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웃어버린 ‘1번 타자 심우준’, 홈런으로 4연패 끝내버린 ‘올러 천적 심우준’

김은진 기자 2026. 7. 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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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심우준이 22일 광주 한화전에서 3점 홈런을 치고 득점한 뒤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심우준(31·한화)은 9번 타자다. 선발 출전할 때는 늘 한화 라인업의 맨 아래에 위치한다. 그런데 지난 22일 광주 KIA전에서는 1번 타자로 나섰다.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것은 KT에서 뛰던 2021년 9월 3일 고척 키움전 이후 무려 5년 만이었다.

경기 전 라인업이 공개된 뒤 박찬호(두산)에게서 연락이 왔다. 마치 ‘네가 1번 타자라니’라는 듯이 문자 메시지로 계속 웃기만 하는 박찬호에게 “1번 타자 어떻게 쳐야돼?”라고 물었지만 답은 받지 못한 채 경기에 돌입했다.

심우준은 이날 홈런을 쳤다. 올시즌 4번째 홈런을, 1-0으로 앞서던 2회초 1사 1·2루에서 좌월 3점 홈런을 때려버렸다. 5월27일 창원 NC전 이후 두 달 만에 홈런을 내놨다. 6회초 1사 2루에도 적시타를 치면서 심우준은 이날 5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후반기 들어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1무 4패에 머물던 한화는 이날 승리, 4연패를 벗어났다. 선발 투수 오웬 화이트는 “심우준이 오늘의 MVP”라고 박수를 쳐줬다.

경기 전 김경문 한화 감독은 “심우준이 올러와 잘 싸웠더라”라며 상대전적에 대한 기대에 1번 타자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심우준은 이날 KIA 선발로 나선 애덤 올러에게 올해 이상할 정도로 강하다. 올러는 전반기에 리그 특급으로 활약하면서도 올해 4차례 등판한 한화전에서 유독 심우준에게 많이 맞았다. 앞서 올러와 3번의 맞대결에서 7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하고 있던 심우준은 이날도 올러가 던지는 동안에만 3타수 2안타(1홈런) 4타점을 더했다. 올해 심우준의 올러 상대 성적은 10타수 5안타 6타점이 됐다.

한화 심우준이 22일 광주 KIA전에서 타격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상대 선발에게 잘 쳐서 1번 타자로 내놨더니 홈런까지 쳐버린 심우준은 “오재원과 최인호가 1번 타자로서 요즘 잘 하고 있어서 내가 1번 타자로 나가는 건 생각도 못했다”고 웃으며 “각자 타이밍이 잘 맞는 투수가 있다. 타석에서 이상하게 올러의 공이 잘 보인다. 그래도 오늘은 임팩트가 정확히 맞지 않아 홈런이 될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한화는 올시즌 내내 부상과 싸우고 있다. 공격력은 그래도 잘 버티고 있지만 채은성이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는 가운데 최근 강백호까지 부상으로 빠졌다. 강타자들이 빠진 자리에서 심우준이 이날 하루 강타자가 되어 팀을 연패에서 끌어냈다. 현재 1군에서 뛰고 있는 한화 타자들 중 심우준은 포수 최재훈을 제외하면 야수 최고참이 돼버렸다. 심우준은 “이런 (부상 공백이 있는) 때에는 경기에 못 나갔던 선수들이 기회를 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이 마음에 품고 있던 독기를 경기에 나가서 보여주면 좋겠다. 부상자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어린 선수들이 잘 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나도 지금처럼 유격수 자리 잘 지키겠다. 그러다보면 백호도 돌아오고, 우리 순위도 올라갈 거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1번 타자 심우준’은 이날 친한 선수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경기 전 비웃었던 박찬호에 대해 심우준은 “그쪽 경기가 우천취소됐는데 라인업을 봤는지 ‘1번?’ 이러면서 자꾸 ‘키키’ 거리더라”라며 “백호도 라인업을 본 것 같다. 영상통화로 연락이 왔는데 내가 못 받았다. 뭐라고 하려고 했는지 참 궁금하다”라고 웃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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