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승전은 왜 그곳에서 열릴까 [뉴스룸에서]
성지보다 자본 택한 2026월드컵
변화는 인정, 본질은 축구여야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은 ‘축구 성지’ 멕시코 아스테카 스타디움이 아닌, 미국 뉴욕 뉴저지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아스테카는 두 차례 월드컵 결승전을 치렀고, 펠레의 우승과 마라도나의 ‘신의 손’까지 지켜본 월드컵 역사 그 자체다. 공동 개최국인 멕시코가 A매치 90경기에서 단 세 번만 패(70승 17무 3패)했을 만큼 난공불락의 요새로도 유명하다. 그런데도 국제축구연맹(FIFA)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을 마지막 무대로 택했다.
왜 아스테카가 아니었을까?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곳은 단순히 ‘가장 큰 경기장’이 아니다. 개최국이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얼굴이자,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압축한 공간이다. 그래서 결승전 경기장을 보면, 그 시대 월드컵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는지 읽을 수 있다.

브라질은 두 번의 월드컵 결승전(1950, 2014)을 치른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마라카낭의 비극’ 등 축구 왕국의 영광과 상처를 함께 보여줬다. 2010년 남아공은 넬슨 만델라가 석방 후 처음 연설했던 사커 시티에서 민주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고, 2022년 카타르는 루사일 경기장을 통해 중동의 자본력과 국가 브랜드를 세계에 과시하려 했다.
그리고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은 또 다른 메시지를 품고 있다. 미국 최대 미디어 시장인 뉴욕권에 자리한 이 경기장은 초대형 쇼핑몰 ‘아메리칸 드림’과 구름다리로 연결돼 경기 관람과 쇼핑, 엔터테인먼트가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진다. 월드컵 기간 이 일대는 거대한 소비 생태계로 작동했다.

이런 미국식 스포츠 비즈니스 철학은 이번 월드컵 운영 전반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결승전에는 사상 처음으로 슈퍼볼식 하프타임 쇼가 도입된다. 경기 중 수분 보충 시간은 광고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는 장치가 됐고, 좌석도 가격에 따라 전혀 다른 관람 경험을 제공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결승전 최고등급 관람권은 5,000만 원에 달한다. 경기장 이름조차 마케팅 소재가 됐다. 리바이스 스타디움은 FIFA 규정에 따라 간판을 가렸지만, 오히려 이를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으로 공식 후원사 못지않은 홍보 효과를 거뒀다. (흰색이 아닌, 파란색 청바지 천으로 가렸다면 효과가 더 극대화 됐겠지만)

돌이켜보면, 1994년 미국 월드컵 결승전 장소였던 로즈 볼(Rose Bowl)도 우연이 아니었다. 축구보다 미식축구의 상징에 가까웠던 로즈 볼을 통해 FIFA는 이미 미국 시장과 방송 산업, 그리고 스포츠 콘텐츠 산업의 가능성을 읽었다. 실제로 미국 월드컵은 당시 최고 수준의 흥행을 기록하며 '축구 비즈니스'의 출발점이 됐다.

물론, 이를 단순히 ‘상업화의 타락’으로 해석할 생각은 없다. 오늘날 월드컵을 움직이는 막대한 중계권료와 인프라 투자, 선수 지원 역시 결국 자본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과거 축구의 낭만을 말하던 시대가 있었고, 민주화와 국가 통합이 중요하던 시절도 있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자본과 콘텐츠 산업,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스포츠를 움직이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잊지 않았으면 한다. 월드컵이 아무리 거대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하더라도 그 중심에는 여전히 축구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수천만 원짜리 결승전 티켓도, 화려한 하프타임 쇼도, 거대한 스폰서십도, 결국은 90분 경기를 빛내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월드컵의 주인공은 언제나 경기장 위의 축구여야 한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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