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육사 출신 장관이 계엄 했다고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나

조선일보 2026. 7. 1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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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마트강군 육성, 국군사관학교 창설방안 당정협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와 여당이 16일 육·해·공사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군 교육 시설이 있는 대전 자운대에 신설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1·2학년은 전 영역 교육, 3·4학년은 각군에 맞는 교육을 하는 개념”이라고 했다. 4년 내내 자운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국방부는 ‘군 합동성 강화’를 내세웠다. 그런데 합동 전력이 최강인 미군은 육·해·공사를 계속 분리 운영하고 있다. 영국·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합동성은 각군 전문성을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주요국 중 합동성을 강화한다며 육·해·공사를 한 데 섞은 사례도 없다. 통합 사관학교 체제인 호주·캐나다는 상비군이 6~7만명에 불과하고, 통합 예비사관학교가 있는 태국은 군부 쿠데타가 자주 일어나는 나라다.

‘국군 정체성’도 통합 근거로 꼽았다. 사관학교 분리가 각군 이기주의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 육·해·공사 출신은 국군 정체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장교라는 건가. 통합 사관학교를 졸업해도 복무는 각군에서 할 수밖에 없다. 공군 조종사가 해군 함정을 몰 수는 없는 일이다. 사관학교를 억지로 묶으면 해군이 가장 황당해진다. 현재 해군 생도는 4년 내내 바다와 함정을 보며 장교로 성장한다. 해군은 이를 ‘해군화’라고 부르며 중시한다. 그런데 자운대로 옮기면 해군은 산을 보며 우리 바다를 지킬 교육을 받게 된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이런 코미디가 있나.

AI와 로봇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미래 전쟁은 현재와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에 맞춰 사관학교 시스템도 바꿀 필요는 있다. 그러나 군의 ‘백년대계’가 걸린 사관학교 개편은 5년 정권이 일방적으로 서두를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이 일사천리로 결론을 냈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5%가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한 것도,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가 반대 집회를 한 것도 ‘졸속’이란 우려가 깔렸기 때문이다. 숙의 없이 밀어붙이니 ‘집권 세력의 육사 없애기’라는 야당 의원의 주장까지 나오는 것이다. 육사 출신 장관이 계엄을 주도했다는 괘씸죄 때문에 이렇게까지 밀어붙일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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