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순자산 증가의 명암.. '웃는 자'와 '우는 자' 갈렸다
금융자산 확대…부동산 중심 구조에도 변화 조짐
1인당 순자산 역대급 증가…체감 격차는 더 커져
자산 늘었지만 양극화 심화…국민경제는 과제 안아
[지데일리] 지난해 국내 가계의 자산 규모가 큰 폭으로 불어나며 새로운 기록을 썼다.

한국은행과 국가데이터처가 22일 발표한 '2025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가계 순자산은 2억7475만 원으로 전년보다 9.1% 증가했다. 가구당 순자산 역시 6억3427만 원으로 집계됐으며, 가계와 비영리단체를 합친 전체 순자산은 1경4200조 원으로 9.0% 늘었다.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높은 증가 폭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이 같은 자산 증가는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동반 강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지분증권과 투자펀드 자산은 525조 원 늘었고, 주택 자산도 534조 원 증가했다. 증시 회복으로 금융투자가치를 키운 가계가 많아졌고, 부동산 가격 상승 역시 자산 규모 확대를 이끌었다.
그 결과 금융자산 증가 속도가 부동산보다 빨라지면서 전체 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4.6%에서 71.9%로 낮아졌다. 오랫동안 부동산 중심이었던 국내 가계 자산 구조가 조금씩 변화하는 흐름도 확인된 셈이다.
금융자산 확대는 투자 문화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예금 중심이었던 자금이 주식과 펀드, 각종 금융상품으로 이동하면서 자산 구성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금리 변화와 글로벌 증시 회복이 투자 심리를 자극하면서 금융상품을 통한 자산 증식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가 모든 국민의 삶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순자산 증가는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의 성격이 강하다.
주택이나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은 자산 가치가 커졌지만, 무주택자나 금융투자 비중이 낮은 계층은 같은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오히려 집값 상승은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높이고, 자산이 없는 청년층과 사회초년생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경제 전체를 나타내는 국민순자산 증가세가 둔화된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국민순자산은 2경4561조 원으로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계 순자산 증가율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는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가치가 크게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순금융자산이 20.4% 감소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국내 기업 가치가 높아졌더라도 외국인 투자자의 자산으로 계산되는 비중이 커질 경우 국민순자산 증가 폭은 제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산가격 상승이 이어질수록 경제 전반의 불균형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산을 보유한 계층은 부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계층은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평가이익은 언제든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통계는 국내 가계의 자산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는 긍정적인 신호와 함께 자산 격차 확대라는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다. 숫자상 자산 증가는 경제 활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지만, 모든 국민이 그 성과를 함께 누리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자산시장 활성화와 함께 계층 간 격차를 완화하고 청년과 무주택 계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성장의 온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