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안철수 발언 사실이면 한동훈 제명 전 국힘이 '내란 모해 위증'?
“당사 소집 먼저 한 사람은 한동훈”
조경태는 韓 저서 특검에 직접 제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법정 증언이 12·3 비상계엄 사건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처음부터 의원들에게 국회 본회의장 집결을 지시했고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가 이를 무시한 채 당사 소집을 반복해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기존 주장을 안 의원이 공개 법정에서 정면으로 뒤집으면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 의원의 기억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문제는 한동훈·안철수 간 진실 공방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 전 원내대표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뒷받침해 온 핵심 정황이 흔들리는 동시에 한동훈 자서전의 기록 과정 자체가 검증대에 오를 수 있다.
특히 조경태 의원은 한 전 대표의 저서를 직접 특검에 제출한 인물이다. 한동훈 제명 전 국민의힘 내부에서 작성된 회고 기록이 같은 당 정치인의 내란 혐의를 들여다보는 수사 자료로 넘어간 것이다. 여기에 조갑제 등 일부 보수 논객까지 계엄 당시 여권 인사들의 발언과 움직임을 내란 혐의의 정황으로 해석해 왔다.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이 공개 법정에서 한 전 대표 저서의 핵심 대목을 부정하면서 사실관계 확인이 불가피해졌다. 안 의원의 증언이 객관적 기록과 일치할 경우 한 전 대표의 저서가 어떤 자료와 기억을 토대로 작성됐는지, 조 의원이 이를 특검에 제출한 뒤 실제 수사와 재판에 어떻게 활용됐는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내란 알리바이 뒤집은 안철수
친한계 한지아 등 극렬 반발
韓 저서 제출자 조경태도 주목
안 의원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심리로 열린 추 전 원내대표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내란특검팀이 한 전 대표의 저서 내용을 제시하며 사실관계를 묻자 "정확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전 대표는 저서에서 계엄 당시 자신은 의원들에게 국회 본회의장으로 오라고 했지만 추 전 원내대표가 당사 소집 문자를 보내면서 메시지가 충돌했다는 취지로 기술했다. 추 전 원내대표가 한 전 대표의 국회 집결 요구와 다른 방향으로 의원들을 움직였다는 내용이다.
반면 안 의원은 다른 증언을 내놨다. 처음 본회의장 집결을 지시한 뒤 경찰이 국회를 막고 있다는 이유로 당사로 모이라고 한 사람이 한 전 대표였으며 이후 추 전 원내대표가 당사 소집을 공지했다는 것. 그는 "한 전 대표가 순전히 국회에 모이라고만 했는데 추 시장이 그것을 무시하고 당사로 모이라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의 반박은 시작부터 논리적 허점을 드러낸다. 그는 경찰의 국회 봉쇄 상황 때문에 당사를 임시 집결지로 안내했을 뿐이고 이후 본회의장 집결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은 한 전 대표가 실제로 당사 집결을 먼저 안내했다는 안 의원 증언의 핵심을 부정하지 못한다. 이후 본회의장으로 오라고 했다는 말은 최초 당사 소집 주체가 누구였는지를 지우지 못한다.
한지아 의원 등 친한계는 로그에 남은 12시 10분 전후의 본회의장 집결 요청을 근거로 한 전 대표의 주장을 합리화하고 있다. 이는 안 의원 증언의 핵심을 비켜간 반박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안철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어야 한다는 다급함이 보인다.
로그의 원리는 선택적 발췌가 아니라 선후관계의 재구성이다. 12시 10분 이후 본회의장 집결 요청 기록이 남아 있어도 그 이전 당사 집결 안내의 존재는 지워지지 않는다. 안 의원의 법정 증언 역시 당시 지시의 선후관계를 가리키는 증거로서 검토돼야 한다. 뒤에 남은 로그만 들이밀면 사실 확인의 도구가 아닌 알리바이 편집물이 된다. 한동훈 자서전이 모해 위증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즉 안철수 의원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지 못하는 한 한동훈 전 대표의 해명은 성립하기 어렵다. 안 의원은 법정에서 한 전 대표가 추경호 전 원내대표보다 먼저 당사 집결을 안내했다고 증언했다. 한 전 대표가 이후 본회의장 집결을 요청한 로그를 아무리 제시해도 이 증언은 사라지지 않는다. 특정 시점 이후의 기록은 그 이전에 있었던 지시를 부정하는 증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동훈 저서 조경태 손 거쳐 특검으로
한 전 대표의 저서가 특검에 제출된 과정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기술한 한 전 대표의 저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한 전 대표의 회고가 같은 당 출신 추 전 원내대표의 내란 혐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넘어간 것이다.
조갑제 등 일부 보수 논객도 12·3 계엄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로 규정하는 과정에서 한 전 대표를 계엄 해제 표결의 주역으로, 추 전 원내대표를 이를 방해한 인물로 그려왔다. 이 구도는 한 전 대표에게는 '계엄 저지'의 정치적 명분을, 추 전 원내대표에게는 내란 혐의의 책임선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또한 조선일보 등 친한계 매체는 양상훈 칼럼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덮기 위해 비상계엄을 추진했다는 주장까지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번 안 의원 증언으로 우선 확인해야 할 지점은 음모론적 계엄 동기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만들어진 기록과 증언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구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여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이 한동훈 자서전을 실제 수사와 공소 유지 과정에서 어느 정도 활용했는지도 관심사다. 한 전 대표의 기록이 단순 참고 자료에 그쳤는지, 추 전 원내대표의 표결 방해 혐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사용됐는지에 따라 안 의원의 증언이 미칠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한동훈의 내란 모해·위증 논란
보수 진영에선 이미 심판 끝나
특검과 재판부 반응 봐야 할 때
결국 이번 사건은 한동훈의 '내란 모해·위증'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안 의원의 법정 증언이 사실이라면 한 전 대표가 자서전을 통해 주장한 '나는 국회로 불렀고 추경호는 당사로 돌렸다'는 알리바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결국 쟁점은 형사재판을 넘어 한동훈발 정보의 진위로 옮겨가고 있다.
보수 주류층에서는 한 전 대표가 주현철 국민의힘 외신대변인을 겨냥해 민형사상 조치를 예고한 것 역시 적극적인 사실 규명보다는 방어기제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 대변인의 주장이 허위라면 최초 당사 집결 지시자가 누구였는지를 기록으로 밝히면 될 일이지만, 한 전 대표는 안 의원의 법정 증언까지 나온 상황에서 비판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부터 꺼내 들었다.
한 전 대표의 기록이 사실과 달랐고 이를 알면서도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같은 취지의 진술을 반복했다는 사실까지 확인될 경우 위증·무고 등 법적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범죄 성립 여부와 별개로, 한 사람을 계엄 저지의 영웅으로 만들고 다른 한 사람을 내란 책임자로 밀어 넣기 위해 사실관계가 재배열됐다는 의혹이 확인된다면 정치적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내란 모해·위증 = '내란 모해'는 독립된 법정 죄명이 아니라 특정인을 내란 혐의자로 몰기 위해 허위 사실이나 자료를 만들어 수사·재판에 이용했다는 의혹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실제 형사책임은 행위 방식에 따라 무고·위증·증거위조 등의 구성요건으로 판단한다. 위증은 법률에 따라 선서한 증인이 법정에서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을 한 경우 성립하며, 단순한 기억 착오나 사실 오류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한동훈 전 대표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치명적이다. 일부 사실 오류를 인정하면 자서전의 핵심 구도, 즉 자신은 국회 집결을 독려했고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당사로 돌렸다는 알리바이가 무너진다. 반대로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철수 의원의 법정 증언을 정면으로 거짓 또는 중대한 착오로 몰아야 한다. 결국 한 전 대표는 자서전의 오류를 인정할 수도, 안 의원 증언을 그대로 둘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인다.
추 전 원내대표를 내란 책임선에 세우고 한 전 대표를 계엄 저지의 영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선택적으로 배열됐는지를 따지는 문제다. 한 전 대표의 저서는 조경태 의원을 거쳐 특검에 제출됐고, 같은 당 정치인의 형사재판 자료로 흘러갔다. 안 의원의 증언이 살아 있는 한 보수 진영 내부에서는 단순한 기억 착오가 아니라 한 사람을 제거하고 다른 사람의 정치적 명분을 완성한 공작 의혹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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