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의 전말... 누가 ‘살인자’ 편인가 [흑백여의도]

최재훈 기자 2026. 7. 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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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23) 혐의는 경찰 송치 단계까지만 해도 ‘단순 살인’이었다. 이 혐의가 최소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강간 등 살인’으로 바뀌기까지, 검찰은 11차례의 보완수사를 거쳤다. 경찰이 압수수색 한 번 하지 않고 넘긴 기록에는 범행 동기조차 규명돼 있지 않았다. 조선일보 유튜브 ‘흑백여의도’는 조선일보 사회부 법조데스크 최재훈 기자와 함께 장윤기 사건을 총정리해 봤다.

―장윤기는 지난 5월5일 오전 0시10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인도에서 귀가하던 고등학생 이채원 양을 흉기로 살해하고,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학생까지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말로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는데, 장윤기 정신이상자 아닌가. 어떻게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나.

“법원에서 감형사유로 분류되는 ‘심신미약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범행 당시 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었다고 보이진 않는다. 다만, 검찰은 장윤기가 비정상적인 성(性) 인식은 갖고 있었다고 보는 것 같다. 성범죄를 시도하다가 실패하니까 살인으로 돌변했다고 보는거다.”

광주 도심에서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6.5.14 ⓒ 뉴스1 김태성 기자

―비정상적인 성 인식은 어떤 걸 말하는 건가.

“장윤기 아버지가 폐기했다는 리얼돌이 대표적인 예이다. 가슴 부위를 칼로 도려내고, 목도 절반 절도 잘라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검찰이 이 부분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때부터 검찰이 차량 블랙박스와 장이 쓰던 휴대폰 등을 추가로 확보해 들여다봤더니, 장윤기가 고1 때부터 ‘성범죄’ ‘납치’ 등을 언급하는 내용이 나왔다고 한다. 군대 대신 근무한 사회복무요원 시절에는 어린 여학생들 다리 등을 불법 촬영하기도 했다.”

―장윤기가 수사 과정에서 계속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는데, 어떤 거짓말을 했나.

“우발적인 살인이라면서 ‘자살하고 싶은데 길동무가 필요했다’ ‘마침 피해자가 지나가서 찔렀다’고 말했는데 모두 거짓이었다. 검찰은 장윤기의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인을 조사하면서 누구에게도 ‘평소 장윤기가 자살을 언급했다’는 말을 못 들었다고 한다. 담당 검사도 이 부분을 가장 의심스럽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몰랐다’ ‘여고생인줄 알았으면 안 죽였을 거다’ 같은 말들도 다 거짓으로 드러났다. 검찰의 보완수사로 경찰이 증거인멸을 했다는 사실이 점점 드러나자 그때부터 장의 태도가 달라졌다. 결국 최근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경찰은 처음부터 이 거짓말에 속은 건가. 그래서 ‘단순 살인’ 혐의를 적용해 송치한 건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경찰이 속았다기 보다 흥분한 것 같다. 경찰은 사건 발생 신고를 접수한 뒤 현장을 벗어나는 차량을 포착했고, 차적 조회를 통해 차주인 장윤기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날이 새고 오전 11시쯤 원룸 앞에서 택시에서 내리는 장윤기를 잡았다. 그 사이 장윤기는 빨래방에 가서 피묻은 옷을 세탁하고, 미용실에서 이발도 했다고 한다. 경찰은 곧이어 범행에 이용했던 차량과 범행도구인 흉기를 찾았고, 장윤기한테 자백도 받았다. 경찰 입장에선 자백을 받는 순간 ‘사건이 다 해결됐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단순 살인 혐의만 보면 송치할 수 있는 범죄구성이 다 된 거니까.”

―‘단순 살인’ 혐의가 검찰에서 ‘강간 등 살인’ 혐의로 바뀌는 과정을 설명해 달라.

“경찰은 장윤기를 검거할 때 원룸과 차량 수색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만 했다. 현행범 체포 때 영장없이 할 수 있는 피의자 신체 수색 같은 것만 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부실 수사가 이뤄진 거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까지 법원에 정식으로 압수수색 영장 한 번 청구하지 않았다. 아까 얘기한대로 단순 살인으로 충분히 송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조선일보 유튜브 '흑백여의도'

하지만 검찰이 기록을 살펴보니 범행 동기도 제대로 규명돼 있는 않는 등 허점투성이였다. 경찰이 찍어놓은 영상에 리얼돌과 케이블타이가 나오는데 증거물엔 없고, 관련 기록도 없었다. 혈흔이 발견된 차량도, 리얼돌도 장윤기 아버지에게 하루만에 다 돌려줘 버렸다. 검찰은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성범죄 관련 증거들을 찾아냈다. 모두 11가지 보완수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결국 검찰은 최소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강간 살인’을 적용하게 됐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 혹은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먼저 현직 경찰인 아버지가 어떻게 사건을 축소하려 했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거쳐 장윤기 범행이 성범죄를 목적으로 했다는 걸 밝혀내면서 사건은 다른 방향으로 번졌다. 현직 경찰인 아버지가 뭘 부탁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당시 수사팀에서 ‘성범죄를 연결시키지 마라’는 내부적인 메시지가 있었다고 한다. 장윤기의 리얼돌은 사라졌고, 경찰이 케이블타이와 블랙박스 메모리 등을 확보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팀원 한 명은 “선배님 함구하라고 했습니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그래픽=김성규
지난 5월 6일 전남광주시 월계동의 한 하천 주차장에 세워진 장윤기(23)의 SUV 차량 조수석 보관함에 '케이블 타이'가 보관돼 있다. /독자 제공

같은 지역에서 계속 근무하다보니 ‘향찰’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광주시내에는 지방경찰청 1곳과 경찰서 5곳이 있다. 20~30년씩 근무한 경찰이라면 한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증거인멸 등으로 수사팀장은 구속됐다. 조직적 은폐 정황이 속속 나오면서 지금은 국가수사본부장까지 수사가 확대된 상황이다.”

―장윤기 아버지는 결정적 증거인 리얼돌을 폐기했는데도 처벌되지 않고 있다. 형법상 ‘친족 간 특례’라는 법조항 때문이라는데, 어떤 건가.

“다른 사람의 형사 사건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 위조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친족이나 동거 가족의 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없애면 처벌이 면제되는 조항이 있는데, 그게 친족간 특례이다. 이 조항은 1953년 형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있던 조항으로, 오랫동안 논란이 됐다.

작년 말 같은 형법에 있던 ‘친족상도례’ 조항은 폐지됐다. 친족간 재산 범죄를 면해주는 조항이었는데,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바뀌어 시행 중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장윤기 아버지의 증거인멸 행위를 언급하면서 “시대적 흐름에 맞게 개선돼야 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뉴스1

―경찰의 사건 은폐 의혹이 국수본까지 확대 됐다. 이 정도면 경찰 조직 전체가 연루됐다고 봐야하는 것 아닌가.

“국수본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검경 수사권조정 과정에서 출범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가져오면서 권한을 분산한다는 취지에서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나눈 것이다. 사실상 현재 경찰의 최고 수사 지휘기관이다. 전국 시·도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의 주요 사건을 배당하고 지휘한다. 이렇다보니 이번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 조직 전체가 수사 대상이 됐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의혹의 핵심은 국수본에서 장윤기의 ‘성범죄 사건’과 ‘살인 사건’을 따로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느냐이다. 박성주 당시 국수본부장은 ‘실무진에서 의견대로 매뉴얼대로 하라고 했다’는 것이고, 광주 경찰들은 ‘두 사건을 병합해서 수사하자고 했는데, 국수본이 묵살하고 따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있다.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분위기이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부실수사와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검찰 수사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옮기고 있다. 2026.07.21. xconfind@newsis.com

―두 사건을 병합하는 것과 분리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두 사건을 병합하면 강간 살인 사건이 되는 거고, 분리시키면 단순 살인 사건으로 축소된다. 이렇게 사건을 축소시키는 데 경찰 내 어느 윗선까지 개입했느냐가 이번 사건 은폐 의혹의 핵심이다. 죄목으로 보면 증거인멸, 증거인멸 방조, 직무유기 등에 연루된 수사 대상이 된다. 당초 장윤기 아버지와 친한 경찰 동료들이 일부 증거를 감춰준 정도인 줄 알았더니, 이게 윗선까지 보고되고 특정 방향으로 사건을 끌고 가려고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국수본까지 개입 혹은 관련이 된 이유가 뭐라고 보나. 장윤기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도 아닐텐데.

“취재 과정에서 추정하게 된 부분이라는 걸 전제로 말씀드린다. ‘제2의 남양주 사건’이 될까봐 경찰 조직 전체가 화들짝 놀란 건 아닌가 싶다.

3월에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신변보호 요청을 했던 스토킹 피해자가 전자발찌를 찬 가해자에 보복 살인을 당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서 책임자 감찰과 엄중 조치를 지시했고, 관련 경찰들이 줄줄이 징계를 받았다.

불과 두 달 만에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거다. 스토킹 피해자가 신고까지 했는데, 그 가해자가 다른 엉뚱한 사람을 살해해 버린 것이다. 두 사건이 엮이면 경찰 입장에서는 ‘제2의 남양주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느꼈을 것 같다. 그래야 국수본, 광주경찰청, 광주서, 수사팀까지 모두가 사건 은폐 의혹에 관련돼 있다는 부분이 설명이 된다.”

<YONHAP PHOTO-1806> 한병도, "'검사는 수사 않는다'는 대원칙에 당내 어떤 이견도 없어"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개혁 완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한 대행은 "'검사는 수사 않는다'는 대원칙에 당내 어떤 이견도 없다"고 밝혔다. 2026.7.22 hkmpooh@yna.co.kr/2026-07-22 09:58:29/<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민주당은 조만간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할 예정이다.

“검찰이 경찰보다 수사를 잘하기 때문에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검찰도 부실수사, 조작수사 등 과거 허물이 많았다. 다만 오는 10월 검찰청이 없어지면서 우리나라 형사 사법 체계는 기본적으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다. 국민들 삶과 직결돼 있는 거의 모든 수사가 경찰 손에 맡겨지게 되는 거다. 그런데 장윤기 사건이나 부산 돌려차기 사건처럼, 검찰과 같은 보완 장치를 통해 걸러지지 않고 숨겨지거나 놓쳐버린 사건들이 나온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이 입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다.

다시 얘기하자면, 검찰에 수사권을 주자는 의미의 보완수사권이 아니라, 어떤 수사기관이든 권력이 집중되면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보완수사권이라는 시스템상 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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