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우라늄 농축에 전쟁 불사했던 美, 사우디엔 농축포기 ‘골드 스탠더드’ 뺏다

도현정 2026. 7. 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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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핵 사찰 거부 등 핵 개발로 가는 행보를 막아야 한다며, 이를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자력 협정에서는 이 같은 '안전장치'를 쏙 빼놨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로이터는 이번 협정이 의회의 동의를 받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쟁점으로 미국이 사우디 영토 내 우라늄 농축 시설 건설에 동의할지와 동의한다면 언제 건설할지, 그리고 사우디 인력이 해당 시설에 접근할 수 있을지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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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해 11월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미국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핵 사찰 거부 등 핵 개발로 가는 행보를 막아야 한다며, 이를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자력 협정에서는 이 같은 ‘안전장치’를 쏙 빼놨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2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원자력 협정에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나 추가적인 국제 감독을 위한 추가의정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골드 스탠더드는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는 대상국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것을 명문화하는, 가장 엄격한 수준의 비확산 조항을 뜻한다.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것은 핵탄두용 물질을 만드는 경로다. 이를 금지시키는 골드 스탠더드는 핵 원료를 핵무기로 전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기준이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핵확산금지조약에 서명한 국가이며, 국제 사찰에도 동의한 바 있다. 이번 원자력 협정도 탄소배출을 줄이고 자국에서 생산한 원유의 수출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사우디가 오래전부터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자국도 그 뒤를 따를 것이라 발언해 왔고, 미 정가에서는 원자력 발전을 추진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탈(脫)탄소 비전에는 사우디 자체의 야망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이전 정부까지는 사우디가 핵무기 개발로 갈 수 없게 하는 추가적인 보호 장치를 모색해 왔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협정에 넣지 않았다.

원자력 발전을 시도하는 국가 중 자국에서 원자로용 원료를 농축하지 않고 수입하는 경우도 많은데, 사우디는 직접 농축하겠다는 입장인 것도 미 정가에서 우려를 보내는 대목이다.

국제 사회는 당장 미국과 사우디의 원자력 협정으로 인해 중동 지역에서 핵 프로그램에 뛰어드는 국가가 연달아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협정 직후 “중동 지역에서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이란에는 핵 프로그램을 제한할 동기를 더욱 상실하게 만들 것”이라고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했다. 핵 협상에서 이란을 압박할 카드의 위력이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 사우디의 원자력 개발은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도 수차례 반대했던 것이다.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적국인 이란에 이어, 상호 견제관계인 사우디까지 우라늄 농축 등 핵무기 개발로 가는 길을 닦고 있는 상황은 이스라엘에 큰 위협이 된다.

이번 협정으로 사우디의 원전 개발에 미국 기업들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겠지만, 실패할 경우 다른 국가 기업들이 뛰어들기 위해 벼르고 있다는 것도 미 정가에서는 부담으로 꼽고 있다. 국영기업인 중국핵공업집단(CNNC)은 이미 2023년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입찰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했던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도 이미 사우디와 예비 협력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자로를 건설했던 한국과 프랑스 등도 잠재적 경쟁국으로 꼽힌다.

로이터는 이번 협정이 의회의 동의를 받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쟁점으로 미국이 사우디 영토 내 우라늄 농축 시설 건설에 동의할지와 동의한다면 언제 건설할지, 그리고 사우디 인력이 해당 시설에 접근할 수 있을지 등을 들었다. 사우디 영토 안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건설한다 해도 ‘블랙박스’ 형식으로, 전적으로 미 기업이 미국 직원들에 의해서만 운영할 수도 있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이번 협정에서 미국이 사우디에 관련 기술이나 역량을 이전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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