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기업 영남권 첨단산업 312조 투자…한화·두산·LG 경남 사업장 핵심 투자처로
6개 대기업 사업장별 투자와 정부 지원 강화
사천 우주항공청 중심 ‘우주항공허브’로 구축

경남에 사업장을 둔 한화와 두산·LG를 비롯한 6개 기업이 영남권에 우주항공·방위산업·반도체·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총 312조 원을 투자한다. 정부 국가균형성장 전략인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하나다. 정부는 지역에서 첨단산업 투자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신규 세액공제 도입을 검토하는 등 산업 육성 지원에 나선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진주 경상국립대 칠암캠퍼스 체육관에서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를 열고 국내 6대 대기업이 반도체, AI, 우주항공 등 분야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총 312조 원 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영남권은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와 창원국가산업단지 등 대한민국 산업화 불꽃을 가장 강렬하게 피워 올린 지역"이라면서 "기존 반도체·전자·우주 등 제조 기반 위에 피지컬AI 산업을 융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 창원을 우주·방산 전진기지로
도내에 사업장을 둔 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눈에 띈다. 한화는 우주·국방 AI 데이터센터 등에 55조 원을 투자한다.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독자 발사체 개발, 구미 한화시스템의 위성 기술을 기반으로 통합 우주 인프라를 구축한다. 아울러 창원에 육해공 전력을 하나로 연결하는 '국방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
통합 우주 인프라는 우주에서 정보를 수집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우리 군 판단과 작전수행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우주 발사체 분야에 약 23조 원을 투자한다. 단조립장과 발사체 개발 시험 시설을 구축하고, 향후 상업 발사로 전환해 독자적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SAR 위성을 2031년까지 64기를 발사해 운영할 예정이다. 위성이 수집한 정보는 '한국판 스타링크'인 저궤도 통신망을 이용해 우주 AI 데이터센터와 지상으로 송출된다.

대한민국 우주주권 확보와 자주 국방을 창원을 비롯한 영남권에서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우주 주권 확보 첫 단추는 독자 발사체 개발"이라면서 "한화는 독자 발사체 개발로 우리나라가 언제든지 우주에 다다를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이와 함께 10조 원 이상을 들여 '국방 AI 데이터센터'를 창원에 구축한다. 위성이 정보를 수집하고, AI가 분석하며, 항공기와 무인기가 이를 활용하는 육해공 전력 통합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폐쇄형 고보안 데이터센터로 우주 AI 데이터센터와 병행해 한쪽이 무력화해도 작전이 중단되지 않도록 운영한다. 올해 45㎽ 규모로 시작해 2032년까지 135㎽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한화에너지 발전 자산과 연계해 전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화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면 국가균형성장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역 인재가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 기업이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지역 생태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하는 이런 선순환 구조야말로 한화가 생각하는 산업 생태계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향후 지역대학 내 계약학과와 계약 정원제 대학원 등을 설치하며 산학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두산은 소형모듈원전(SMR)과 대형 원전, 가스·수소 터빈 등에 약 5조1000억원을, LG는 프리미엄 가전 연구개발(R&D)과 반도체 기판 생산능력 확대 등에 약 9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LG, 창원 AI인프라 제조 투자 확대
LG그룹도 영남권에 9조 4000억 원을 투자해 AI인프라와 첨단제조 경쟁력을 강화한다.
LG전자는 창원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대응할 냉난방공조(HVAC)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한다. 프리미엄 가전 분야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확대한다. HVAC는 냉방·난방·환기 시스템을 통합한 공조 기술로, AI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핵심 인프라다.

두산, 창원 거점 국내 핵발전소·SMR 진흥 나서
두산도 5조 1000억 원에 이르는 영남권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창원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소형모듈원전(SMR), 대형원전, 가스·수소터빈 등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정부가 새 원자력발전소 건설 터로 경북 영덕군을 지정하면서 새로운 국내 사업처를 갖게 됐다. 그동안 국외 핵발전 산업에 주력해왔으나 이번에 국내 투자를 더 늘릴 수 있게 됐다. 이에 2031년까지 연간 20기 수준으로 SMR 제작이 가능한 생산체제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에 현재 총 8068억 원을 투입해 추진 주인 창원공장 SMR 전용 공장 신축, 기존 공장 최적화, 혁신 제조 시설 구축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아울러 지역 기업들에게 핵발전소에 적용할 수 있는 AI제조 첨단기술을 전파할 계획이다.
정부도 SMR 관련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 SMR 국가첨단전략산업 기술 지정 추진 등으로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현대차·삼성·SK도 영남권 투자 강화
이들 외에 현대차는 영남권에 10년 간 42조 원을 투자한다. 핵심 사업장이 있는 울산에 미래차와 수소 관련 기술 고도화 내용이 주로 포함됐다. 다만 창원 현대위아에 전기차용 열관리시스템 생산라인을 마련하고, 우주 분야에 발사체 엔진과 달 탐사 로버 제작 등 핵심 기술 국산화 추진, SMR과 해상풍력 등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경남 내, 또는 경남 연관 산업에 투자도 병행한다.

정부, 영남권 첨단산업 지원 강화 나서
정부는 이들 대기업 영남권 투자를 계기로 경북 구미·포항, 대구를 거쳐 창원에 이르는 '첨단 로봇 초혁신 벨트'를 조성하기로 했다. 반도체 기술과 방위산업에 적용하는 첨단산업 육성도 함께한다.
사천은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우주항공허브'로 구축해 남해안 일대를 잇는 우주항공 산업벨트를 조성한다. 이와 연계해 남해안 일대를 잇는 우주항공 산업벨트를 조성한다.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과 2030년 민간 주도 달 착륙선 발사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부산은 전력반도체 집적단지로, 구미는 소재·부품·장비와 방산 특화형 반도체 테스트베드 거점으로 키운다.
재정경제부는 지역 첨단산업 지속적인 성장을 유도하고자 생산량에 연동해 세금을 감면하는 '생산세액공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투자세액공제가 투자 금액 중심으로 설계돼 산업의 장기적 유지·확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SMR 국가전략기술 추가 지정은 현재 진행 중이다.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면 R&D 비용 최대 50% 세액공제, 설비투자 금액의 15%~25% 공제, 지방세 감면 등 혜택을 받는다.
이와 함께 '5극 3특 성장엔진' 정책에 따른 보조금 지원과 로봇 핵심부품 R&D 인프라 구축 등 재정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호남권에는 약 800조원, 충청권에는 약 392조원의 첨단산업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보고서에서 축구공을 들고 "축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 서남권, 충청권, 영남권, 제주권, 강원권 운동장을 최대한 넓게 쓰겠다"고 말했다.
/김두천 기자