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일제히 급등… 상승세 이어질까
한국 주식 시장이 15일 미국발(發) 반도체주 상승을 발판으로 반등했다. 앞서 열린 뉴욕 주식 시장에서 SK하이닉스 ADR(미국 주식예탁증서)이 27% 넘게 급등하고 엔비디아·마이크론 등 AI(인공지능) 반도체주가 동반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코스피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크게 올랐다. 미국의 AI 산업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의 2분기 실적이 얼마나 좋을지에 따라 앞으로의 주가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반도체 관련주 일제히 급등
1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2% 급등한 7284.41, 코스닥 지수는 5.8% 오른 829.43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14일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던 것과 반대로 이날은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외국인·기관이 동반 순매수에 나서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낙폭이 컸던 종목들에 저가 매수세가 집중됐다. 매수·매도 사이드카는 주가가 급등락할 때 5분간 프로그램 매매를 중단시키는 제도다.
이날 한국 대표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6.3%, 8.8% 급등했다. 삼성전자 종가는 27만9500원, SK하이닉스는 208만2000원이었다. SK스퀘어가 16.1%, 삼성전기가 12.1% 오르는 등 반도체 관련 다른 종목도 일제히 강세였다. AI 투자 둔화 우려로 최근 하락한 종목의 반등 폭이 컸다. 정희찬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국인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14일 발표된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았다는 점도 주식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5%로 5월 4.2%보다 낮아졌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3.8%도 밑돌았다. 이에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해 연방준비제도가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다소 잦아들며 미국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대출 금리 등이 동반 상승하며 시중에 자금이 말라 주식 시장엔 악재가 될 수 있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고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안도 랠리’가 펼쳐졌다”고 말했다.

◇이달 말 빅테크 실적이 분수령
이날 미국 반도체주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불붙으며 상승했다. 14일 뉴욕 주식 시장에서 SK하이닉스 ADR은 27.3% 급등한 193.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는 4.1%, 마이크론은 4.9% 올랐고 샌디스크와 인텔도 각각 5.0%, 4.5% 상승하는 등 AI 관련 반도체주가 대부분 강세였다.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리는 SK하이닉스 ADR에 대해 목표 주가 330달러를 제시하며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27년 더욱 심화하고, 2028년에도 빠르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강할 수 있다는 진단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이날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 서한에 “고객들이 AI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서버와 메모리 반도체 등으로 설비 투자 지출을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미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이 같은 발언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를 키우며 SK하이닉스 ADR 상승에 힘을 보탰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이날부터 SK하이닉스 ADR을 기초 자산으로 한 옵션 및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거래도 시작됐다. 이런 파생 상품이 일시에 수요를 늘리며 SK하이닉스 ADR에 대한 ‘프리미엄’이 형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날 반등이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질지 말하긴 이르다는 전망이 대세다. 이달 말부터 본격화되는 미국 빅테크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22일 알파벳(구글)을 시작으로 29일 마이크로소프트·메타, 30일 애플·아마존이 잇달아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 기대를 웃도는 AI 관련 설비 투자 계획이 공개될 경우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비롯한 한국 반도체 수출 호황이 지속되리라는 전망으로 반도체 관련주 강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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