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성 물질 적재·메자닌 구조…화마 키웠다

김민수 2026. 7. 2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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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진화 지연…왜?

쿠팡 물류센터 진화 지연…왜?

스프링클러 헤드 설치 규정 강화 제기

층고도 10m…추락시 충격 클 수 도

물류센터 내 불이 난 칸막이 밖으로

화재ㆍ열기 전이되지 않도록 차단 중요

내화구조 패러다임 전환 목소리 커

20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에 사흘째 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경제=김민수 기자, 장진우 기자]인천 쿠팡물류센터 화재로 구조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물류센터 내화구조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류센터 내화구조의 개념을 ‘인명 대피 시간 확보’에서 ‘방화구획 밖으로의 화재 전이 차단’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20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인천 서해구 쿠팡32물류센터 B동 6층에서 시작된 불은 7층을 태운 뒤, A동 건물 상층부로까지 옮아붙으며 확산됐다.

화재 진압이 지연된 것은 물류센터 특유의 내부 구조 때문이다. 센터 내부는 3단 랙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생활용품을 비롯한 다량의 가연성 물질이 빽빽하게 적재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메자닌 구조도 화재 진압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자닌 구조는 높은 층고를 활용해 중간에 철골로 기둥과 바닥판을 세워 만든 ‘복층(중간층)’ 형태를 말한다. 적재 공간을 2∼3배로 활용할 수 있어 물류센터에 널리 쓰인다. 하지만 이 구조는 천장 상단에 스프링클러가 있더라도 메자닌 구조물의 중간 바닥판에 가로막혀 아래쪽 화점까지 물이 제대로 도달하지 못한다.

현행 소방 규정은 메자닌 상ㆍ하부 및 랙 내부에도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화재 초기 불길이 폭발적으로 확산했다면 소화수가 여러 헤드로 분산되면서 수압이 떨어져 제 기능을 못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류센터는 적재물이 층층이 쌓여 소방관 진입이 어려운 만큼 높이 기준이 아닌 선반 단수마다 스프링클러 헤드를 촘촘히 설치하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며 “물류센터의 수원 용량이 일반 건물보다 크긴 하지만, 헤드의 분사 압력이 부족하다면 기준 압력을 더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구조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물류센터는 통상 할로우코어슬래브(HCS) 등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으로 지어진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내부에 구멍을 뚫은 콘크리트 판인 HCS는 고열에 노출되면 내부의 프리스트레스트 강선이 끊어질 위험이 있다. 10m에 달하는 높은 층고 위에서 불길을 잔뜩 머금은 슬래브가 추락하며 충격을 주면 건물 일부가 무너질 수 있다.

곽철승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신속대응팀 단장은 “내부 소음과 진동은 지속되더라도 전체적인 건물 붕괴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내부 층고가 10m나 되기 때문에 슬래브 추락 시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방화구획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연면적 1000㎡(스프링클러 설치 시 3000㎡)를 넘으면 방화구획을 설정해야 한다. 이 기준에 따른 내화구조 인증(1∼3시간)은 어디까지나 화재 시 재실자가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제는 사람이 대피한 이후다. 내부 가연물이 자연 소각될 때까지 소방 활동이 무력화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물류의 이동 편의성과 효율성만 우선시할 것이 아니라, 내부에 콘크리트 방화벽을 세우는 등의 물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광량 CNP동양 대표(건축구조기술사)는 “소방 및 건축 기준이 인명 대피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점차 무인화ㆍ기계화돼 상주 인원이 적은 물류센터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물류센터만큼은 인명 대피 중심의 내화구조가 아니라 불이 난 칸막이 영역 밖으로 화재와 열기가 절대 전이되지 못하도록 완벽히 격리ㆍ차단하는 개념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승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본부 수석연구원도 “지게차 이동이나 컨베이어 벨트 작동 등 물류 효율성을 지나치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방화구획을 물리적으로 가장 안전하게 분할 설계할 수 있는 타협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수 기자, 장진우 기자 k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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