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GA, 말보다 선박 생산 숫자로 평가"…美, 韓조선에 '실제 건조' 압박

한미 양국이 글로벌 조선 패권 재편을 위한 야심 찬 동맹의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의 세계 최고 수준 건조 기술과 미국의 첨단 기술력을 결합할 핵심 전진기지가 공식 출범했으나, 미국 정부는 첫날부터 ‘보여주기식 외교 불허’와 ‘실질적 결과물’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산업통상부와 미국 상무부는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본격화할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 개소식을 개최했다.
이번 센터 개소는 지난 5월 양국이 '한미 조선협력 파트너십 이니셔티브'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2개월여 만에 전격 성사됐다.
미국 현지 비영리법인 성격으로 한국무역협회 워싱턴 지부에 차려지며, 사업 기간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사업비는 199억여 원(예산 확정 기준) 규모다.

“말만 하는 것은 소용없다”…美 상무 압박
이날 개소식의 포문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의 직설적이고 강력한 메시지가 열었다. 러트닉 장관은 축사를 통해 "센터는 결과물이 아니며, 얼마나 많은 선박이 건조될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며 "말만 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Talking is not a thing)"고 잘라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센터를 얼마나 많은 회의를 개최했는지, 얼마나 많은 MOU를 체결했는지, 얼마나 많은 칵테일파티를 주최했는지로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투자한 자본, 현대화된 시설, 훈련시킨 근로자, 구축한 공급망, 그리고 궁극적으로 함께 생산해 낸 미국 내 선박 수라는 단순한 수치로 평가하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이 기준에 맞춰 미국 내 모든 종류의 군함과 상선을 실제로 건조해 내야 한다는 압박이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 구상 중 1500억 달러를 조선 협력에 집중 투입하기로 한 데 대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부흥에 참여할 기회이자 미국 조선 사업의 부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사업 확장 과정에서 규제나 환경적 장벽에 부딪히면 상무부로 직접 연락해 달라고 당부하며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규제 철폐 지원을 약속했다.
김정관 장관 “미국 조선업 재건 돕는 강력한 의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환영사를 통해 "KUSPC는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조선 분야 협력 플랫폼으로,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돕겠다는 한국의 굳은 의지와 약속의 상징"이라며 "한국의 우수한 조선 기술이 미국 해안벨트 곳곳에 뿌리내리도록 돕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500억 달러에 이르는 조선 협력 투자도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며 미국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 협조를 당부했다.
초대 센터장으로 선임된 이종건 센터장은 "정부와 조선소, 대학·연구기관, 투자를 하나로 잇는 허브로서 전문인력 양성과 공동 기술개발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장관을 비롯해 강경화 주미한국대사, 훙 카우 미 해군부 장관 대행,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 등 양국 정·재계 주요 인사 13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국내 조선 빅3를 이끄는 김형관 HD한국조선해양 대표,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유상철 HJ중공업 대표 등 경영진이 총출동해 협력 의지를 다졌다.

마스가(MASGA) 닻 올렸다…조선 빅3, MOU 15건 체결
개소식과 함께 마스가 프로젝트에 가속도를 붙일 대규모 계약과 협약도 동시다발적으로 체결됐다.
우선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를 비롯해 센터, 한국조선협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6개 기업·기관이 동반성장을 위한 '팀 코리아'를 결성하기로 했다.
공급망 협력(5건), 인력양성(3건), 공동기술개발(6건) 등 총 15건의 MOU가 체결됐다.
구체적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와 차세대 설계·생산 디지털 솔루션을 구축하며, HD현대삼호는 미국 터코마항을 운영하는 워싱턴 유나이티드 터미널스와 최신 항만크레인 4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아울러 산업부는 5년간 총 1200억원 규모의 조선 분야 한미 공동연구 사업을 가동한다.
한미 양국의 9개, 7개 기업·기관이 협약을 맺고 한국의 뛰어난 선박 생산 역량과 미국의 첨단 인공지능(AI)·로봇 기술을 결합해 설계 최적화 등 8개 과제를 수행한다.
이와 별개로 삼성중공업은 미 방산업체 사로닉테크널러지와 무인수상정(USV) 개발을, 한화오션은 미 해군함정 설계 전문기업 깁스앤콕스와 글로벌 고속수송함(GFS) 공동 설계를 추진하는 등 개별 기업 단위의 실질적 협력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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