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150%에도 산다···빌라 경매로 번진 ‘입주권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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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빌라 경매시장에서 선별적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일반 빌라에 대한 기피는 이어지는 반면, 정비사업 기대 물건에는 감정가를 웃도는 입찰이 잇따랐다.
정비사업 기대감만으로 최근 빌라 경매 수요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빌라 경매는 빌라를 싸게 사는 시장이라기보다 정비사업의 미래가치를 선점하는 시장에 가깝다"며 "감정가나 낙찰가율보다 사업 단계와 분양 자격, 주변 매매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적정 가격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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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중곡 등 정비사업지는 140~150%대 낙찰
전세난에 일반 빌라도 수요···권리·분담금 확인해야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빌라 경매시장에서 선별적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일반 빌라에 대한 기피는 이어지는 반면, 정비사업 기대 물건에는 감정가를 웃도는 입찰이 잇따랐다.
빌라 자체의 주거 가치보다 향후 아파트 입주권 확보와 토지가치 상승 가능성을 노린 투자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 평균은 78%인데···정비사업지는 감정가 훌쩍 넘어
17일 경·공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경매 낙찰가율은 78%를 기록했다. 2021년 9월 97.6%까지 올랐던 낙찰가율은 전세사기 여파가 본격화한 2023년부터 70~80%대에 머물고 있다. 평균 지표만 보면 뚜렷한 회복세를 확인하기 어렵다.
정비사업 추진 지역의 분위기는 다르다. 송파구 마천5구역에 있는 한 빌라는 지난달 감정가의 158% 수준에 낙찰됐다. 응찰자도 20명 넘게 몰렸다. 마천5구역은 과거 정비구역에서 해제됐지만 신속통합기획을 거쳐 다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광진구 중곡동 D2구역에 있는 빌라들도 감정가의 140%를 웃도는 가격에 주인을 찾았다. D2구역은 아직 신속통합기획 추진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걷는 초기 단계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인데도 재개발 가능성이 낙찰가에 선반영된 셈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빌라의 반등보다 '입주권 프리미엄의 경매시장 유입'으로 해석한다. 투자자들이 낙찰가를 산정할 때 현재 빌라 시세뿐 아니라 정비사업 이후 예상되는 신축 아파트 가치까지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비구역 지정이나 사업계획 승인 등 절차가 진행된 곳은 사업의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반대로 주민 동의서를 걷는 초기 사업지는 사업 속도가 빠를 경우 더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 수요가 사업 초기 단계까지 이동하는 이유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기간 단축을 추진하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정비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표준처리기한제를 반영하는 등 인허가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등록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대상지는 2025년 1월 기준 70곳, 약 10만1000가구다.
◇ 전세난에 일반 빌라도 온기···'두 개의 시장' 형성
정비사업 기대감만으로 최근 빌라 경매 수요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서울 아파트 가격과 전셋값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빌라로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매매수급지수는 109를 기록했다. 202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수가 100을 웃돌면 시장에서 빌라를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임대시장도 개선되고 있다. 서울 연립주택 전셋값은 지난 5월 전월 대비 0.59% 올랐다. 2012년 10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올해 1~5월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도 3.37% 상승했다. 아파트 전월세 거래가 감소한 것과 달리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서울 빌라 경매시장이 양극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세사기와 역전세 우려가 남은 물건은 거듭 유찰되는 반면 정비사업 프리미엄이 붙거나 임대수요가 탄탄한 물건은 감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낙찰된다. 전체 낙찰가율 78%만으로는 물건별 온도 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매 물건의 감정가가 현재 시세를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감정평가 이후 매각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물건은 최근 가격 상승분이 감정가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낙찰가율이 150%에 달하더라도 주변 매매시세와 비교하면 과도한 가격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정비사업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반영된 물건은 향후 수익을 장담하기 어렵다.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을 거쳐야 한다. 주민 반대나 사업성 악화로 절차가 지연되거나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입주권 확보 여부도 따져야 한다. 사업 유형과 권리산정기준일, 건축물의 적법성, 소유권 분할 시점 등에 따라 조합원 분양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예상 권리가액과 추가분담금까지 더하면 신축 아파트를 일반 매매로 사는 것보다 총투자비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빌라 경매는 빌라를 싸게 사는 시장이라기보다 정비사업의 미래가치를 선점하는 시장에 가깝다"며 "감정가나 낙찰가율보다 사업 단계와 분양 자격, 주변 매매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적정 가격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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