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사원을 '업소여성'으로…음란물로 회원 낚는 '불법 도박 텔레그램' 판친다

남병진 2026. 7. 2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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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름·전화번호 및 허위 사실 유포
박제방처럼 운영하며 여성들 '모욕주기'
"거짓이지만 가족과 지인 볼까 두려워"
AI로 만든 음란물 통해 도박 회원 모집
약 4,000명 규모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특정 여성의 사진과 개인정보와 허위 사실이 게시된 사진. 텔레그램 캡처

"낮에는 평범한 대학생인 척하지만 밤에는 업소에서 일하는 여자입니다."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는 2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텔레그램의 한 단체 대화방에서 발견한 게시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본인 얼굴 사진과 이름, 주소, 전화번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 개인정보가 전부 공개됐을 뿐 아니라 자신이 불법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는 허위사실까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집 주소는 가짜였지만, A씨는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 A씨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 신상이 공개됐다"며 "평범한 직장인인데 불법적인 일을 한다는 거짓이 확산돼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이 알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대화방 구독자는 무려 4,000여 명에 이른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최근 경찰에 텔레그램 대화방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즉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유사한 대화방이 추가 확인되거나 피해자가 늘어나면 정식 수사 전환 및 확대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약 4,000명 규모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특정 여성의 사진과 개인정보와 허위 사실이 게시된 사진. 텔레그램 캡처

해당 텔레그램 대화방은 특정인을 괴롭힐 목적으로 개인 신상과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박제방'처럼 보이나, 진짜 운영 목적은 불법 도박 사이트 홍보와 회원 모집인 것으로 파악된다. 스포츠토토, 사다리타기, 홀짝, 파워볼, 슬롯머신 등 각종 도박 정보가 수시로 올라온다.

이곳에서 여성들에 대한 허위 게시물은 대화방 구독자를 늘리고 이들을 도박 사이트로 유인하기 위한 미끼로 이용된다. 평범한 여성들의 개인 신상을 퍼뜨리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애", "문란하게 놀아서 성병 걸렸다" 같은 악질적 혐오·조롱 글을 올리면서, 그릇된 호기심을 자극해 대화방에 시선을 붙잡아 가둔다. 하지만 텔레그램이 워낙 폐쇄적이라 대화방 운영자나 허위 사실 유포자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퍼진 거짓 정보가 또 다른 대화방으로 옮겨지며 2차 피해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독자가 적게는 300명, 많게는 3,000명에 이르는 여러 계정에 특정 여성에 대한 동일한 허위 게시물이 여러 개 올라오기도 했다. 또 다른 피해 여성 B씨는 "어디에 삭제 요청을 해야 할지도 모를 만큼 많은 대화방에 가짜 정보가 퍼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발견한 대화방만 최소 4개"라고 말했다.

약 4,000명이 가입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자극적인 영상을 미끼로 불법 도박 사이트 회원을 모집하는 메시지. 텔레그램 캡처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음란물도 자주 동원된다. 가상 인물이 등장하는 30~40초 분량 영상을 예고편처럼 공개한 뒤, "풀버전(전체 영상)을 보고 싶으면 개인 메시지를 달라"는 식으로 유인한다. 직접 연락해 보니 대화방 운영자는 "원래 입장비는 월 5만 원이지만 제휴 놀이터(불법 도박 사이트)에 회원 가입하면 무료로 영상을 주겠다"며 불법 도박 사이트 가입을 독촉했다.

하지만 제재할 방도는 마땅치 않다. 현행법상 지인이나 연예인 등 실존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를 합성한 '딥페이크', 특정인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영상 등은 제작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완전한 가상 인물은 미성년자로 인식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작, 소지, 시청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에서 빠르게 움직여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고한 피해를 만들고 불법적인 수익을 올리는 이들을 빠르게 검거해야 한다"며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나 플랫폼에서도 선제적으로 나서 유해한 콘텐츠를 차단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곽준호 형사 전문 변호사도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거나 회원 모집을 돕는 경우 도박공간개설 혹은 도박 방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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