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의료 현실 보여주는 ‘닥터 섬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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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사람들과 섬 보건지소의 이야기를 그린 TV 드라마 '닥터 섬보이'에서 주인공인 공중보건의는 이렇게 말한다. 충수염 의심 환자를 육지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데 한 차례 사고가 난 뒤 헬기가 뜨지 않자 가까스로 섬 주민 배를 이용해 환자를 뭍으로 실어나른 뒤 군수를 찾아가 항변하면서다.
"전남과 광주가 통합이 됐으니 광주로 가면 되지 않냐." 긴박한 상황을 마주한 환자와 가족들에게 이런 식은 막말 수준이다.
두 대학은 공모 당시 열악한 의료 실태를 개선하고 전남 동·서부 균형발전을 이끌어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데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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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사람들과 섬 보건지소의 이야기를 그린 TV 드라마 ‘닥터 섬보이’에서 주인공인 공중보건의는 이렇게 말한다. 충수염 의심 환자를 육지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데 한 차례 사고가 난 뒤 헬기가 뜨지 않자 가까스로 섬 주민 배를 이용해 환자를 뭍으로 실어나른 뒤 군수를 찾아가 항변하면서다.
충수염 의심 환자를 어렵게 뭍으로 보내 치료를 받게 한 공보의를 격려하며 간호사가 건네는 말도 의미심장하다.
“그깟 충수염 때문에 여기(섬) 사람들은 목숨을 잃을 뻔하잖아요. 그래서 여기 섬 사람들은 아프면 살려달라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나오나봐요. 그 사람을 구하려다 또 다른 사람이 목숨을 걸어야 하니까. 육지에서 너무 당연한 치료들이 여기 섬에서는 어려운 일이 되니까요. ”
한 때 간호사였던 섬 주민이 의사 처방 없이 불법으로 유효기간이 지난 수액을 놔주다 생긴 부작용 때문에 고령의 노인들이 한꺼번에 드러눕게 됐고 상황을 파악해 신고한 공보의에게 마을 이장이 하소연하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의사도 간호사도 없는 이 오지 섬에 선생(간호사 출신 주민)까지 잡혀가면 우리들은 다 이 섬에서 죽으라는 거 아니냐. 여기 섬에서는요. 감기로도 사람이 죽어요…너희들이 우리들 아플 때마다 와줄 거냐고, 이틀에 한 번꼴로 올 수 있는 거냐고….”
전남에만 2165개의 섬이 있다. 전국 섬(3534개)의 61%를 차지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전남 지역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저 ‘드라마일 뿐’이라며 보고 지나칠 수 있었을까. 과연 섬만 그럴까.
드라마 속 이야기일 뿐이라고?
드라마 속 얘기가 아니다. 전남의 의료 현실을 담으려면 12부작 드라마로는 턱도 없다. 인구 10만명당 사망률은 전국 최고(2023년)로 전국 평균의 1.5배나 높다. 영아 사망자 수(출생아 1000명당 3.4명) 전국 2위(2023년), 심장질환 사망자 수(인구 10만명당 103.7명) 전국 3위(2022년) 등등. 꼴찌 수준의 수치가 너무 많다.
반면 의료 인프라는 열악하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인구 100만명 당 1.7개로 대구와 같은 전국 꼴찌 수준이다. 응급실을 찾는 뇌졸중 응급환자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데도 복지부 인증 뇌졸중센터의 경우 전남엔 전무하다. 합계 출산율은 1.30명(2026년 1분기)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지만 분만 가능기관은 출생아 1000명당 1.1개소로 전국에서 가장 적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전남과 광주가 통합이 됐으니 광주로 가면 되지 않냐.” 긴박한 상황을 마주한 환자와 가족들에게 이런 식은 막말 수준이다.
보건소·보건지소 등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공보의는 부족하다. 전체 22개 보건소(3개 의료원 포함)와 216개 보건지소에 한 명씩도 근무할 수 없는 구조다. 수도권과 도심에 견줘 주거·생활 인프라 등이 밀리다보니 찾아오는 의사·약사도 없다. 지난해 신안·해남·영암군 보건소는 ‘시니어 의사 활용 지원 사업’을 위해 모집에 나섰지만 지원자가 없어 사업비를 반납했다. 경제, 문화 인프라 등 모든 것이 수도권과 도심권에 집중돼 있으니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는 의료 인력들이 꺼릴 수밖에 없고 결국 인프라도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지방에 사는 게 죄가 되지 않도록
목포대가 1990년 의대 신설 건의문을 정부에 보낸 이후 지역민들이 올해로 36년째 국립의대를 간절히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목포대와 순천대의 대학 통합 및 의대 설립 합의 이후 2년 간 더딘 절차를 묵묵히 지켜본 것도 이런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두 대학은 공모 당시 열악한 의료 실태를 개선하고 전남 동·서부 균형발전을 이끌어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데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순천대가 전남광주시의 국립의대 설립을 위한 중재안을 거부한 건 그래서 비난받을 만 하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 지역 국립대의 역할은 지역 발전을 이끌어갈 정책을 발굴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데 필요한 인재 양성에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과의 상생은 필수다. 대학 이기주의에 매몰돼 지역 소멸 위기를 외면하는 국립대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민형배 시장 인수위도 무책임하다. 목포대·순천대 간 중재 역할을 전남광주시에 중단할 것을 권고하는가 하면, 민선 9기 청사진을 담은 백서를 내놓으면서 지역의 ‘국립의대 유치’ 정책 제안을 ‘반영’ 대신 ‘검토’로만 의견을 냈다. 인수위는 7대 정책 제안에 ‘국립의대’를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시장의 시각도 그런가.
‘닥터 섬보이’에서 주인공은 이렇게 말했다. “살고 싶은 게 미안한 일이 되면 안되는 거잖아요”라고.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갖춰진 지역에서 살고 싶다는 지역민들, 그들이 미안해해야 하나.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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