면 해결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재는 돈이 있어도 단기간에 수급이 불가능하다."

고액을 주고 인재를 채용하면 되는 일 아닌가.

"이미 국내 반도체산업계에서는 인재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새 팹에 들어갈 인력이 없다. 현재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세계 최상위권인 만큼 다른 나라에서 인재를 수급하기도 어렵다. 설사 메모리 반도체가 아니라 다른 반도체 팹을 짓는다 해도 인재 수급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각국의 전략산업인 반도체 인력을 빼내기는 쉽지 않다. 결국 호남 반도체 팹을 위한 인재를 키워내야 하는데 사람 하나 키워내는 데 최단 10~20년이 걸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27일 "반도체산업엔 용수 외 전력, 특히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때문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중요하다"며 "재생에너지가 가장 풍부한 곳이 바로 서남해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팹은 항상 전력이 공급돼야 한다. 찰나의 정전만 일어나도 만들던 반도체를 못쓰게 돼 수조 원 단위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해가 지거나 바람이 멎으면 전력 생산이 안 되는 재생에너지는 절대 반도체 팹의 핵심 전력 공급원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24시간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이 반도체 팹의 핵심 전력 공급원이 돼야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줄곧 탈원전을 주장하지 않았나.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정부 지원 확실해야 기업 투자 이뤄질 것

호남 반도체 팹 조성 발표는 시기상조였다고 생각하나.

"준비가 미흡했을 뿐 추가 팹 조성은 필요했다. 반도체산업 역량이 국가의 전략자산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뒤처진 반도체산업 역량을 복구하기 위해 지금 자국으로 반도체 생산시설을 모조리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미국의 압박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의 반도체 생산 역량을 늘려야 한다. 호남이든 영남이든 중요치 않다. 반도체 생산시설 추가 건립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렇다면 정부의 호남 반도체 팹 건립 결정이 옳은 것 아닌가. 

"결정은 옳다. 하지만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반도체 팹 건립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당장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 어떤 기업이 미래를 걸겠는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 반도체 팹 건설에 80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 액수만 밝히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기업에서 실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이 투자액이 이득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다. 실제 투자가 이뤄지고 팹이 지어질지는 정부의 태도에 달렸다. 확실한 지원책이나 호남 반도체 팹 건립 로드맵을 내놓아야 기업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양 최고위원은 이 시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신규 반도체 팹 건설을 잘 해나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반도체 팹 건립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탈원전을 주장한다. 교육정책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우수한 학습 능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고 반도체 인재로 키워나가야 한다. 경쟁과 서열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진보진영의 교육감들은 모든 학생의 개성과 역량을 발굴하려면 경쟁과 서열화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도체산업 육성이 불가능한 구조다. 이 같은 상황을 보면 정부와 여당이 정말 호남에 팹을 지을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세계 정세도 보수정당엔 호기, 혁신으로 기회 잡아야

정부와 여당이 정책 실패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면 야당인 국민의힘엔 호재인데….

"큰 기회가 올 것 같다. 국민의힘이 경제·산업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국민에게 보여준다면 2030년 집권도 꿈은 아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 기회를 잡기 어려워 보인다. 아직도 당내 분쟁이 해결되질 않고 있다. 당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정부 여당과 경쟁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6월 15일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한 이유도 당내 혁신을 위해서인가.

"냉정하게 이야기해 보자. 국민의힘은 6·3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그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물러나야 한다. 게다가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1년 9개월뿐이다. 그 안에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오명을 벗고 합리적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새 지도부가 필요하다."

6·3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지만 여론조사보다는 표차가 많이 줄었다.

"여론조사 결과는 일종의 '낙인찍기'라 본다. 출구조사 때도 내가 더블 스코어로 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나(추미애 경기도지사 55.03% 득표, 양향자 후보 39.37% 득표)."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공천이 빨랐다면 승산이 있었다고 본다. 당에서는 나를 공천하지 않으려다가 선거 한 달여 앞둔 상태에서 공천을 결정했다. (공천이 추미애 지사보다 한 달가량) 늦은 만큼 유권자를 설득할 시간이 부족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당은 왜 공천을 망설였을까.

"이유는 알지만 말할 수 없다."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와 빠르게 단일화했다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표를 더 모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 이야기는 나중에 이 주제로 따로 이야기하자. 지금 (이야기)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선거 이야기로 돌아가서 결과만 두고 이야기하자면 어려운 상황임에도 합리적 당원과 유권자의 도움으로 40%가량 표를 얻었다. 다음 총선에서는 경기도에서 국민의힘이 큰 승리를 해야 한다. 그래야 나와 당을 믿어준 유권자에게 보답할 수 있다."

새 지도부가 필요하다지만 장동혁 대표는 그보다 해당 행위자 징계가 먼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징계 명단에 올라 있더라(웃음). 당헌 당규에 의거해 징계하는 것에 불만은 없다. 다만 지도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하는 등 규칙과 무관한 징계 논의는 당을 우습게 만든다. 계파 정치로 보일 위험이 있어 지도부의 권위만 떨어진다."

지도부 교체에 성공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수적 지도자가 집권했다. 이는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며 분배를 이야기하는 진보정당보다 성장을 이야기하는 보수정당의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보수정당이 이 호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서로 싸우고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기 지도부에서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당내 분열을 막고 보수정당의 특기인 산업 활성화 및 기술 성장 지원 등의 분야에서 실력을 보여야 한다. (새 지도부가) 이 일만 제대로 한다면 총선 승리는 물론 집권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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