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스카우트팀 일 잘한다. 고맙다"던 염갈량, 어쩌다 리오스 방출까지 갔나...처음부터 잘못됐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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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셀 리오스가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남긴 가장 강렬한 숫자다.
LG는 2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리오스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LG에 지금 가장 필요한 투수가 리오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방출한 측면이 더 크다.
리오스가 LG에서 남긴 것은 KBO리그 최고 구속 기록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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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기세 이어가지 못하고 부진의 늪
결국 외국인 투수는 선발이어야 한다는 명제만 증명한 셈

(MHN 정철우 기자) 시속 161.7㎞.
약셀 리오스가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남긴 가장 강렬한 숫자다.
그러나 LG가 마지막에 주목한 숫자는 구속이 아니었다. 주자가 있을 때 피안타율 0.281, 득점권 피안타율 0.300. 반드시 막아야 할 순간에 리오스의 강속구는 생각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가장 빠른 공을 던진 투수가 가장 빠르게 LG를 떠나게 됐다.
LG는 2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리오스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지난달 3일 총액 45만 달러에 계약한 지 불과 한 달 반 만이다. 리오스의 최종 성적은 14경기 1승2패, 5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63이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당장 내쳐야 할 정도의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는 평균적인 결과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 한 자리를 불펜 투수에게 사용하는 만큼 확실한 지배력이 필요했다. 리오스는 빠르기는 했지만 끝내 ‘확실한 투수’가 되지 못했다.
리오스가 LG에 처음 왔을 때 분위기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선발 경험보다는 불펜 경력이 압도적으로 많은 투수였다. LG도 처음부터 리오스를 선발이 아닌 강력한 불펜 카드로 분류했다. 선발 시장에서 원하는 수준의 선수를 찾지 못하자 불펜을 강화해 경기 후반의 힘으로 버티겠다는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판단이 맞아 보였다.
리오스는 6월10일 잠실 SSG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곧바로 구속 경쟁에도 불을 붙였다.
6월13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시속 160.8㎞를 기록했다. 당시 2026시즌 KBO리그 최고 구속이었다. 열흘 남짓 뒤에는 더 빠른 공을 던졌다.
6월24일 잠실 삼성전이었다.
LG가 2-0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오른 리오스는 박승규와 르윈 디아즈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최형우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김영웅을 스트라이크 낫아웃 삼진으로 잡고 경기를 끝냈다. 1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KBO리그 첫 세이브였다.
이 경기에서 리오스는 시속 161.7㎞를 찍었다. 트랙맨이 도입된 이후 KBO리그 최고 구속 기록이었다. 문동주가 2025년 기록한 시속 161.4㎞를 넘어서는 공이었다.

손주영이 연투하거나 휴식이 필요한 날에는 리오스가 마무리를 맡을 수 있었다. 짧게는 한 이닝, 길게는 두 이닝 이상을 책임질 수 있는 카드로 평가받았다. 염 감독은 마무리 기용 가능성을 묻는 말에 “충분히 기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7월4일 한화전에서도 리오스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LG가 5-3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요나단 페라자를 상대로 시속 161.51㎞와 160.74㎞의 패스트볼을 연달아 던졌다. 당시까지 10경기에서 13이닝을 소화하며 1승1패, 5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217,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00이었다.
염 감독이 LG 국제 스카우트팀을 향해 “일을 정말 잘한다. 좋은 선수를 빠르게 뽑아 줘 고맙다”고 칭찬할 만했다. 선발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지 못한 아쉬움을 리오스의 강속구가 상당 부분 덮어주고 있었다.
염 감독은 이후 리오스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쉽게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리오스가 있어 최소 5승은 더했다”는 취지로 그의 기여도를 높게 평가했다. 구위만큼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봤고, 조금 더 한국 야구에 적응하면 안정감도 따라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리오스의 공에는 분명한 함정이 있었다.

KBO리그 타자들은 시속 160㎞를 넘는 공을 자주 경험하지 못한다. 그러나 준비할 수 없는 공은 아니었다. 리오스의 투구 패턴과 릴리스 타이밍, 패스트볼이 몰리는 구간이 분석되면서 타자들의 대응도 조금씩 달라졌다.
특히 주자가 나간 뒤의 투구가 문제였다.
리오스는 주자가 없을 때보다 주자가 있을 때 피안타율이 높아졌다. 최종적으로 주자 있을 때 피안타율 0.281, 득점권 피안타율 0.300을 기록했다. 위기에서 삼진으로 흐름을 끊어줘야 하는 투수가 오히려 승부처에서 더 많은 안타를 허용했다.
첫 경고음은 비교적 일찍 나왔다.
6월17일 광주 KIA전에서 리오스는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3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김호령에게 2루타, 김도영에게 적시타를 허용했고 나성범에게는 시속 158㎞짜리 패스트볼을 던지다 홈런을 맞았다.
리오스가 KBO리그에서 처음 실점한 경기였다. 동시에 아무리 빠른 공이라도 타자의 예상 범위에 들어가면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경기였다.
리오스의 패스트볼은 구속 측면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문제는 타자가 체감하는 위력이었다.
패스트볼은 스피드건 숫자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회전 효율, 수직 무브먼트, 투구 각도, 릴리스 포인트, 변화구와의 조합이 함께 작용해야 한다. 공이 빠르더라도 타자가 궤적을 일찍 읽을 수 있거나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면 배트가 따라갈 수 있다.
리오스에게는 낙차 큰 커브가 있었지만 패스트볼 의존도가 높았다. 제구가 흔들리는 날에는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기 어려웠고 결국 빠른 공으로 승부해야 했다. 타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단순해졌다.
여기에 LG의 사정도 달라졌다.
LG가 리오스를 영입한 가장 큰 이유는 불펜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앤더스 톨허스트와 라클란 웰스를 중심으로 선발진을 운영하고 임찬규, 송승기 등 국내 선발들이 뒤를 받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

톨허스트는 에이스 역할을 기대받았지만 최근 등판에서 기복을 노출했다. 웰스도 시즌 초반과 같은 안정감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임찬규와 송승기까지 제 몫을 해주지 못하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LG의 고민은 불펜보다 선발 쪽으로 이동했다.
불펜에 리오스가 있어도 선발이 초반에 무너지면 경기 운영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불펜 투수가 한두 이닝을 강하게 막는 것보다 외국인 선발 투수가 매주 한 차례씩 6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편이 팀 전체 마운드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선발이 긴 이닝을 던지면 불펜 투수들의 등판 간격도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리오스가 못 던졌기 때문에 방출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
LG에 지금 가장 필요한 투수가 리오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방출한 측면이 더 크다.
물론 리오스가 압도적인 불펜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평균자책점 3.63 자체는 나쁘지 않다. 5홀드와 2세이브를 기록하며 실제 LG의 승리를 지켜낸 경기도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한 자리를 차지하는 불펜이라면 단순히 쓸 만한 수준을 넘어 리그 최고 수준의 결과를 내야 했다.
리오스는 시속 161.7㎞를 던졌지만 승부처 피안타율은 3할이었다.
그 차이가 컸다.
염 감독은 처음 리오스를 영입한 스카우트팀에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그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시즌 중반에 시속 160㎞를 지속적으로 던질 수 있는 투수를 빠르게 영입한 것은 스카우트팀의 능력이었다. 리오스도 짧은 기간이나마 LG 불펜의 부담을 덜어줬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평가는 움직인다.
한 달 전의 최선이 지금도 최선이라는 보장은 없다. 팀 상황이 바뀌고 상대 분석이 쌓이면 선수의 가치도 달라진다. LG는 리오스를 더 기다리는 것보다 선발진을 다시 세우는 쪽을 선택했다.
리오스가 LG에서 남긴 것은 KBO리그 최고 구속 기록만이 아니다.
빠른 공과 좋은 공이 반드시 같은 뜻은 아니라는 사실, 외국인 선수의 가치는 개인 성적뿐 아니라 팀의 가장 큰 약점을 얼마나 해결해줄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도 남겼다.
최고의 찬사에서 방출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한 달 반이었다.
리오스의 공은 누구보다 빨랐다.
하지만 선발진 붕괴로 다급해진 LG의 결정은 그보다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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