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으로 다진 CM 50년, 믿음으로 짓는 100년 큰 꿈

김인규 기자 2026. 7. 23.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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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을 향해] ㈜에이프러스씨엠건축사사무소
감리부터 도시재생까지 담당
30년간 프로젝트 500건 완수
“순이익 10% 사회 환원” 계획
2019년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감리 용역 현장 사진. 에이프러스씨엠건축사사무소 제공

저출산과 인구구조 변화로 신규 주택 수요는 둔화되고 있지만 노후 단지의 재건축·재개발과 도시재생, 모듈러주택 같은 새로운 시장은 오히려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설사업관리(CM) 업계는 더 이상 수주 물량만으로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 착공 전부터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고 설계부터 감리까지 얼마나 매끄럽게 이어가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인력과 자본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흐름 속에서 지방 소재 건축사사무소가 버텨내려면 남다른 전문성과 원칙, 오랜 시간이 쌓아 올린 신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의 물결 속에서 충남 천안에 본사를 두고 30여 년간 굵은 발자취를 남겨온 ㈜에이프러스씨엠건축사사무소가 주목받고 있다. 정직과 신뢰라는 오래된 가치를 앞세워 대단지 감리부터 설계, 모듈러주택, 도시재생까지 영역을 넓혀온 이 회사의 여정은 지방 강소기업이 어떻게 100년 기업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이정표로 읽힌다.

한 사람의 50년 인생과 한 회사의 30년 역사가 겹치는 지점에서 정직과 신앙이라는 두 개의 축이 어떻게 기업을 지탱해 왔는지 들여다본다.


목성에서 시작된 50년 외길

이택준 대표가 건설업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76년으로 올해로 어느덧 50년째다. 대한주택공사(현 LH)에서 14년 6개월을 근무하며 감리와 관리의 기본을, 무엇보다 원리 원칙이라는 근본적인 개념을 몸으로 배웠다. 그러나 조직 내부의 이견으로 뜻하지 않게 사표를 던지게 됐다. 반겨주는 곳 하나 없던 상황에서 그는 두려움 없이 창업을 선택했다.

직장과 학교 후배인 이기수 현 ㈜종합건축사사무소목성 대표가 그 결단을 지지하며 뜻을 함께했고 두 사람은 대전에서 종합건축사사무소목성을 세워 9년간 함께 실무 경력을 쌓았다. 그 시절 감리업체 평가 기준이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뀌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실적 규모가 곧 생존의 조건이 되던 시기에 비슷한 체구의 세 회사가 뜻을 모아 2000년 지금의 에이프러스씨엠건축사사무소를 세웠다.

이후 기업부설연구소 개설과 품질보증시스템 인증, 건축사사무소·전기공사감리업·소방공사감리업 등록을 차례로 거치며 건축, 토목, 전기, 통신, 소방까지 건설사업관리 전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회사로 성장했다. 경쟁을 즐기지 않는 성격에 남에게 부탁하는 일조차 어려워하던 그가 오늘의 자리까지 온 데 대해 “하나님이 도우셔서 여기까지 왔다”고 회상했다. 올해로 50년째 이 길을 걷고 있는 그에게 회사의 역사는 곧 자신이 걸어온 인생의 궤적이기도 하다.

2021년 천안시 문화동 주상복합 신축 공사 설계 및 감리 용역 현장 사진. 에이프러스씨엠건축사사무소 제공

둔촌주공(올림픽 파크포레온)까지 500여 건의 신뢰

설립 이후 지난 30여 년간 회사가 완수한 프로젝트는 500여 건에 이른다. 건축, 토목, 조경, 전기, 통신, 소방 등 건설사업관리 전 분야와 단지·건축설계, 도시재생, 컨설팅까지 건설기술 종합 용역을 수행하며 충남 지역을 대표하는 건축사사무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불리는 서울 둔촌주공아파트(현 올림픽 파크포레온) 1만2000여 가구 재건축에 참여해 건설사업관리 역량을 검증받은 것은 회사로서도 뜻깊은 순간이었다. 3개 회사가 팀을 이뤄 낙찰받은 이 현장은 유사 사례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꼽힌다.

이 대표는 지방에 있다 보니 설계보다는 건설사업관리 현장의 감리에서 더 강점을 쌓아왔다고 말했는데 둔촌주공은 그 강점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무대였다. ‘사전감리는 우리의 약속, 약속을 지키자’는 슬로건대로 착공 전부터 미리 검토하고 준비해 품질 확보와 공기 준수, 안전사고 예방까지 무결점의 관리를 지향한다.

30여 년간 현장에서 축적한 공동주택 감리 노하우는 ‘공동주택 감리이야기’라는 책으로 엮어 후배 실무자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으며 천안역세권 행복주택과 세종시립도서관, 계룡소방서 신축 공사 등 굵직한 설계용역 실적도 나란히 이어지고 있다.

2세 경영과 설계 역량 강화

지역에 뿌리를 둔 탓에 설계 인력 확보는 늘 숙제였다. 이 대표는 7, 8년 전 서울사무소를 열었지만 기대만큼 업무 효율이 오르지 않았다. 돌파구는 다름 아닌 아들, 이현석 부사장에게서 찾아왔다.

영국 AA스쿨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세계적 건축·도시설계회사 PLP아키텍처에서 근무하며 영국 건축사 자격을 취득했다. 16년간 해외에서 실무를 쌓은 그는 지난해 12월 귀국해 에이프러스씨엠건축사사무소의 설계팀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 독일에서 건축을 공부해 독일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현지에서 직접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온 전문가까지 새로 영입하면서 설계팀은 20명, CM전략본부는 8명 규모로 커졌다. 조직 재정비가 그만큼 속도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 부사장은 현재 에이프러스씨엠과 영국 PLP아키텍처의 업무를 병행하며 유럽의 선진 설계표준과 국내 CM 노하우를 접목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목구조와 친환경, 에너지 건축설계에 전문성을 지닌 해외 건축사를 곁에 둔 만큼 회사는 이제 개별 필지 단위 소규모 건축부터 대규모 단지계획과 감리까지 일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설계에 이어 구조기술사와 소방기술사 역량까지 제대로 활용해 엔지니어링 분야를 강화하고 이를 발판 삼아 글로벌 진출의 준비를 서두르겠다는 구상이다. 아버지가 다진 현장의 신뢰와 아들이 들여온 세계적 안목이 만나는 지금이 회사로서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모듈러 주택과 2026년의 목표

회사의 시선은 이미 다음 세대 건축으로 옮겨가 있다. LH 행복주택 설계와 모듈러 주택 건설사업관리 경험을 발판으로 학계와 손잡고 모듈러 주택의 제도적 기준과 표준 평면을 다듬어 왔고 이는 차별화된 설계·감리 기술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천안역세권, 청주우암 등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현장 설계에도 잇따라 당선되며 공공업무시설과 공동주택, 커뮤니티 시설이 뒤섞인 복합적이고 세심한 설계 역량을 인정받았다.

사전 건축기획과 사업 타당성 분석부터 준공 후 하자 처리 컨설팅까지 기획-설계-감리-사후관리로 이어지는 토털 건설 서비스 체계를 갖춘 것도 강점이다.

회사는 올해 목표로 수주 365억 원과 함께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신실하다, 앞서한다, 배려한다, 함께한다’는 네 가지 핵심 가치를 조직 전반에 새기며 규모를 키우는 것과 나누는 것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 셈법이야말로 회사가 스스로 정의한 성장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숫자로 남는 실적과 함께 숫자에는 다 담기지 않는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다짐이 이면에 자리하고 있다.

원칙이 곧 경쟁력이다

2026년 에이프러스씨엠건축사사무소 전 직원 직무 교육 단체사진.
이 대표가 직원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규정대로 하자’와 ‘규정을 보는 올바른 습관을 가지자’다. 도면과 시방서, 법규는 해마다 바뀌는데 과거에 알던 내용 그대로 일을 진행하면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그 배경에 있다. 이 때문에 회사는 자체 지침서를 만들어 규정을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시스템을 꾸준히 구축해 왔다.

그는 회사의 방침대로만 따라준다면 그 직원은 이 회사에서든 다른 회사에서든 환영받을 인재가 될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건설업계 전반이 35년 경력 중 가장 어렵다고 느낄 정도의 불황을 지나는 지금도 그는 좋은 인재를 붙잡아 두려는 노력을 놓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가업 승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은 여러 애로 사항을 언급하며 관련 제도의 정비가 절실하다는 뜻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기업이 오래도록 번성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원칙을 지키는 문화와 승계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함께 가야 지방의 중소기업도 100년을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231명의 일터, 나눔으로 이어지다

에이프러스씨엠건축사사무소 이택준 대표(오른쪽)가 충남 나눔 실천 유공자 포상식 표창을 수상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231명의 임직원이 회사를 통해 생계를 이어간다는 사실을 딱히 자랑스럽게 여긴 적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존경하는 서울광염교회 조현삼 목사의 칼럼에서 ‘세상에서 가장 유익한 일은 일터를 경영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며, 복지 중 최고의 복지는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는 구절을 접하고서야 고용 창출의 무게를 새롭게 깨달았다고 한다.

감리 인력은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을 맺는 구조라 업황에 따라 사람을 두고 있기가 쉽지 않은데도 그는 가능한 직원을 내보내지 않으려 애쓴다. 이들이 다른 곳에서 마땅한 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마음이 크게 작용해서다.

직원이 10년을 근속하면 부부 동반으로 동남아 여행을, 20년을 근속하면 유럽 여행을 보내주는 복지제도와 매달 도서를 지급해 안목을 넓히도록 돕는 문화 역시 사람을 우선시하는 회사의 철학을 보여준다.

나눔의 발걸음은 회사 밖으로도 이어진다. 지난 26년간 충남 지역 취약계층을 위해 누적 약 14억7000만 원을 지원해 온 대표적 나눔 기업으로 꼽힌다. 미혼모 쉼터 후원과 임시 주거시설 지원, 자립준비청소년 지원, 탈북민 자녀 교육 지원, 지역 대학 후학 양성까지 사회적 책임의 폭도 꾸준히 넓어지고 있다.

“하나님이 여기까지 이끄셨죠”

[인터뷰] 이택준 ㈜에이프러스씨엠건축사사무소 대표

이택준 대표(사진)에게 신앙은 경영과 떼어놓을 수 없는 뿌리다. 회사를 오늘의 자리까지 키워온 힘은 다름 아닌 ‘믿음’이었다.

그는 22년째 매주 수요일 회사 인근 빛과소금의교회 담임목사를 초청해 사무실에서 예배를 드린다. 여기에 더해 13년째 매일 아침 업무 시작 전 오전 8시50분부터 9시20분까지 신앙을 가진 직원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며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잡는 기도의 시간을 갖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30년째 이어온 2박 3일간의 전 직원 동절기 직무교육에서도 첫날 첫 시간은 예배로 문을 여는 전통이 자리를 잡았다. 그 밑바탕에는 ‘믿음의 일터로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기업’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깔려 있다. 하나님이 맡기신 일터로 여기고 모든 것을 그 뜻대로 사용하고 관리하는 청지기 자세를 인재상의 첫머리에 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앙은 그의 개인적 신념에 그치지 않고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그의 시선은 100년 기업이라는 더 먼 곳을 향한다. 아들 이현석 부사장의 2세 경영을 통한 가업 승계가 이뤄진다면 1976년부터 쌓아온 50년 외길이 온전히 100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정직과 원리 원칙을 앞세우고, 나눔을 실천하며, 믿음으로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에이프러스씨엠건축사사무소의 걸음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김인규 기자 anold3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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