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튀는 MZ 옆 서툰 아재들… 세대 차이, 웃음이 되다

김광진 기자 2026. 7. 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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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흥행공식 ‘아재×MZ’ 케미
지난달 26일 방송된 SBS 드라마 ‘김부장’에서 딸 생일 선물을 고르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김 부장(소지섭)이 예약 확인을 못해 미리 골라 놓은 제품을 찾지 못할 뻔했으나, 회사 부하 직원 정상아(손나은)가 나타나 스마트폰 예약 내역을 보여주며 물건을 찾고 있다. /SBS

“학생이 50만원짜리 티셔츠를 입는 게 말이 돼?”

거친 전장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전직 특수요원 출신 김 부장(소지섭)은 휴대전화에 찍힌 결제 문자를 보고 ‘동공 지진’을 일으킨다. 사춘기 딸에게 줄 생일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왔지만, ‘요즘 유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싼 옷값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딸과의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어주겠다”며 함께 온 MZ 후배 정상아(손나은)는 태연하게 말한다. “저 나름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거든요? 그냥 지르세요.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라는 말을 들으면 부녀 사이는 끝장이거든요.” 고지식한 아버지의 계산법과 MZ 후배의 소비 감각이 백화점 한복판에서 정면충돌하는 순간, SBS 드라마 ‘김부장’은 복수극의 무거운 분위기를 잠시 내려놓고 세대 차이를 웃음으로 바꾼다.

최근 예능과 드라마에서 ‘아재×MZ 케미’가 새로운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핵심은 아재가 혼자 뜨는 것이 아니다. 중년 남성 캐릭터의 투박한 말투, 서툰 표현, 유행을 따라잡지 못하는 몸짓이 MZ세대의 빠른 감각과 부딪치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의 재미로 소비된다. 예전 같으면 갈등으로 그려졌을 세대 차이가 이제는 웃음과 호감의 재료로 전환된다.

지난달 26일 방송을 시작한 ‘김부장’은 이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4회 만에 시청률 2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이 드라마에서 김 부장은 딸을 구하는 복수극의 중심에 서 있지만, 분위기가 무겁지만은 않다. 손나은이 연기하는 정상아는 휴대전화 스트랩, 디저트 오픈런, 인스타그램 DM 예약 같은 MZ의 라이프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김 부장은 따라가려 애쓰지만 매번 조금씩 어긋나며 웃음을 유발한다. 김 부장의 오랜 친구 박진철 역 윤경호 역시 촌스럽지만 미워할 수 없는 ‘딸 바보’의 면모를 보여준다. 아재들의 투박함과 MZ들의 통통 튀는 감각이 맞물리며 복수극의 긴장감 사이사이에 숨 쉴 틈을 만들어준다.

지난 5일 종영한 JTBC 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은 세대 차를 더 노골적인 설정으로 끌어올렸다. MZ가 아재를 넘어 그룹 회장의 감성과 이성을 가진 경우다. 72세 대기업 회장 강용호(손현주)와 27세 젊은 신입사원 황준현(이준영)의 영혼이 바뀌는 이야기. 겉모습은 젊은이지만, 그 안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회장님의 판단력과 말투가 들어 있다. 관전 포인트는 ‘젊은 몸’과 ‘늙은 감각’의 불일치. 영업팀 내 텃세를 부리는 직원들은 노련하게 다루는 반면, 엑셀로 된 ‘재고관리 현황표’는 다루지 못한다. 짧은 옷을 입은 딸 강방글(이주명)에게 “이게 천 쪼가리지 옷이냐”라고 하는 등 겉모습은 MZ지만 사고방식은 여전히 회장님인 ‘엇박자’가 웃음 포인트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나의 연수 아저씨’ 시리즈 중 아이돌 그룹 ‘리센느’의 원이가 개그맨 이선민에게 운전 연수를 받고 있다.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ㅋㅇㅋ’

예능에서는 개그맨 이선민(38)과 그룹 리센느 원이(22)의 조합이 화제다.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ㅋㅇㅋ’이 지난해 8월부터 올리고 있는 ‘나의 연수 아저씨’ 콘텐츠에서 이선민은 초보 운전자 원이의 옆자리에 앉아 운전을 알려주는 ‘조수석 삼촌’ 캐릭터로 등장한다. 메타코미디클럽에서 과한 액션과 기합으로 웃기려 들던 그가 조수석에 앉아 든든한 삼촌이 된다. 긴장한 원이를 차분히 다독이고, 어설픈 상황을 편안하게 받아주며 자연스러운 공기를 만든다. 이 ‘삼촌 같은 편안함’이 팬덤의 호감을 샀다. MZ 아이돌과 중년 이미지의 남성 코미디언이라는 낯선 조합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그 낯섦이 콘텐츠의 핵심 매력이 됐다. 지난 3일 올라온 ‘원이, 편안함에 이르렀나: 나의 연수 아저씨 졸업식’ 편에선 이선민과 유영우가 케이크를 들고 운전 연수 졸업식을 열어주고, 원이가 감동해 울먹이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은 공개 이틀 만에 조회 수 210만회를 돌파했다.

핵심은 ‘완성형 어른’보다 ‘빈틈 있는 어른’이 더 잘 통한다는 점. 과거의 아재 캐릭터가 훈계하고 가르치는 존재였다면, 요즘의 아재 캐릭터는 모르는 것을 티 내고, 유행을 따라가다 삐끗하며, 젊은 세대에게 배우는 존재로 그려진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콘텐츠 속 ‘아재×MZ 케미’는 세대 갈등을 웃음과 호감의 관계로 순화하는 방식에 가깝다”며 “아재는 서툴지만 진심 있는 조력자로, MZ세대는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고 관계를 조율하는 파트너로 그려진다. 서로의 속도를 맞춰가는 과정 자체가 요즘 콘텐츠가 발견한 새로운 케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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