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피가 마른다”…서울 외곽 9곳 전셋값, 文정부 고점도 넘어

신혜원 2026. 7. 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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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규제·공급부족에 최악 치닫는 전세난
   강서구 전세, 통계 집계 후 첫 5억 돌파
   관악·은평 등도 평균 전셋값 최고치 경신
   전세 매물 품귀에 월세 비중 54.1% 육박
“전월세난 풀려면 임대업 규제 완화해야”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외곽 자치구 9곳의 전셋값이 5년 전인 문재인 정부 시절 최고가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품귀 현상으로 지난달 월세 거래 비중은 54.1%로 전세를 앞지른 걸로 조사됐다. 정부가 초고가 주택에 대한 세부담 강화만 강조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사이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민이 22일 서울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을 지나고 있다. 윤창빈 기자

“서울에는 전세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집 없는 사람이 거주할 집만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피가 마릅니다. 이 상황이 얼마나 무력감을 주는지 아십니까. 전세난 해결하세요.”(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K씨 제안 내용)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 전세 제도 및 전월세난이 주요 주제 중 하나로 논의될 전망인 가운데, 서울 외곽 자치구 9곳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모두 문재인 정부 시절 가격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2법 시행 여파로 전셋값이 치솟았던 2020~2021년 수치를 웃도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무주택 서민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외곽 지역마저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며 주거 불안정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전세 대출규제, 실거주 의무 강화로 임대차 매물 자체가 급감하며 정부는 전월세·매매 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는 모습이다. 그러나 단기간 급등한 집값 부담에 전세로 선회한 수요마저 외곽으로 몰리는 상황 속 공급효과가 체감되기까지 시차가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용산국제업무지구, 태릉CC 등 도심 핵심사업지를 둘러싼 관계기관 간 갈등도 계속돼 서울 공급 부재에 따른 전셋값 상방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헤럴드경제가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의 자치구별 아파트 평균 전셋값 월별 시계열(2017년 5월~2026년 6월 10년치)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외곽 자치구 9곳(강북·강서·관악·구로·금천·노원·도봉·은평·중랑구)의 지난달 전셋값은 문재인 정부 시절 기록했던 평균 전셋값을 모두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강서구는 지난달 평균 전셋값이 5억475만원으로,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1월 이래 처음으로 5억선을 돌파했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임대차 2법으로 ‘전세 대란’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던 문재인 정부 말기 최고치인 4억3217만원(2022년 1월)보다도 16.8% 높다.

관악구의 6월 전셋값은 5억1138만원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최고치인 4억6552만원(2021년 6월)보다도 5000만원가량 높다.

은평구도 지난달 5억422만원으로 5억선을 넘었고, 강북구(4억3412만원), 구로구(4억2026만원), 중랑구(4억4031만원)는 4억원대를 기록했다. 금천·노원·도봉구는 각각 3억8209만원, 3억4062만원, 3억2431만원 등으로 2020~2021년 수치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하향한 6·27 대책과 서울 전역·경기 12개 지역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10·15 대책이 시행되며 전세 매물 잠김이 심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외곽 자치구 아파트 전세 매물은 구별로 100여 건 안팎에 불과하다. 금천구는 72건으로 1월 말(152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중랑구도 같은 기간 135건에서 78건으로 42.3% 급감했다. 구로구는 연초 324건에서 140건으로 56.8%, 관악구는 235건에서 150건으로 36.2%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477건으로 전월 대비 12.5% 축소됐고, 월세 거래량은 8819건으로 같은 기간 3.3% 늘었다.

이에 따라 6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4.1%, 전세 비중은 45.9%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전세 비중이 50%, 월세는 50%였는데 월세 중심의 임대차 거래 구조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주거 불안정 해소를 위해 최근 이뤄진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하반기경제정책방향 발표 등에서 주택 공급 속도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장기적인 수급 불균형 해소책일 뿐 당장의 전세난을 완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또한 전세 보증금을 공적기구가 맡아 관리·운용하는 안심신탁 사업을 시행해 월세 매물의 전세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는데 운용 수익률에 따라 집주인의 참여도가 낮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주택 공급책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비탄력적일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봐야 되는 대안이라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효과가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책도 병행돼야 하겠지만 당장의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선 토지거래허가제나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라며 “전세 안심신탁 또한 보증금을 정부에게 맡기는 집주인에 대해 세제 인센티브가 확실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혜원·윤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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