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지 "美 따라가다 한국 반도체 공동화"…한미 협력 '견제' 의도
中매체 반도체 무관 가전법인까지 확대 해석

중국 관영매체가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현지 생산 확대를 요구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국내 기반과 핵심 인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향한 대미 투자 압박을 부각해 한미 공급망 협력의 균열을 파고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22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우선순위만 따르다가는 한국의 산업 이익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최근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본사 이전과 인력 감축을 거론하며 "미국 산업정책의 영향력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와 직결돼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미국법인(SEA) 본사를 텍사스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739개 직무가 감원돼 일부 직원이 회사를 떠날 전망이다. SEA는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소비자 전자제품 사업을 담당하며 반도체 사업은 포함하지 않는다. 반도체 사업과 무관한 SEA의 미국 내 본사 이전을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공동화 문제로 연결한 것은 한미 반도체 협력을 견제하려는 중국 측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삼성전자의 미국법인 본사 이전을 미국이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며 한국 기업의 현지 생산을 확대하려는 흐름과 연결했다. 매체는 "최근 몇 년간 미국은 공급망 안보를 명분으로 한국 반도체 제조기업에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며 "텍사스는 미국 반도체 국산화의 핵심 거점으로서 토지와 전력, 공장 건설 비용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넘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더욱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릭 스위처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최근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미국 기업의 한국산 반도체 구매가 두 회사의 실적에 기여한 만큼 미국도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점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두 회사에 미국 내 메모리반도체 생산 확대를 촉구한 점을 근거로 들면서다.
그러면서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그대로 따를 경우 자국의 산업적 이해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평은 "한국 기업이 미국의 현지 생산 요구에 대응해 상당한 생산 능력과 핵심 기술 인력을 미국 시설로 이전할 수 있다"며 "첨단 생산시설과 우수 인재, 핵심 경영 의사결정 기능까지 미국으로 계속 이동하면 한국의 반도체 연구개발 기반과 산업 고용 생태계, 공급망 회복력이 지속적으로 약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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