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8] ‘주소지 복지’넘어 따뜻한 행정으로

구자훈 기자 2026. 7. 2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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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다. 하지만 같은 도민이라도 어느 시군에 사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는 상이하다.

이에 도가 추진하는 상당수의 복지사업은 도가 기본 틀을 만들고 실제 실행 여부는 각 시군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재단이 발표한 '경기도 지역사회보장계획과 균형발전' 자료에 따르면 도 복지 문제는 시군별 재정 역량의 차이 및 인구구조, 시설 인프라 등이 얽힌 '지역 간 분포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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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돌봄 기준선 확립해 경기도 ‘복지 격차’ 줄인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다. 하지만 같은 도민이라도 어느 시군에 사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는 상이하다.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보편 지원사업부터 기회 소득, 긴급 돌봄 사업까지 다양한 정책이 도내 시군의 참여 여부에 따라 같은 도민이지만 다른 혜택을 받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민선9기 도정의 책임자인 추미애 경기지사는 공정·혁신·포용을 핵심 가치로 제시하며 시군 간 복지 격차를 줄일 것을 약속했다. 민선9기 도정이 풀어야 할 '주소지 복지'의 현실을 살펴본다.

# 같은 도민인데 '주소지'가 복지 결정

복지는 원칙적으로 개인의 소득이나 나이, 생활환경 등을 기준으로 설계된다. 도에서는 또 하나의 기준이 더해진다. 바로 '주소'다. 도내 31개 시군은 각기 다른 재정 여건과 정책 우선순위를 갖고 있다. 이에 도가 추진하는 상당수의 복지사업은 도가 기본 틀을 만들고 실제 실행 여부는 각 시군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도비와 시군비를 함께 부담하는 매칭 사업은 시군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의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같은 도민이라도 거주 지역에 따라 혜택을 받을 수도, 신청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는 셈이다. 하나의 광역자치단체 내에서 거주지에 따른 상이한 복지정책이 이어지며 형평성 논란도 꾸준히 제기된다.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내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경기도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 주소지 복지의 대표적 사례 '생리용품 지원사업'

대표적인 사례는 '경기도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보편 지원사업'이다. 사업은 11~18세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용품 구입비로 1인당 연 최대 14만2천 원을 지역화폐로 지원한다. 시행 방식은 도비와 시군비가 함께 투입되는 구조로, 시군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올해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시군은 31곳 중 27곳으로 성남·부천·고양·남양주 등 4개 지역은 참여하고 있지 않다. 이들 지자체는 재정부담과 정책 우선순위 등을 이유로 내세운다.

지자체별로 자체 사업 등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참여 여부가 결정되거나 참여 시군조차 경제적 부담을 토로한다. 도비와 시군비 간 분담 비율은 3대 7이다. 결국 같은 나이의 여성 청소년이라도 사는 지역에 따라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사업은 생리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기본적인 건강권으로 보고 보편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특정 취약계층이 아닌 모든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지만 주소에 따라 각기 다른 혜택은 '보편복지'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 같은 조건인데 우리 시는 대상 제외

민선8기 도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인 '기회 소득'도 지역 간 복지 편차를 보여주는 사업 가운데 하나다. 기회 소득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계층을 대상으로 일정 수준의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다. 대상은 예술인, 체육인, 농어민 등이다. 예술인 기회 소득의 경우 28개 시군에서 시행한다. 용인·고양·성남 등은 참여하지 않는다.

현역선수, 선수출신 지도자, 심판 등 체육활동의 지속으로 건강한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체육인을 지원하는 체육인 기회소득의 경우 25개의 시군에서만 시행한다. 마찬가지로 재정 등을 이유로 용인·고양·성남·남양주·의정부·여주 등 지자체는 사업에서 제외돼 있다.

농어민 기회 소득은 26개 시군이 운영 중이다. 도내 농어민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보상을 위해 마련된 정책은 농어민 개인에게 월 15만 원(연 180만 원 이내)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같은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재정 여건에 따라 지원 수준은 다르다. 여주시의 경우 월 5만 원(연 60만 원 이내)으로 다른 참여 지자체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기회 소득사업도 시군별 사업 참여 여부에 따른 각기 다른 복지가 이뤄진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보상이라는 정책 기준은 같지만 실제 지원 여부와 규모 등은 주소지에 따라 엇갈린다.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아이를 맡겨야 할 때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언제나 어린이집'.
# 인프라에 따른 돌봄 격차

복지정책의 지역 격차는 현금성 지원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지원 자격 자체가 주소에 따라 갈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용 가능한 시설과의 거리가 서비스 접근성을 좌우한다. 도는 보호자가 야간 근무나 병원 진료 등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아이를 맡겨야 할 때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언제나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대상은 6개월 이상부터 7세 이하의 취학 전 영유아로 이용료는 시간당 3천 원(이천시 24시간 아이돌봄센터의 경우 1천 원)이다. 모든 도민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보편적 돌봄 복지사업이지만 도내 운영시설은 16곳에 그친다.

고양·군포·의정부·김포·광명·안산·파주·하남·남양주·부천·광주·이천 등 12개 지역에선 각각 1개의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포천과 안양의 경우 각각 2개의 언제나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도내 거주 영유아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가까운 곳에 시설이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물리적 접근성은 다를 수밖에 없다.

도내 임산부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사업도 제각각이다. 시군별 상황과 사정에 맞춰 권역별로 두레생협, 한살림연합, 농협 등 공급업체가 상이하면서 상품 품목과 품질, 가격 등에 관한 문제도 제기된다. 한쪽에서는 지원 자격 자체가 주소에 따라 갈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용 가능한 시설, 서비스 등과의 접근성이 복지 수준을 좌우한다.

# 왜 이런 일 반복되나… 매칭 사업의 한계

도내 복지 격차가 발생하는 직접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는 도와 시군이 사업비를 함께 부담하고 시군의 참여를 전제로 하는 사업 구조다.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원 사업은 도비 30%와 시군비 70%로 추진되고 체육인 기회소득은 도와 시군이 사업비를 절반씩 부담한다. 도가 정책을 설계하더라도 실제 사업 시행을 위해서는 시군의 동의와 예산 편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외에 기초단체장의 정책 방향, 기존 자체 사업과의 중복성, 사업 우선순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주소에 따른 편차를 만들어 낸다.

경기복지재단이 지난 3월 지역 복지의 불균형을 구조적으로 분석했다. 재단이 발표한 '경기도 지역사회보장계획과 균형발전' 자료에 따르면 도 복지 문제는 시군별 재정 역량의 차이 및 인구구조, 시설 인프라 등이 얽힌 '지역 간 분포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또 획일적인 표준화 방식만으로는 서로 다른 31개 시군의 편차를 유연하게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부연한다.

결국 해법도 단순하지 않다. 모든 사업을 도비 100%로 전환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없다. 지역 특성에 맞는 시군의 정책 자율성을 인정하면서도 어느 지역에 살든 보장받아야 하는 복지의 최소선을 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사업 성격에 따른 도비 분담률 조정과 취약지역에 대한 차등 지원, 생활권 단위의 시설 배치 등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선거 과정에서 '경기도형 최소 돌봄 기준선'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도내 지역 간 돌봄 격차가 심화하는 만큼 분야별로 기준선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추 지사는 취임식에서도 공정·혁신·포용을 도정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그는 "단 한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경기도를 만들겠다. 진보와 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행정 불평등과 격차를 고쳐나가고 치유하는 따뜻한 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도 도민 삶과 미래를 위한 흔들림 없는 투자를 약속했다. 공약의 방향은 분명하다. 관건은 '최소 기준선'에 무엇을 담을지다. 지역별 참여 격차를 어떤 방식으로 줄일 것인지, 돌봄 시설은 어느 정도의 접근성을 최소 기준으로 보고 구체화할 것인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 분담 방식과 시군과의 협의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등이 민선9기가 안은 과제다.

31개 시군의 차이를 어디까지 다양성으로 인정할지, 어디부터를 격차로 보고 개입할 것인지 분명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근본적 과제다. 같은 도민에게 어디까지 같은 복지를 보장할 것인지, 추 경기지사가 내세운 '최소 돌봄 기준선'은 구체적 기준과 재정의 문제를 풀어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

구자훈 기자 hoo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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