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훈의 월드컵 현장 관찰기 ㊺] 월드컵의 돔구장, 경기 환경의 이점

조남기 기자 2026. 7. 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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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스타디움, 곧 돔구장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작용한 새롭고 독특한 변수였다.

경기 중 체감온도가 한때 섭씨 45도를 넘어선 필라델피아와, 7월 어느 날 상대습도가 한때 100%에 이른 캔자스시티를 경험하고 나니 경기 내용을 분석할 때 돔구장이 제공한 환경의 이점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만 1994 미국 월드컵의 폰티악 실버돔과 2006 독일 월드컵의 겔젠키르헨 아레나는 이번 대회의 돔구장들과 기후 통제의 수준과 성격이 달랐으며, 냉난방 기능을 갖춘 2002 한일 월드컵의 삿포로돔에서는 단 3경기만이 열렸다. 요컨대 과거에는 월드컵의 예외적 무대였던 돔구장이 이번 대회 들어서는 대회 전체의 경기 환경을 구성하는 하나의 무시 못 할 축으로 자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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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일레븐> 애틀랜타(미국)-양정훈 칼럼니스트

 

실내 스타디움, 곧 돔구장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작용한 새롭고 독특한 변수였다. '아메리칸 풋볼'의 전당이 잠시 '사커'의 대잔치에 내어준 그 공간들은 단순히 비와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았다. 바깥의 폭염과 높은 습도의 영향을 줄이고 내부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능은 그 안의 사람들에게 상당한 쾌적함을 제공했다. 돔구장에서 취재가 있는 날이면 몸도 마음도 가방도 가벼웠다. 더위에 지칠 걱정도, 비에 젖을 염려도 없었고, 우산과 여분의 물, 타월 손수건까지 챙기지 않아도 됐다.

 

그라운드 위에서 직접 플레이를 펼쳐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그 영향이 더욱 컸을 것이다. 대회 기간 대부분의 개최지에서 이어진 폭염과 높은 습도는 선수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집중력까지 흐트러뜨릴 수 있었다. 그런 만큼, 돔구장에 배정된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이 대회 전체를 통틀어 동일한 여건에서 승부를 겨뤄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경기 결과를 가른 여러 요인 가운데 이러한 차이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다. 경기 중 체감온도가 한때 섭씨 45도를 넘어선 필라델피아와, 7월 어느 날 상대습도가 한때 100%에 이른 캔자스시티를 경험하고 나니 경기 내용을 분석할 때 돔구장이 제공한 환경의 이점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프랑스 대 스페인, 그리고 잉글랜드 대 아르헨티나. 공교롭게도 FIFA 랭킹 1~4위이자 실력 면에서도 세계 최상위권으로 평가받는 네 팀이 준결승에서 만났다.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대진 속에 스페인 대신 프랑스, 아르헨티나 대신 잉글랜드가 결승에 올랐더라도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는 않았을 듯싶다. 그만큼 어느 한쪽의 우세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네 팀 사이의 전력 차는 크지 않았다. 그렇기에 3위 결정전으로 향한 두 팀의 준결승 패인을 전술과 개인 기량만으로 설명하기보다, 그들이 대회에서 거쳐온 경기 환경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생긴다.

 

물론 프랑스가 자랑하는 전방의 스피드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모습도, 잉글랜드가 한 골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일찌감치 깊숙이 내려앉은 선택도 오로지 환경 하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그렇지만 프랑스와 잉글랜드가 대회 내내 거쳐온 기후와 경기장 조건을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여정과 나란히 놓아보면, 보다 까다로운 환경에서 쌓인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패배한 두 팀의 퍼포먼스를 제한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번 대회에는 온도와 습도 조절이 가능한 돔구장 세 곳과, 완전 밀폐식은 아니지만 지붕과 환기 설계를 통해 외부 기후의 영향을 완화하는 반개방형 경기장 한 곳이 사용됐다. 전자는 애틀랜타 스타디움, 댈러스 스타디움, 휴스턴 스타디움이고 후자는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이다. 편의상 이 네 곳을 돔이라고 부르되, 지붕을 닫아도 외부 기온과 습도의 영향을 받는 BC 플레이스 밴쿠버는 논외로 한다.

 

8강까지 치른 6경기 가운데 스페인은 5경기(애틀랜타 2경기, 로스앤젤레스 2경기, 댈러스 1경기)를, 아르헨티나는 3경기(댈러스 2경기, 애틀랜타 1경기)를 돔구장에서 치렀다. 반면 잉글랜드는 2경기(애틀랜타 1경기, 댈러스 1경기)를 치렀고, 프랑스는 준결승에서야 처음으로 돔구장을 경험했다. 흥미롭게도 준결승에서 패배한 두 팀이 승리한 두 팀보다 돔구장의 이점을 덜 누렸다. 실제 현장에서 경험한 완전 밀폐식 돔구장의 내부 기온은 대체로 섭씨 23도 안팎이었다.

 

게다가 잉글랜드는 하필 폭우와 뇌우로 킥오프가 한 시간 미뤄진 날, 개최국 멕시코를 상대로 멕시코시티에서 원정 경기를 치르는 험난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진 노르웨이와의 8강전도 WBGT가 약 32.5도로 추산된 마이애미에서 펼쳤다. 프랑스는 7월 4일 필라델피아에서 이번 대회 야외 경기 가운데 가장 가혹한 환경으로 꼽힐 만한 파라과이전을 치렀다. 그날 WBGT는 약 33.9도까지 치솟은 것으로 추산됐다. WBGT는 기온과 습도, 바람과 일사량을 종합해 열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지수인데, FIFPRO(국제축구선수협회)는 WBGT가 28도를 넘으면 경기 연기를 권고한다. 위에 제시한 두 WBGT 추산치는 '가디언'의 자료를 참고했다.

 

또한 작년 이맘때 이곳 미국에서 열린 2025 클럽월드컵 경기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논문 제목: Physical performance in elite male soccer under extreme heat: A case study of the 2025 FIFA Club World Cup)에 따르면, 기온과 WBGT가 높을수록 선수들이 경기에서 움직인 전체 거리가 줄었고, 걷기부터 전력질주까지 거의 모든 속도 구간에서 움직인 거리도 짧아졌으며, 습도가 높을 때는 특히 빠른 속도로 뛴 거리가 줄었다고 한다. 이는 돔구장이 어느 정도 통제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환경 요소들이, 앞서 언급한 준결승처럼 전력 차가 크지 않아 작은 요소의 무게가 커지는 대결에서 승패의 향방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뒷받침한다.

 

지난 월드컵 대회들에도 돔구장이 사용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1994 미국 월드컵의 폰티악 실버돔과 2006 독일 월드컵의 겔젠키르헨 아레나는 이번 대회의 돔구장들과 기후 통제의 수준과 성격이 달랐으며, 냉난방 기능을 갖춘 2002 한일 월드컵의 삿포로돔에서는 단 3경기만이 열렸다. 반면 이번 북중미 대회에서는 무려 32경기가 네 개의 돔구장에서 치러졌다. 요컨대 과거에는 월드컵의 예외적 무대였던 돔구장이 이번 대회 들어서는 대회 전체의 경기 환경을 구성하는 하나의 무시 못 할 축으로 자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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