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홍해서 유조선 2척 공격” 국제유가 100달러 넘어
“美폭격기, 이란 핵시설 타격 예정”… 제한적인 지상전 가능성도 제기
이란 “미군에 피해 입힐 기회 될것”

이날 미국과 이란은 12일째 군사 충돌을 이어갔다. 일각에선 미군의 지상전 감행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긴장 수위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이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데 이어 대체 중동 원유 수출로로 활용돼 온 홍해까지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사실상 통행이 제한될 경우 국제 유가 급등은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CNBC에 따르면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원유 선물 가격이 23일 오전(미 동부시간 기준)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전 거래일 대비 6.4% 상승한 배럴당 100.05달러에 거래됐다. 5월 26일 이후 약 2개월 만에 100달러를 재돌파했다.
● 후티 반군, 홍해 유조선 첫 공격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23일 사우디 남서쪽 약 130km 해상에서 유조선이 공격받았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UKMTO는 “유조선 선장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발사체에 맞았다고 보고했고, 선내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무원들이 현재 진화 작업을 펼쳤다”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후티 반군은 엔셀라호와 라일리아호 등 사우디 유조선 2척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선박들이 자신들이 선언한 해상 봉쇄령을 위반해 표적이 됐다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이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한 뒤 유조선을 공격했다고 발표한 건 처음이다. 후티 반군은 2023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당시 수개월 동안 홍해를 지나는 선박 100여 척을 공격한 바 있다.
미국도 후티 반군의 공격을 규탄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후티 반군이 이란에 속아 이 일에 휘말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도 12일째 이어졌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22일 이란군 작전지휘소, 해상전력, 항공기 격납고, 드론 저장시설 등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전날 이란 수도 테헤란 주변까지 공습 범위를 확대한 바 있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은 이란과 종전 합의를 지켜왔지만, 이란이 이를 계속 파기하면서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 美 핵시설 타격, 제한적 지상전도 검토
미국이 며칠 내로 이란에 대한 타격 수위를 높여 핵 시설까지 타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이 22일 보도했다. 칸에 따르면 미군은 폭격기까지 동원해 이란의 비밀 핵시설을 타격할 예정이라고 이스라엘 측에 통보했다. 미군 폭격기들은 이란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인근의 지하 핵시설이 구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곡괭이산’을 타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최근 B-1 폭격기도 공격에 동원됐다. 최근 이란과의 무력 충돌이 재개된 뒤 B-1이 투입된 건 처음이라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면 이란의 교량, 발전소까지 폭격하겠다”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미군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해 온 섬들을 지상군을 투입해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케슘섬과 대툰브섬의 미사일 기지 급습, 핵심 원유 수출 인프라가 갖춰진 하르그섬 점령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이란 내부의 핵물질 반출 등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군이 강도 높은 공습을 이어가는 건 이런 제한적인 지상전 수행에 앞서 위협이 되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있는 것이란 평가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22일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군이 복잡한 작전에 앞서 시설들을 제거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란은 23일 미군의 공격이 계속되면 새로운 군사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모하마드 아크라미니아 이란군 대변인은 이날 “미국의 지상전은 이란이 적에게 더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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