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민생 사회안전망도 대도약하자
대한민국이 대도약의 열기로 뜨겁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3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노동자 성과금이 6억원이다. 주가는 순식간에 8000으로 뛰었고, 추가세수도 막대하다. 내친김에 정부는 글로벌 경제산업 판을 주도하자며 3대 메가프로젝트도 내놓았다.
동시에 같은 순간에도 대한민국에는 다른 삶들이 있다. 시민 절반이 주식 한 주 없고, 최저임금으로 먹고사는 사람도 많다. 부동산 자산가치가 커질수록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은 무거워지고, 부모 배경 없는 청년들은 사회 첫발부터 난감하다. 막막한 노후돌봄에 대다수 노인에게 장수는 이제 두려움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가 성사되면 이 문제들이 해결될까? 지금 영업이익, 주가, 부동산 잔치가 벌어져도 시민 삶이 어려운 것처럼, 메가프로젝트로 특정 부문, 기업이 번창하더라도 거꾸로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은 깊어지고, 기후위기 시대 지속 가능성은 더 위태로울 수 있다.
그래서 묻는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있는데 왜 사회안전망 메가프로젝트는 없는가? 이재명 정부에서 복지가 주변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들리지 않는가? 기본사회를 말하지만 간판만 내걸 뿐 속은 빈약하다. 올해 ‘통합돌봄’이 전국 사업으로 본격화되었으나 오히려 빈약한 예산으로 ‘좌절 통합돌봄’이라는 탄식이 나오는 지경이다.
사회안전망도 대도약하자. 늘 예산 제약에 갇혀 있었는데, 지금 추가세수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정부는 몇년간 예상되는 추가세수의 사용처 중 하나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상정한다. 의문이 든다. 이 프로젝트는 다른 재원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은가. 정부의 현재 구상을 뛰어넘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재원과 사용 방안에 대한 훨씬 과감한 논의가 요구된다.
우선 재원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조성할 수 있는 재원은 초과이익과 추가세수이다. 정부는 현행 세제의 추가세수만 언급하는데, 왜 초과이익을 기업만의 몫으로 놔두는가?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작년 40조원대에서 올해 2분기만 89조원이다. 여기서 법인세를 납부하더라도 엄청난 이익을 누리게 된다.
초과이익에도 특별세를 부과하자. 외국에도 종종 사례가 있고, 2023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고금리로 금융회사가 이자수익을 많이 내자 초과이익의 40% 내에서 상생금융기여금을 납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반도체 기업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제, 인프라, 전력 등 공적 지원이 있었고, 또한 수많은 하청기업, 지역사회의 협력 결과라는 점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면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에 사용되는 재정은 초과이익 특별세로 조달될 수 있다. 이 프로젝트가 사실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투자전략을 기반으로 수립되었다는 점에서 두 기업도 특별세에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재원은 추가세수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에는 초과이익 특별세 재원이 사용되므로, 추가세수는 전적으로 사회안전망에 지출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예산 제약으로 꺼내지 못했던 담대한 정책을 추진하자. 다음 3대 사회안전망 메가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첫째, 사회상속제를 도입하자. 세습사회라고 한탄만 할 것인가. 청년들의 인생 출발선 격차를 개선하기 위해, 예를 들어 20세 청년 모두에게 5000만원 사회출발금을 제공하자. 초기에는 추가세수를 재원으로 삼고 이후 상속증여세, 부유세 등 세입을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장기 공공임대주택 100만호를 추가 확보하자.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주택소유 열망이 강한 한국에서 공공임대주택은 주거안정의 핵심 디딤돌이다. 정부가 임기 내 공적 주택 110만호를 공급한다지만, 공공분양, 공공지원민간임대는 빼고 20년 이상 장기 공공임대주택으로 100만호가 요구된다. 재원은 추가세수를 시작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을 목적재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셋째, 간병국가책임제를 시행하자. 병원비보다 간병비가 더 무서운 상황이다. 공적 간병보험을 도입하고 간병사 자격제도도 운영하자. 그러면 병원에선 공적 간병, 집에서는 통합돌봄으로 ‘간병돌봄 걱정 없는 사회’에서 살 수 있다. 여기서 추가세수는 간병보험의 정부 지원금으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AI가 신세계 같은 세상을 예고하지만, 정작 민생에서는 불평등, 불공정이 시민의 삶을 억누르고 있다. 청년들에게 사회상속, 집 없는 서민에게 주거안정, 초고령시대 간병돌봄이 절실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업 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불안정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생활안정, 노인빈곤 대응 등 무거운 의제들이 앞에 서 있다. 민생 사회안전망도 대도약하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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