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기조 이어간다’ 못 박은 한은…통방문에 담긴 ‘추가 인상’ 신호 [Pick코노미]

김혜란 기자 2026. 7. 1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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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본격적인 긴축 국면에 들어섰다.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금융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자체보다 추가 인상을 공식화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향후에도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정책 기조를 처음으로 명시하면서 긴축 사이클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1월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다.

무엇보다 시장이 주목한 대목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이다. 금통위는 이날 의결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물가와 성장 등 경제 여건을 점검하며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번에는 ‘금리 인상 기조’를 공식적으로 명시하며 추가 긴축 방향을 분명히 했다. 이번 인상이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앞으로도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셈이다.

한은이 긴축으로 방향을 튼 배경에는 예상보다 강한 경기 회복과 높은 물가 압력, 가계부채 증가, 서울 집값 상승 등 금융 불균형 우려가 자리한다.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한미 금리 차를 축소해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요 측 물가 압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 경로는 사전에 정해놓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열리는 모든 회의는 ‘살아 있는 회의(live meeting)’”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다음 주 발표되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다음 달 발표되는 7월 소비자물가를 꼽았다. 그는 8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전망도 한층 낙관적으로 바뀌었다. 신 총재는 “현재 판단으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6%는 너무 낮다”며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상당 폭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출 호조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판단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를 예상보다 매파적으로 해석했다. 윤지호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총재가 데이터 의존(data-dependent) 원칙과 ‘모든 회의가 살아 있는 회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평가된다”며 “2분기 GDP와 7월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 8월과 11월 추가 인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BNP파리바는 기본 시나리오로 올해 10월과 내년 1월 각각 한 차례씩 기준금리를 인상해 최종금리 3.00%를 예상하고 있지만, 경기와 물가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연말 기준금리가 3.25%까지 오를 가능성도 제시했다.

다만 시장의 기본 시나리오는 여전히 10월 추가 인상에 무게가 실린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 총재의 발언은 데이터를 확인하며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며 “2분기 성장률은 양호하겠지만 7월 물가는 다소 안정될 가능성이 있어 8월에는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연속 인상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데이브 치아 무디스 애널리틱스 연구원은 “목표치를 웃도는 물가와 약한 원화, 가계부채 증가, 서울 주택가격 상승은 추가 금리 인상의 근거가 된다”면서도 “8월 연속 인상은 물가가 예상보다 더 악화되는 경우에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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