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 공룡 ETF…자산운용사 ‘주주 역량’ 고도화 시급

박진우 2026. 7. 18. 07:4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500조원대 규모로 성장한 만큼 이를 운용하는 자산 운용사의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 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굴리는 돈의 덩치에 걸맞은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이행과 내부 통제 고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8일 ‘ETF 시장 확대와 자산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보고서를 통해 국내 ETF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조명했다.

국내 ETF 순자산은 지난 2023년 6월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2025년 5월 200조원, 같은 해 말 300조원을 돌파하더니, 2026년 5월 말 기준 500조원 고지까지 단숨에 넘어섰다. 양대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에서 ETF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 역시 2020년 말 2.2%에서 2025년 말 7.5%로 세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주식 잔액도 2020년 말 100조원에서 2025년 말 207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코스피200 등 시가총액 가중 지수를 따르는 패시브 ETF의 특성상, 시총 상위 기업에 대한 운용사들의 지분은 기계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ETF의 삼성전자 편입액은 53조원(시총의 2.9%), SK하이닉스는 58조원(시총의 3.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 연구원은 자산운용사들이 구조적으로 기업 지배구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음에도, 실제 수탁자 책임을 다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꼬집었다.

특정 종목을 마음대로 팔 수 없는 패시브 펀드의 성격상, 기업 관여나 의결권 행사는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하고 핵심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국내 운용사들은 이를 검증하고 공시하는 체계가 턱없이 부족하다. 일부 운용사는 의결권 행사 거부 사유에 “주주총회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거나 “주주권 침해 우려가 없다”는 식의 해명을 상습적으로 적어내는 등 주주 활동이 형식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운용사마다 전담 조직이나 인력, 의사결정 시스템의 편차도 극심한 실정이다.

이는 해외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행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경우, 지난해 인덱스 펀드 자산을 활용해 세계 42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2373회에 걸친 기업 관여와 1811개사와의 대화를 진행했다. 나아가 1만6500회 이상 의결권을 행사하고 15만4000여 건의 안건에 표결 참여하는 등 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다행히 국내 환경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위탁 운용사를 고를 때 주주권 행사와 수탁자 책임 활동에 대한 질적 평가 지표를 대폭 강화했다. 정책 당국 역시 지난해 말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을 통해 기관투자자의 기업 가치 제고 관여 활동을 별도 점검 항목으로 신설하며 제도적 뒷받침에 나섰다.

김 연구원은 “국내 자산운용사들 역시 거대한 지분 규모에 걸맞은 수준 높은 기업 관여 및 의결권 행사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이해상충 관리 체계와 내부통제를 옥죄어 책임감 있는 주주 활동의 토대를 다져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연합뉴스]


박진우 기자 pjw19786@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