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장화신은 고양이의 두 얼굴, 길고양이가 생태계를 파괴한다
무너지는 숲을 위해 길고양이 직시하자
애틋한 마음 앞서도 우리 생태계 지켜야
감정 소비 거두고 냉정한 시선으로 볼 때
객관적인 생태 균형 되찾을 공존의 길목

탐조를 하러 배낭을 메고 나서면 계절마다 얼굴을 바꾸는 새들을 만난다. 새들의 분주한 날갯짓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러나 탐조에서 돌아와 도시의 골목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위험이 기다린다. 담장 아래 놓인 밥그릇, 겨울집까지 갖춘 길고양이 급식소. 정성스러워 보이지만, 이 풍경은 생태계에 강력한 균열을 낸다. 길고양이들이 새를 그토록 사냥하여 새들이 없어진다는 것을 아시는가.
2013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스미스소니언 보존생물학연구소와 어류야생동물국의 공동 연구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미국에서만 매년 십수억 마리의 야생 조류와 수십억 마리의 소형 포유류를 사냥한다고 밝혔다. 이 살생의 상당수는 주인이 있는 반려묘가 아니라 주인 없는 길고양이에게서 비롯된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이 고양이를 세계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으로 지정한 이유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고양이를 아낄까. 오스트리아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말한 '베이비 스키마'로 설명이 된다. 크고 둥근 눈, 볼록한 이마, 부드러운 털을 가진 대상을 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보호 욕구를 느낀다는 이론이다.
고양이는 이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충족하고, 비둘기나 이름 없는 들새는 그렇지 못하다. 비둘기 먹이주기는 조례로 금지되면서 고양이 급식소는 아무 제지 없이 늘어나는 이중잣대도 여기서 비롯된다. 결국 우리가 지키는 것은 객관적인 생태 균형이 아니라 예뻐 보이는 종에 대한 감정 소비다.

고양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사례가 있지 않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있다. 오히려 잘 설계하면 고양이는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기도 한다. 전남 고흥의 쑥섬은 고양이 섬으로 알려져 있다. 강릉과 영덕에는 고양이 교감 펜션도 있다. 바다 건너 일본에 가면 아오시마·시로지마·아이노시마 같은 고양이 섬이 유명하다. 고양이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러나 고양이를 활용한 관광상품에는 조건이 있다. 고양이 관광을 '섬에 고양이를 많이 풀어놓는 관광'으로 이해하면 지속가능한 관광이 되지 않는다. 길고양이가 아닌 관리가 잘 되는 적정수의 집고양이였을 때 가능하다.
그리고 고양이가 머무는 구역과 철새 도래지나 번식지 같은 생태 민감 구역을 철저히 분리해야 하고, 관광객의 임의 급식은 막아야 한다. 먹이가 흔해지면 외부 개체가 유입되고 사냥 본능은 줄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생태 조사나 중성화 비용 기부 같은 프로그램으로 관광 콘텐츠를 바꾸고 수익 일부는 고양이 복지에, 일부는 야생조류 서식지 복원에 돌린다. 중성화로는 부족하다. 개체 수 조절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있어야 고양이 관광이 성립될 수 있다. 그래도 위험하다. 지금 섬에서는 고양이의 새 사냥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고양이 만화영화도 즐겨 찾는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 드림웍스의 <슈렉2>와 <장화신은 고양이>를 보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여행지에서 만난 고양이 상품은 기어코 산다.
비록 지금은 여러 서식처를 옮겨 다니느라 키우지는 못하지만 어릴 적 그렇게 질문을 해 대던 우리 집 고양이가 생각난다. 그 고양이는 내가 무언가 말을 하면 항상 "왜요?"라고 물었다. '야~~옹' 소리가 아닌 '왜~~요!' 나만 그렇게 들렸나?
길고양이만큼은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주장에 캣맘과 관련 단체에서 거센 반발을 한다. 지자체의 민원도 거세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한다. 고양이가 미워서가 아니라 고양이도 잘 사는 생태계 균형을 위해서다.

sungzu@naver.com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한양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관광과 엔터테인먼트를 전공했다. 삼성에버랜드에서 오랫동안 '환상의 나라'를 설계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는 슬로우빌리지 대표이자 컨설턴트로 변신해 농촌에 행복의 마법을 부리는 중이다. 한국수달보호협회 수도권서부지회장으로서 생태 보호에 앞장서고 있으며, 한국사회적농업협회 부회장을 맡아 치유농업과 6차산업을 이끌고 있다. 사람과 생명이 함께 웃고, 모든 이가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것을 유쾌한 사명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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