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증시 흔들려도 '나홀로 질주'…실적·주주환원 기대에 목표가 줄상향
증권가 "KB·신한 최선호"…가계대출 규제는 변수

국내 증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은행주가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기대를 앞세워 시장의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하고 있다.
증권가도 잇따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하반기에도 은행주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0분 기준 KB금융은 전 거래일보다 0.98% 오른 18만6200원에 거래됐다.
하나금융지주는 3.19% 오른 13만2600원으로 강세를 보였고 우리금융지주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한지주는 장 초반 차익실현 매물 영향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증권가는 실적과 주주환원 기대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주의 강세는 최근 조정장을 보인 국내 증시와 대비된다. 지난 한 달간 KRX은행지수는 7~9%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코스피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 등 성장주에서 배당과 가치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은행주가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증권은 분석 대상 9개 금융지주와 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이 7조185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7%,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절대적인 대출 규모 증가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 주식시장 강세에 따른 수수료이익 증가 등이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이 1조8728억원으로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으며 신한지주 1조6756억원, 하나금융 1조2271억원, 우리금융 9304억원 순으로 예상됐다.
DB증권도 KB금융의 2분기 지배순이익이 1조9400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 개선과 비은행 자회사 수수료이익 증가를 반영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으며 하반기 약 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예상했다.
◆ 주주환원 확대 기대…"KB·신한 최선호"
은행주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꼽힌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완료한 데 이어 약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증권가는 하반기에도 7500억~9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증권은 기준금리 인상 기대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은행주의 투자 매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 목표주가는 13만4000원, KB금융은 21만원, 하나금융은 15만6000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하나증권은 KB금융 목표주가를 22만원으로 높였고 NH투자증권도 하나금융지주 목표주가를 16만8000원으로 상향했다.
DB증권은 KB금융에 대해 "올해 큰 폭의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과 견조한 주주환원 매력을 감안하면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 중 하나"라며 업종 내 최선호주(Top Pick) 의견을 유지했다.
◆ 금리 상승 수혜 기대…가계대출 규제는 변수
시장에서는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주가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예대마진이 확대돼 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된 데다 금융지주들이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중심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대출 규제 확대는 변수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될 수 있지만 기업대출 중심의 성장과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 개선으로 실적 안정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지는 만큼 견조한 실적과 높은 자본비율,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갖춘 대형 금융지주 중심의 투자 매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주의 재평가 흐름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30여 년간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은행주가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치고 증시의 새로운 주도주로 떠올랐다.
◆ 일본도 은행주 시대…금리 정상화에 시총 1위까지
13일 일본 증시에서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이 장중 시가총액 42조1000억엔까지 늘어나 도요타자동차와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를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다.
금융회사가 일본 증시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것은 1986년 스미토모은행 이후 약 40년 만이다.
배경에는 일본은행(BOJ)의 금리 정상화가 있다. BOJ는 지난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현재 정책금리를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1.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폭이 예금금리보다 커지면서 예대마진 확대와 수익성 개선 기대가 은행주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적 개선과 적극적인 주주환원도 투자심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쓰비시UFJ는 2026회계연도 연결 순이익이 전년보다 11% 증가한 2조7000억엔으로 4년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3대 메가뱅크의 올해 배당금 총액도 처음으로 2조엔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은행주의 주가 흐름은 국내와도 비슷하다는 시각이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와 순이자마진 개선,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중심으로 한 밸류업 정책이 맞물리면서 은행주가 대표적인 방어주를 넘어 주도주로 자리를 굳힐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