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피땀 모아 출항, 자산 817조 거함으로 도약…'글로벌 금융' 보폭 넓힌다
경영이념 토대로 포용금융 실천
시대변화 맞춰 종합금융생태계 구축
통합 앱 '슈퍼SOL'에 AI 전면 도입
세계 20개국서 자산 80조 이상 운용 중
국내 금융 최초 해외 세전이익 1조 돌파

신한금융그룹 임직원들은 7월 7일을 창립기념일이 아닌 창업기념일로 부른다. 단순한 법인 설립일을 넘어, 오랜 시간 다듬어온 금융업에 대한 신한금융의 철학이 세상 밖으로 나온 날이기 때문이다.
이희건 명예회장을 비롯한 재일동포 금융인들은 1977년 제일투자금융과 재일한국인본국투자협회를 설립하며 고국에서 금융업을 시작할 준비를 했다. 이후 한국 정부에 교민은행 설립 청원서를 제출했고, 4년에 걸쳐 일본 전역을 돌며 재일동포 341명의 출자를 이끌어냈다. 이들 재일동포는 수십 년간 피땀 흘려 번 돈을 내놓으며 “사람의 가능성에 투자해달라”고 당부했다.
신한은행은 재일동포들의 이 같은 염원을 담아 1982년 7월 7일 직원 279명, 자본금 250억원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개점 첫 날에만 1만7520명이 영업점을 방문해 예금 357억원을 맡겼다. 44년이 흐른 지금 신한금융은 자산 817조원, 자본 61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금융그룹으로 도약했다.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만 5조원에 달했다.
◇생산적금융 토대된 창업정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신한금융에는 여전히 창업자들이 강조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바뀌어도 이희건 명예회장의 ‘7B 경영이념’이 경영전략의 토대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7B는 금융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은행(Bank)으로 시작하는 7개의 문구로 정리한 철학이다. 나라를 위한 은행, 대중의 은행, 서로 돕는 은행, 믿음직한 은행, 가장 편리한 은행, 세계 속의 은행, 젊은 세대의 은행으로 이뤄졌다.
신한은행의 초창기 성장을 이끈 이 철학은 시대 변화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나라를 위한 은행’은 출범 당시 국가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위해 자금을 공급한다는 의미가 강했다. 지금은 미래 국가전략산업을 이끌 혁신기업과 중소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청년 창업 활성화와 스타트업 육성에도 힘을 보태며 ‘젊은 세대의 은행’이라는 철학도 현실화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이 같은 생산적 금융 확대 전략을 통해 은행뿐 아니라 증권, 자산운용, 투자금융(IB)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생태계를 구축했다.
‘대중의 은행’과 ‘서로 돕는 은행’이라는 이념에는 소외계층까지 포용하는 금융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국내 은행의 핵심 고객이 기업이던 1991년, 신한은행은 행장을 포함한 임원들이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며 리테일 고객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재일동포 주주들이 780억엔 이상을 송금하며 상부상조 정신을 실천했다. 이 같은 철학은 현재 신한금융의 포용금융 전략에 녹아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3조원으로 잡았던 올해 포용금융 공급 목표를 4조5000억원으로 늘리고, 5000억원어치 연체채권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외부 신용점수가 하위 50%인 중저신용자에게는 연 6.9% 이하 금리로 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
◇해외진출 꿈, 1조 이익으로 실현
‘세계 속의 은행’은 창업 당시만 해도 꿈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현실이 됐다. 신한금융은 국내 금융회사 최초로 지난해 해외 세전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베트남, 일본, 런던, 카자흐스탄 등 해외 20개국에서 80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즈베키스탄 현지법인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을 통해 ‘편리한 은행’을 만드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선보인 통합 앱 ‘슈퍼SOL’에도 이 같은 방향성이 담겼다. 슈퍼쏠에서는 은행과 증권사, 카드사, 보험사의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를 적용해 간단한 대화만으로 금융상품 추천부터 가입, 관리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믿음직한 은행’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통제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한금융은 2024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내부통제 플랫폼에도 AI를 적용했다. AI가 부서별 내부통제 점검 활동을 자동으로 요약·분석해 임원의 의사결정을 돕는 셈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44년 전 창업정신은 신한금융의 전략과 사업, 미래를 연결하는 공통 언어”라며 “7B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금융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철학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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