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핵거점 곡괭이산 곧 공격” 사우디 핵농축 허용할듯
지하 100m, 벙커버스터 동원할듯… “후티 홍해 봉쇄땐 美가 처리” 경고
이란과 전쟁중 사우디와 핵협정… 중동 핵확산-긴장 고조 우려 커져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과 역내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전 사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협정을 승인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이 22일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 전쟁의 장기화 와중에 체결되는 이 협정이 중동 내 핵확산을 야기하고 더 큰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란 우려도 상당하다. 튀르키예,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른 중동 국가들도 미국에 비슷한 협정 체결을 요청한다면 역내 ‘핵 도미노’와 이에 따른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 이스라엘, 美에 곡괭이산 정보 전달

이 산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220km,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는 불과 1.6km 떨어져 있다. 이란은 2020년경부터 이 산의 지하 깊은 곳에 요새화된 핵 시설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에 따르면 핵 시설이 지하 약 100m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산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해 6월 이란과 ‘12일 전쟁’을 벌였을 때도 공습을 받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관통 거리가 약 60m인 미국의 초강력 벙커버스터 폭탄으로도 공격하기 어려운 표적이지만 전쟁 장기화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란을 군사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란이 지난해 가을 전국 곳곳에 있던 수천 기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이 산의 지하 터널로 옮긴 것으로 보고 관련 정보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멘의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사우디를 오고 가는 선박들을 대상으로 해상 봉쇄를 선언한 것을 두고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처리(take care of)’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멘과 인접한 홍해 남단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에즈 운하의 관문으로 여겨지며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중동의 양대 에너지 수송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막힌다면 유가 상승 등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갈 경우 공습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22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앞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해 중인 선박을 미사일, 로켓, 드론 등 어떤 무기로든 공격할 경우, 미국은 보복으로 이란의 다리나 발전소 1곳을 폭격해 파괴하겠다”고 밝혔다. 또 “여기에는(이런 공격에는) 테헤란 시내나 인근의 시설들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전에도 발전소와 교량 같은 이란의 산업과 사회 인프라도 공격 대상이 될수 있다고 언급했다.
● 美, 사우디 우라늄 농축 허용 전망
미국이 사우디와 30년간의 민간 원자력 협력 협정을 최종 승인한 것을 둘러싼 파장도 커질 수 있다. 이 협정으로 미국은 자국 기업의 사우디 원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이 시장을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사실상 허용해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연쇄 핵 개발이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과거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우리도 갖겠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원자력 협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한 사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도 높은 사찰을 받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이란 핵 무기 저지를 이유로 이란 전쟁을 일으킨 미국이 사우디의 민간 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건 사실상 이중 잣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또한 미국과 원자력 협정 전면 개정, 일부 조항 수정, 별도 협정 체결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서울에서 관련 회의가 처음 열렸고, 후속 회의도 조만간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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