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던진 ‘李 필패론’… 그 뒤엔 신·구 주류 총선 공천권 싸움
‘구주류의 입' 유시민
왜 李 공개 비판했나

유시민씨가 “이재명 대통령이 필연적인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고 한 발언을 두고 친명계에서는 16일 “4년 남은 대통령에게 감히 할 소리냐” “저주와 악담” “금도를 넘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두고 유씨가 이 대통령에게 독설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자, 여권 관계자들은 “유씨로 대변되는 친노·친문 세력이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쥔 당 대표직을 이번엔 절대 친명계에 뺏기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친명계 신주류와 친노·친문계 구주류로 쪼개져 있는 가운데, 이들은 각각 차기 당대표로 김민석 전 총리, 정청래 전 대표를 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씨가 이 대통령의 외연 확장을 위한 중도실용 노선을 “위험하다”고 비판한 것이다. 사실상 이대로 가면 다음 총선은 물론 대선도 질 것이란 경고였다. 친노·친문 쪽은 “충언”이라고 했지만, 친명계는 “민주당 지지층을 향해 노골적으로 정 전 대표를 찍으라는 메시지”라고 했다.
유씨는 올해 들어 여러 차례 이 대통령을 직격했다. 지난 2월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 추진에 앞장선 친명계를 향해 “그 사람들이 미쳤거나 제가 미친 것 같은데, 제가 미친 것 같진 않다”고 했다. 3월엔 여권 지지층을 A·B·C 성향으로 나눈 뒤 ‘뉴이재명’으로 불리는 B그룹에 대해 “위기가 오면 대통령을 가장 먼저 떠날 사람들”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검찰 개혁이 1년 넘게 지지부진한 것은 이 대통령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까지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재건축 재개발은 성공 못 한다” “민주당이 과거에도 이 대통령이 말한 ‘구조적 다수’를 시도했다가 총선에서 깨졌다” “민주당이 대통령의 지배를 받아들이는 순간 당은 해체될 것” 등의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 대통령이 여권 구주류 세력과 거리를 두고 새로 영입한 친명 세력으로 민주당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데, 더는 공천 등 당무에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유씨 말에는 민주당 주류를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이 숨어있다”며 “친노·친문이 줄곧 비주류의 길을 걸었던 이 대통령에게 ‘이제 그만 빠지시라’는 메시지를 날린 셈”이라고 했다. 친문계 의원은 “친명 당대표가 다음 총선 공천권을 쥐면 안 된다는 절박함 아니겠냐”고 했다. 이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인 2024년 총선 때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을 통해 친문을 쳐내고 친명으로 당을 채웠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유씨가 전면에 나섰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어느 쪽이 당대표가 되든 분당까지 생각해야 할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유씨 발언에 직접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특정인의 발언에 별도 대응하지 않는다”면서도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 개혁의 핵심 가치에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고 했다. 앞서 유씨는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논쟁에 가세할 경우 전당대회가 ‘이재명 대 정청래’ 대결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청와대 참모들은 유씨 발언에 상당한 불쾌감을 보였다.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인사는 “1년밖에 안 된 정권을 향해 필패란 단어를 꺼내들 수 있냐”며 “어떤 방해 공작이 있어도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을 향한 재개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온종일 유씨 발언으로 시끄러웠다. 5선의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유 작가는 과거에도 DJ(김대중) 정부를 5년 내내 흔들고 괴롭혔다. 누구를 대안으로 두고 이제 갓 취임 1년이 지난 이 대통령을 흔들어댈까”라고 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유 작가의 말은 동의도 못 할 뿐더러 상당 부분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 측근인 김남준 의원도 “개혁을 위한 쓴소리라기보다는 개혁의 적을 늘리는 독설에 가깝다”면서 “문득 대통령께서 참 많이 외로우시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당 대표 후보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통상적인 평론의 영역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던 유씨에 대해 “늘 맞지는 않았다. 왜 그러셨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송영길 의원도 “저주와 악담식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친문계 고민정 의원도 “모든 것을 선악으로 구분하려는 게 오히려 필패의 길”이라고 했다. 반면 정청래 전 대표는 이날 ‘유씨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취재진에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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