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도 보험이 필요한 시대 [생명과 공존]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기후위기는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이미 오늘의 현실이다. 봄철 냉해와 여름철 집중호우·폭염, 가을 태풍과 겨울 한파는 농업 생산을 위협하고, 바다에서는 고수온과 적조가 양식산업을 위태롭게 하며, 산림에서는 초대형 산불과 산사태, 병해충 피해가 일상화되고 있다. 자연환경에 기반한 농업·임업·수산업은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받는 산업이다.
기후재난 시대에 농림수산정책보험은 단순한 보험상품이 아니다. 농업인의 영농 지속성을 지키고, 어업인의 생계를 보호하며, 임업인의 장기 경영을 뒷받침하는 국가 차원의 위험관리 인프라다. 2001년 사과·배 2개 품목으로 시작한 농업정책보험은 2025년에는 농작물 68품목, 단기임산물 8품목, 수산 28품목, 가축재해보험 16축종으로 확대됐다. 또 농업인 28만 1,000명에게 1조4,000억 원의 농작물보험금이 지급되었다. 전문가들은 정책보험이 단순한 피해보상을 넘어 식량안보와 지역경제를 지키는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기존의 생산량 중심 보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 변동과 시장 불안은 생산량이 유지되더라도 농가소득이 크게 감소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생산량과 가격을 함께 보장하는 수입보험(Revenue Protection)을 운영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농가단위 전체 소득 감소를 보전하는 경영안정 프로그램(AgriStability)을 발전시켜 왔다. 우리나라도 작년에 양파·콩 등 15개 품목 농업수입안정보험을 도입해 수확량 감소와 가격 하락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정책보험을 진화시키고 있다.
현재 밤·대추 등 단기소득임산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임업보험에도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산불 피해의 대부분은 수십 년 동안 가꾼 입목(서 있는 나무)에서 발생하지만 산주·임업인에게는 아직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다. 입목은 단순한 목재자산이 아니라 탄소흡수원이며, 수자원 함양과 생물다양성 보전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 자산이다. 산불 한 번으로 입목이 소실되면 산주의 재산뿐 아니라 미래세대가 누릴 산림의 가치도 함께 사라진다.
일본은 임야청·연구기관·산림조합 연계 공공형 산림보험(입목보험)을 통해 산불·기상재해·화산재해를 보장하며, 핀란드는 산림경영·민간보험 연계형, 스웨덴은 민간보험·산주단체·정부지원 결합형 산림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산불 피해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우선 실시하고 풍해·설해·병해충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한국형 입목재해보험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표준입목가치 산정체계, 산림전문 손해평가사 양성 및 국가재보험 체계, 국립산림과학원·농업정책보험금융원·산림조합 협력체계 등의 구축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 정책보험의 미래는 첨단기술과 함께해야 하는데 위성영상과 드론을 활용하여 재해 발생 직후 피해를 신속·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AI)으로 기상자료와 과거 피해 이력을 분석해 위험 예측과 손해 평가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기후재난 시대의 농림수산정책보험은 재해 이후의 보상제도에 그치지 않고,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며, 빠른 회복을 지원하는 국가 위험관리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한다. 2040년쯤에는 농업수입안정보험은 농가단위의 소득을 지키고, 입목재해보험은 숲과 산촌을 지키는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남태헌 전 한국산림복지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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