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못내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사우디가 선례 될 수도
2차 회의 일정 놓고 美와 조율 중
안보실장 “협의 준비, 장애는 없어”

우리 정부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에 사우디의 잠재적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열어주는 새로운 원자력 협력 협정(123협정)이 체결된 것이 한국의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를 위한 한미 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2일 브리핑에서 미국과 사우디 간 협정에 대해 “저희도 관심을 갖고 봐왔다”며 “우리에게 직접 함의가 있진 않지만, 간접 함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어떤 고려를 하고 이런 결정을 했는지,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있는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 채택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 자료)에서 ‘미국은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합의했다. 한국의 농축·재처리를 사실상 금지한 현행 원자력 협력 협정을 개정해 실질적 권한 확보의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다만 이를 위한 후속 협의는 6개월 이상 열리지 않다가, 지난달 초에야 서울에서 만나 첫 회의를 했다. 아직 2차 회의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위 실장은 이날 “한미 안보 협의 중 하나가 농축·재처리인데, 무슨 장애는 없다”며 “두 번째 협의를 준비하고 있고 필요하면 우리가 (미국에) 가서 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최대한 빨리 진행해 나가자는 공감대를 갖고 미국 측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사우디와의 협정이 미국 의회의 큰 반대 없이 발효될 경우, 한국 입장에서 ‘좋은 선례’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행정부가 ‘의회의 문턱이 높다’는 핑계로 한국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워지고, 한·미 간에 새 협정이 체결됐을 때 의회 검토 과정을 순조롭게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우디가 미신고 핵 시설에 대한 불시 사찰을 허용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이미 2004년 추가의정서를 비준·발효해 핵무기 개발 우려가 훨씬 적다는 점도 강점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와의 협력을 택한 배경에는 원자로 설계 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 등 미국 원전업체의 사우디 진출을 돕겠다는 경제적 이유도 있는 만큼, 한국과 같은 경우로 볼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원전 연료가 사우디 내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핵연료 자립’ 요구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미국 기업이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건설하고 그 핵심 기술도 미국이 관리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반면, 세계적 원전 건설 기술을 가진 한국은 미국 입장에서 경쟁 상대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과 사우디 간 협정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 관계 파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섣불리 유불리를 따지기 전에 미국과 사우디 간 협정의 세부 사항을 확인해 한미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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