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통행료 20%' 하루 만에 철회…"걸프 투자로 대체"
IMO 이어 해운업계도 "국제법 위반" 반발…정책 하루 만에 급선회
이란 공습·해상봉쇄는 예정대로…호르무즈 긴장은 여전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화물에 20%의 ‘안전통항 보상금(Reimbursement Fee)’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를 전격 철회했다.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들의 대미 투자와 무역협정으로 보상을 받겠다는 새로운 구상을 내놨다. 다만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과 해상봉쇄는 예정대로 이어질 예정이어서 중동 긴장은 여전히 고조되고 있다.

그는 이어 “이러한 투자는 막대한 규모가 될 것이며 미국뿐 아니라 중동 국가들의 미래에도 매우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하루 전 미국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항행을 보장하는 대가로 통과 화물 가치의 20%를 사실상 통행료 형태로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그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Guardian)’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등 동맹국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도 걸프 국가 정상들과 직접 통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그들이 ‘다른 방식으로 하고 싶다. 수십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여 방침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느 국가와 어떤 형태의 투자협정을 논의했는지, 실제 투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걸프 국가들 역시 현재까지 미국 투자 확대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국제법 논란·해운업계 반발에 결국 후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선회에는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제해사기구(IMO)는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국제 해협에서 일방적으로 통행료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법상 국제 해협의 무해통항권은 보장돼야 하며 특정 국가가 독자적으로 이용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다.
글로벌 해운업계도 즉각 반발했다. 세계 최대 선주단체인 BIMCO의 야콥 라르센 최고안전책임자는 “추가 비용 부과는 선박들의 호르무즈 통항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이란의 위협이 크게 감소하지 않는 한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독일 컨테이너 선사 하팍로이드(Hapag-Lloyd) 역시 “국제 수역 통과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라며 국제 해양질서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휴전이 붕괴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크게 줄었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전날 밤에도 유조선 3척이 공격을 받아 선원 1명이 사망했다. 선박 위치정보(GPS)를 켠 대형 상선들의 호르무즈 통항도 크게 감소한 상태다.
이란 공습·해상봉쇄는 예정대로 강행
통행료 계획은 철회됐지만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은 오히려 확대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 항구와 연안 해역에 대한 해상봉쇄를 예정대로 재개하고 추가 공습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들에게 협상할 기회를 줬지만 먼저 공격한 것은 이란이었다”며 “우리는 그들을 강하게 타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은 이날 오후부터 이란 항구와 연안 해역을 대상으로 해상봉쇄를 재개할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추가 공습을 예고한 상태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번 군사작전이 이란의 상선 공격 능력을 약화시키고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은 휴전이 사실상 붕괴된 이후 보복 공습과 해상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최근 수차례 공습을 통해 이란 군사시설 수백 곳을 타격했고, 이란도 걸프 지역 미군 기지와 상선을 겨냥한 공격을 지속하면서 양측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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