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피파 압박해 美선수 징계 푼 트럼프 맹폭…"신뢰 붕괴"
벨기에 부총리 "기본규칙 노골적 위반…피파, 더는 페어플레이 못내세워"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회장에게 2026 북중미 월드컵의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 선수의 출전정지 징계 처분 재검토를 요청한 뒤 실제 징계가 풀리자 국제사회가 거센 비난을 퍼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벨기에의 16강전이 열리는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피파에 (발로건 처분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직접 확인했다.
이어 "이미 치러진 경기에 대해 (퇴장) 징계를 내리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아직 치러지지도 않은 경기까지 출전하지 못하도록 징계하는 게 말이 되느냐. 매우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초 받은 레드카드가 반칙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판정을 내린 심판이 "약간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징계 결정 번복 개입설을 의식한 듯 인판티노 회장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발로건은 1일 미국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 후반 19분 상대 선수의 뒤꿈치를 밟아 퇴장당했다. 이에 미국 대표팀의 최다 득점자인 발로건은 다음 경기인 벨기에와의 16강전에 자동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됐다.
벨기에와의 16강전은 미국으로선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 대표팀은 2002년 멕시코를 꺾은 후로 단 한 번도 16강을 통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인판티노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발로건의 출전 정지 처분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피파는 5일 '징계위원회를 비롯한 사법 기구가 징계 조치의 집행을 전부 또는 일부를 유예할 수 있다'고 규정한 징계 규정 제27조를 근거로 발로건에 대한 16강 출전 정지 처분을 1년간 유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로건이 출전할 길이 열리자 트루스소셜을 통해 "피파가 옳은 일을 하고 큰 불의를 바로 잡아줘서 감사하다"고 말한 바 있다.
피파가 출전 정지 처분을 유예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이례적인 피파의 조치에 유럽 축구 관리 기구인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날 성명을 내고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전례 없고 이해할 수 없으며 정당화될 수 없는 결정에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규칙의 확실성이 규칙을 지켜야 할 수호자들에 의해 더 이상 보장되지 않을 때 경기의 정직성과 대회의 신뢰도는 훼손된다"고 강조했다.
벨기에 왕립축구협회(RBFA) 또한 피파의 결정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모든 잠재적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경기의 스포츠적 결과와 상관없이, RBFA는 깊이 우려를 표한다"며 "앞으로 몇 시간, 몇 달 동안 윤리, 공정한 경쟁, 축구 전체의 이익이라는 근본적인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막심 프레보 벨기에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SNS에 올린 영상 성명에서 "전화 한 통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번 피파의 결정이 나왔다면 이는 축구와 모든 스포츠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노골적으로 어긴 것"이라며 "더이상 피파가 페어플레이를 강조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글렌 미칼레프 유럽연합(EU) 스포츠 담당 집행위원은 처분 유예와 정치적 개입 모두가 "잘못됐다"며 "스포츠 규칙과 스포츠 사안에 대한 결정은 정치인이 아닌 스포츠 기구의 몫"이라고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대변인도 관련 질문을 받고 "그러한 결정은 월드컵 관리 기구의 소관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대표팀 감독은 "99.9%의 사람들은 부당한 레드카드였다는 데에 동의한다"며 "스포츠를 정말 사랑하고 윤리와 정직성을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 결정을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32강전에서 발로건이 퇴장당해 한 명이 부족한 채로 경기를 치르며 "처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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