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신생아 의료진, “버틸 인력 없다” 대통령에 호소

이재원 기자 2026. 7. 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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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1.8배 증가 반면 적자 1.8배...고위험 산모 수가 현실화·전담 인력 지원 촉구
지방 신생아센터, 의사 1명 빠지면 폐쇄 위기...간호인력·이송체계 확충 요구
대통령 “사법 부담 완화 필요”...복지부 장관 “내년 의료사고 특례제도 시행”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 주최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산과·신생아 의료진들이 인력난과 낮은 수가, 의료소송 부담 등으로 지역 필수의료 체계가 한계에 직면했다며 정부의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현장 의료진들은 고위험 산모와 미숙아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호 인력과 보조 인력 확충, 의료사고 부담 완화, 필수 의약품 공급 안정화 등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왼쪽부터 조현진 해운대백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장, 이병국 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장. 사진=KTV 갈무리

22일 청와대 열린 간담회에서 조현진 해운대백병원 산부인과 교수이자 권역모자의료센터장은 "권역 모자의료센터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최소 4명의 산과 전문의가 필요하지만 현재 해운대백병원에는 2명뿐"이라며 "산술적으로 주당 114시간을 근무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외래와 수술, 전원 환자 진료, 고위험 산모 중환자실 관리까지 담당해야 하고, 밤에도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병원으로 달려가야 한다"며 "일상이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공의들에게 산과를 권유하지만 '너무 무섭다', '교수님처럼은 못 살겠다'는 답이 돌아온다"며 "산부인과 전공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산과 세부전공을 하려는 사람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 이후 환자는 약 1.8배 늘었지만 적자 역시 같은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고위험 산모 병상을 150% 확대하고 신생아중환자실도 증축하고 있지만, 환자를 많이 볼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라며 "고위험 산모 진료의 노동 강도와 위험성이 현행 수가 체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고위험 산모를 전담하는 '상과 지역의사제' 신설을 제안했다. 지역의사제가 도입됐지만 병원별 정원이 제한적인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의 고위험 산모를 진료하는 산과 전문의를 국가가 별도로 관리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권역모자의료센터가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서 받는 가점을 확대하고, 산과 전문의 확보 여부를 평가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조 교수는 "소방서가 화재가 없다고 인력을 줄이지 않는 것처럼, 분만실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대학병원과 국립대병원에는 분만 건수와 상관없이 전담 인력과 의사 보조 인력이 24시간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이병국 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장(소아청소년과)은 지방 신생아 치료 체계가 사실상 붕괴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 신생아 치료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신생아집중치료센터와 모자의료센터는 절벽 끝에 서 있다"며 "기관에서 의사 한 명만 빠져도 운영이 불가능한 곳이 전국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북에는 미숙아를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관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지방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의사뿐 아니라 간호 인력과 진료지원 인력, 보조 인력까지 함께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국립대병원의 인력 운영 제한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세종충남대병원이 지역 협력센터 역할을 맡게 됐지만 국립대 정원 규제로 인해 필요한 간호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인력을 다른 부서에서 빼오거나 계약직으로 낮에만 운영하는 방안까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병원에서는 비용 문제로 진료지원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밤에는 미숙아 35명을 의사 한 명이 책임지는 경우도 있다"며 "신생아 집중치료센터와 모자의료센터가 필요한 인력을 여유 있게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 역시 필수의료 인력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 센터장은 "1kg 미숙아 30명을 치료하면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서너 명은 사망하게 된다"며 "대부분 보호자들은 감사의 뜻을 전하지만 일부는 의료진의 과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의료분쟁조정 제도는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 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된다"며 "의료진이 진료 현장을 비우고 조사와 소명에 나서야 하는 만큼 지역 의료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송체계 개선과 필수 의약품 공급 안정화도 요구했다.

이 센터장은 "지방에서 중증 신생아를 서울로 이송하려면 담당 의사가 직접 동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몇 시간 동안 지역 의료가 비게 된다"며 "권역별 이송체계를 확대하고 겸직 제한을 완화해 의료기관 간 인력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미숙아 치료에 필요한 10% 아미노산 수액제 공급이 중단됐는데, 제약사는 단가 문제를 이유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며 "신생아용 의약품 공급 차질은 수년마다 반복되고 있어 현장 의료진의 불안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현장의 답답함과 환자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며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최대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진의 사법적 부담과 관련해 "행정당국도 책임 문제 때문에 규제를 강화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사고 특례제도와 관련한 법 개정을 바탕으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시행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의료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오해와 적대감도 적지 않은 분야"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더 많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