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부장이 살인·성범죄 분리 수사 승인”… 칼끝은 수뇌부로

전남광주/진창일 기자 2026. 7. 2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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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 사건 은폐’ 수사 확대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부실수사와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검찰 수사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전남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한 혐의(직권남용 및 직무유기)를 받는 박모(경정) 광산경찰서 형사과장의 변호인이 2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피의자 장윤기의 베트남 여성 성범죄 사건과 여고생 살인 사건을 병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경정의 변호인은 이날 광주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와 “국수본에 성범죄 사건과 살인 사건을 함께 수사해야 한다고 3차례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광산서 수사팀은 장을 형량이 더 무거운 강간 살인 대신 일반 살인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국수본이 장의 강간 살인 혐의를 입증할 핵심 단서인 성범죄 사건을 별도로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광주지검과 경찰 특별수사단은 이날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와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를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경찰 수사의 최고 지휘부로 수사를 확대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내부에선 국수본 강력계장이 “본부장 지시”라며 광주경찰청 강력계장에게 사건을 분리해 수사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시 국수본부장은 지난달 30일 퇴직한 박성주 전 치안정감이었다.

그래픽=정인성

박 전 본부장은 본지 통화에서 “살인 사건은 송치가 급하니까 먼저 하고,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는 피해자 보호 등을 고려해 면밀하게 추가 범행을 조사해야 한다고 보고했으면, 매뉴얼대로 처리하라고 했을 것”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승인 과정은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검찰 송치 기한 내 스토킹 사건과 살인 사건을 한꺼번에 송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강간 살인 대신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했다. 당시로선 광산서 수사팀이 여고생 강간 살인 관련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몰랐기 때문에, 송치 시한이 다가온 살인 사건을 먼저 검찰에 송치하고 추가적인 수사가 더 필요한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 수사는 전문 부서가 맡아 수사하라고 지시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장윤기는 여고생을 살해하기 이틀 전인 5월 3일 오전 2시쯤 베트남 여성의 원룸에 침입해 성폭행한 뒤 스토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여고생 피살 사건을 수사한 광산서 수사팀 대신 여성청소년과가 맡았다. 이후 광산서 수사팀은 장을 강간 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국수본이 성범죄 사건과 살인 사건을 분리해 수사하게 지시한 결과로 의심한다.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는 지난 5월 5일 광산서 수사팀이 장을 검거한 뒤 검찰에 송치할 때까지 광주경찰청을 통해 수사를 지휘했다. 이와 관련, 광산서 형사과장 박 경정의 변호인은 이날 “박 경정은 살인 사건과 성범죄 사건을 병합하면 장의 강간 살인 혐의 적용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 세 차례에 걸쳐 두 사건을 함께 수사하겠다고 국수본에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했다.

경찰 안팎에선 지난 3월 발생한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사건은 경기 남양주에서 김훈이 사실혼 관계인 20대 여성을 스토킹하다가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남양주서장 등 16명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이재명 대통령도 공개 질타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윤기의 스토킹 사건 직후 살인 사건이 터져 경찰이 수동적으로 사건을 다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광주지법은 이날 박 경정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지금까지 소명된 자료만으로는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박 경정이 국수본 지침을 받아 장의 성범죄와 살인 사건을 분리 수사한 점을 법원이 감안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 경정이 세 차례나 장윤기의 성범죄와 살인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겠다고 국수본에 보고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경찰 최고 지휘부의 관여 여부가 더 규명돼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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